<이슈&인물> ‘불혹 신화’ 김강민 SSG랜더스 외야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1.14 11:27:07
  • 호수 1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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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형님의 대역전 가을 드라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KBO 리그 SSG 랜더스의 외야수 김강민. 그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SSG와 키움 히어로즈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수상했다. 김강민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역대 최고령 기록으로, 팬들에게는 감사 표현과 함께 몸이 허락하는 한 뛰겠다는 약속을 했다.

불혹(40세)의 김강민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2022 한국시리즈(KS)는 ‘김강민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강민은 지난 1일 인천 SSG 랜더스 파크에서 개최된 KS 1차전에서 9회 말 대타로 나와 동점 솔로포를 터뜨려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비록 팀은 연장전에서 패했지만 김강민의 홈런은 팬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상상도 못한
막판 대활약 

김강민은 3차전에서 특급 대타로 활약했다. 2-1로 앞선 9회 초 1사 만루 찬스에서 최지훈 대신 타석에 들어갔다. 1차전 동점 홈런을 빼앗은 김재웅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김강민의 적시타는 기폭제가 돼 9회 초 6득점 빅이닝의 기폭제가 됐다.

5차전서도 김강민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2-4로 뒤진 9회 말, 대타로 나선 김강민은 무사 1, 3루 찬스에서 키움 구원투수 최원태의 144㎞짜리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으로 연결시키며 5-4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KS 역사상 최초의 대타 끝내기 홈런이었다. 포스트시즌을 통틀어서도 1996년 플레이오프 1차전 쌍방울 박철우 이후 26년 만이다. 엿새 전 자신이 세운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이 기록은 김강민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김강민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우승하면)20대 때는 마냥 좋아서 웃기만 했는데, 40대 때는 눈물이 난다”며 감격했다. 이어 “시리즈 전만 해도 ‘어차피 조커로 기용될 거’라서 그렇게 준비했다. 큰 상은 바라지도 않고 우승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기쁘고 행복한 하루”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후 추신수와 함께 서로 축하를 했다. 김강민은 “추신수가 한국에 왔을 때 ‘우승하기 위해 왔다’고 했고, 내가 ‘너 반지 꼭 끼자’고 했다. 약속을 지킨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차올랐고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상대팀인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을 향해서는 “너무 잘해서 저희가 많이 힘들었다. (좋은 경기를 한)키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통합 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은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말하는 게 처음이다. 이런 영광을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만들어준 팬들과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노력하는 감독이 되겠다”며 “초보 감독인데 선배 선수들이 없었으면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감독이 못하는 어려운 역할을 해줘서 팀이 잘 돌아갔다”고 감사를 표했다.

명승부를 펼친 키움에는 “홍원기 감독에게 시리즈 동안 고생 많았다고 전하고 싶다. 매 경기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승부였고 상대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저 우승만 하길 원했는데…”
KS 역사 최초 대타 끝내기 홈런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이날 경기장을 방문해 팀을 격려했다. 정 부회장은 “SSG는 KBO 14개 부문 개인상 중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우승 팀이지만, 인천 문학구장 홈 관중 동원 1위를 했다. 팬들 덕분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물론 KS를 제패했다. 여러분의 성원과 선수들의 투혼이 오늘을 이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김강민은 MVP 수상을 상상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그의 머리 속에는 최정 기록보다 오늘 하나 더 쳐서 빨리 점수가 많이 나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부터 그의 목표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

화려한 MVP는 생각도 없었으며, 주인공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그의 답변. 동네 형처럼 후배들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최고령 선수기 때문에 가지는 부담감도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그의 역할은 후반, 대타였다. LG 트윈스가 올라오면 3차전에 나가야 했고, 요키시에 맞춰 나가야 했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애당초 햄스트링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김강민의 햄스트링 문제 때문에 한유섬이 더 경기에 출장해 뛰다가 다치기도 했다. 

한유섬과 경기를 번갈아가며 뛰는 작전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나간 선수는 김강민이지만 그때도 정상적으로 뛸 수는 없었다. 맡은 바 충실히 하려고 노력한 것. 이런 노력이 김강민을 MVP로 이끈 것이다.

그렇다면 김강민의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될까. 김강민은 올 시즌 부상과 최고령 나이로 이미 은퇴를 고려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팀에 보탬이 안 된다면 언제든 은퇴할 것이다.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그라운드에서 뛸 여력이 있는 것 같다. 난 이미 야구를 하고 싶은 만큼 했다”고 말했다.

투수서
외야로

이어 “은퇴해야 할 시기는 지났다. 언제든 팀에서 ‘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고 하면 미련 없이 은퇴할 생각이다. 팀이 이기는 데 내가 필요한 존재인 이상 뛰고, 후배들이 잘해서 자리가 없어지면 웃으면서 그만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는 SSG 팬들이 김강민 은퇴를 염려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강민은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내년에도 이 유니폼을 입고 야구한다. 내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야구를 할 것이다. 올해도 후배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 좋았고 행복했다”며 “그러면서 우승이라는 목표도 생기고 이렇게 이루기까지 했다. 몸 관리, 시즌 준비 잘해서 내년에도 후배들과 재밌게 한 시즌을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런 김강민이라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순탄한 야구를 한 것은 아니다. 1982년 대구 출생인 김강민은 대구 본리초등학교, 대구중학교,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현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외야수지만, 고교 시절 그는 투수였다.

당시 경북고 팀에는 3루수가 없었는데, 투수였던 김강민이 그 포지션에 적합했다. 손경호 감독은 김강민을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시켰다. 어깨와 타격 능력이 좋다는 판단 아래에서다.

