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아진 태아산재법의 그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1.01 14:01:49
  • 호수 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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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태어난 아이 어떡하나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아픈 상태로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부모가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다. 장이 굳거나, 신장이 없는 등 심각한 질환을 가진 채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태아산재법’이 시행을 3개월 앞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태아에게 건강상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유해물질들을 17개로 단정지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하 태아산재법)은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유해 환경으로 인해 건강 손상을 입은 태아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1월11일 공포됐다. 시행은 내년 1월12일부터다.

새 개정안

이 법은 ‘제주의료원 태아 산재 사건’으로 생겼다. 해당 산재 사건의 발단은 2009년 제주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에 임신한 제주의료원 간호사 15명 중 5명이 유산하고,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역학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주된 유해요인은 의약품 등 화학물질 노출, 환자 폭언·성희롱으로 인한 스트레스, 인력 부족·교대근무로 인한 육체적 부담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제주의료원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40명에서 60명 수준이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는 ▲오물 처리 ▲욕창 환자 드레싱 ▲사망환자 처리 보조 ▲타 병원 전원 행정업무까지 수행했다.


간호사들은 생식계에 장애를 유발하는 생식독성 물질을 상시 다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임산부와 태아에 유해하다고 규정했던 카테고리 D·X 약물들도 포함됐다. 이 약물은 ▲아시트 과립 ▲달마돔정 ▲프로스카정 ▲자나팜정 ▲코다론정 ▲아테놀정 등이다. 

이곳 간호사는 취급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고, 환기 시설이 없는 곳에서 보호장비 없이 매일 200여정의 약을 분쇄했다.

이 같은 사실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주지사에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부지급 처분을 받았다. 이후 긴 법정 다툼이 이어졌고 2020년 4월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태아 산재를 인정했다. 태아산재법은 이렇게 만들어졌고 현재 시행까지 3개월 남았다.

1000가지 화학물질 중 17가지만 인정
병들어 출산한 반도체 노동자들 자녀

지금도 많은 부모가 태아산재법을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중 임신과 출산을 겪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이달 출판한 도서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오월의봄)에는 반도체 회사에서 일한 부모가 겪은 아픈 현실을 상세하게 다뤘다.

이혜주씨(가명)는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 대퓨전(확산) 공정에서 기기·장치 등의 운전자(컴퓨터 조작을 하는 직업)로 12년 근무했다. 디퓨전 공정에는 열처리 작업을 주로 해서, 고온 기계가 빼곡히 들어가 있다.

이씨는 열기 속에서 런 박스(웨이퍼가 담긴 박스)를 하루에 200개씩 들고 날랐다. 청정실에는 약품 냄새와 탄내가 진동했다. 이씨는 단순 작업이 지겨워져 퇴사했지만,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20대 중반에 다시 삼성반도체에 재입사했다.


2007년 이씨는 임신을 했다. 삼성반도체 직원은 대게 임신을 하면 퇴사했지만, 이씨는 직장을 구하기 힘들겠다는 염려로 계속 근무를 했다. 충격적인 소식은 건강검진에서 들었다.

태아 검진에서 아기의 한쪽 신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어난 아기는 모유를 삼키지 못하고 다 게워냈다. 신장 한쪽이 없다는 판정과 함께 선천성 식도폐쇄증이란 진단도 받았다.

장미선(가명)씨는 삼성반도체에서 8년을 근무한 뒤 임신 7주에 퇴사했다.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과 온양사업장이 근무지였다. 장씨는 패키지 칩을 까맣게 입히는 몰드 라인에서 근무했다. 까만 먼지 속에서 분진용 마스크 없이 일했다.

180도가 넘는 온도에서 에폭시 수지를 녹여 칩을 몰딩하는 작업인 관계로, 유출되는 냄새와 열기가 심했다. 여기서 발생한 유해물질은 장씨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장씨의 아들은 태어난 지 3일째 얼굴이 노래졌고, 변을 보지 못했다. 병명은 선천성 거대결장이었다. 장운동을 하지 못해 결장 끝부분이 거대해지는 병이다. 서울대병원에서 시멘트처럼 굳은 장을 드러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장씨는 출산 후 갑상선암, 류머티즘, 뇌전증 진단을 받았고 자궁경부 이형성증 절제 수술을 받았다.

신장 없고, 장이 굳었는데…
더 이상 산재로 인정 어려워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일한 김수정(가명)씨는 임신 4개월 차 때 받은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의 신장이 하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소변이 역류해 백일잔치보다 요관 수술을 먼저 했다.

김씨의 아기는 ▲콩팥무발생증 ▲방관요관역류증 ▲lgA신증 진단을 받았다. lgA신증은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병으로 10만명 중 2명이 걸리는 희소질환이다.

이처럼 반도체 노