그렇다고 김강민이 야수로 완벽하게 전향한 것은 아니었다. 경북고에 이어 김강민은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가 쌍방울 선수단을 인수해 재창단한 뒤 2000년 6월 처음 신인 선수를 뽑을 때 입단했다. 고교 시절까지 투수와 내야수를 겸업하던 김강민은 SK 입단 후에도 투수와 내야수, 양쪽에서 가능성을 찾으면서 본격적으로 야수의 길로 선택하는 듯 보였다.

2002년 전업
찐 선수 인생


그가 투수로서 경력을 포기하게 된 것은 심각한 제구 불안 때문이다. 김강민은 2002년 외야수로 전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김강민의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2002년 1군에 처음 오른 김강민은 총 49경기를 소화했지만 큰 활약을 하진 못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6년부터다. 투수였으나 외야수로 전향했던 채종범을 밀어내고 주전 외야수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는 채종범의 병역 비리 사건도 한몫했다.

외야수 전향 후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던 김강민은 2007년 김성근 감독 부임 후 본격적으로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경기에 100경기 이상(124 경기) 출전했다. 빠른 발에 강한 어깨가 본격적으로 빛을 본 것이다.

2009년에는 2할대 타율, 12홈런, 42타점을, 2010년에는 3할대 타율, 127안타, 72타점을 기록했다. 이때의 성적으로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와 동시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외야수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아시안게임에서 김강민은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3차전 파키스탄전에 출전해 5회 초 적시타 외에는 출전 기회도 적었다. 

김강민은 대표팀에 승선한 다른 외야수인 이용규, 이종욱, 추신수, 김현수 중 유일한 우투우타였다. 다른 팀에 좌완이 없어 출전 기회가 적었지만 백업으로 자리를 지켰다. 결국 한국이 우승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4년 시즌에는 3할대 타율, 130안타, 82타점으로 데뷔 후 최다 타점을 기록했다. 같은 해에 FA 자격을 얻었고 4년 총액 56억원에 잔류했다. 그러나 FA 후 첫 시즌이었던 2015년에 부상과 부진이 겹쳐 2할대 타율을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일각에선 그런 그를 두고 ‘먹튀’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2016년에는 조동화에 이어 팀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됐다. 이때 김강민은 KIA 김기태 감독과 LG 최태원 코치 등을 롤모델로 삼았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힘들었던 훈련
“같은 유니폼 입고 내년에도 뛴다”

당시 그는 “모든 것을 정해놓고 가면 같이 가는 선수들도 힘들다. 나 또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예전에는 정말 ‘20(홈런)-20(도루)’가 하고 싶어서 그려놓고 시즌을 들어간 적 있다. 그런데 반밖에 못한 적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더라”며 팀을 꾸려나갈 각오를 하기도 했다.

2019년 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해 1+1년 총액 10억원에 잔류했다.

당시 SK 구단은 “김강민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다. 베테랑으로서 헌신하는 모습이 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계약 소식을 알렸다. 김강민은 “FA 계약을 마무리해 홀가분하다. SK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일찍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늦어져서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구단을 향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며 김강민의 평가는 단단해졌다. ‘빠른 발과 뛰어난 판단력, 강한 어깨와 주자를 속일 수 있는 테크닉까지 외야수로서 수비면에서 갖춰야 할 모든 걸 갖추고 있는 선수’가 김강민이었다. 현역 감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한국 최고의 외야 수비수’로 뽑히기도 했다.

불혹(40세)을 넘겨서도 외야 수비에서 틈을 보이지 않았고, 리그 최상위권의 수비를 보여주기에 타격이 저조하지도 않아 쓰임새가 좋다는 평가다.

김강민 수비를 두고 “나성범 어깨에 이종욱 수비 범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김강민은 ‘짐승 강민’ ‘짐강민’ ‘김짐승’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인간을 넘어선 짐승처럼 게임을 한다는 의미다. 

강한 어깨
빠른 판단

이번 한국시리즈를 본 김성근 전 SK 감독은 “(웃으며)김강민도 많이 늙었더라. 살도 많이 쪘더라. 김강민이 한국 나이로 41세다. 흥미로운 부분이다. 선수도 모자란데 우리나라도 그런 선수를 많이 남겨놔야 한다. 자꾸 바꾸니까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지도자로 기분 좋은 순간이 별로 없었지만 가르쳤던 선수가 좋아지고, 성장했을 때 기분이 좋다. 어제 김강민의 홈런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 홈런은 쌩쌩할 때도 못 치던 홈런이다. 어제는 깔끔하게 잘 쳤다”고 흐뭇한 마음을 표현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19 전으로 회복한 야구 열기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곳곳에 큰 타격을 줬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일부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국가대표팀 부진 등이 겹치며 많은 팬들이 등을 돌렸다. 

우려와 기대 속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린 가을야구. 관중은 3년 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시청률은 오히려 더 높게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자료를 보면 지난달 24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과 LG의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10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이날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올해 포스트시즌 16경기 누적 관중은 27만5883명이다.

이 같은 관중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포스트시즌을 뛰어넘는다.

2019년 포스트시즌은 총 12경기가 열렸고 누적 관중은 23만4799명이었다.

공교롭게도 2019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키움이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해였다.

한 경기만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제외하면 가을야구를 치른 팀은 두산(2019년)과 KT(2022년)만 다르고 나머지 팀은 같다.

KT보다 두산이 더 많은 관중을 보유한 팀이지만, 올해는 2019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TV 중계도 예년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7일까지 지상파로 중계한 12경기 평균 시청률은 5.07%였다. 지난해(10경기) 4.82%, 2019년(11경기) 4.89%보다 높은 수치다.

당초 관중 동원에서 10개 팀 중 하위권에 속하는 키움과 KT가 가을야구에 진출해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키움과 KT는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벌였고, ‘언더 도그’ 키움은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업셋하며 야구를 넘어 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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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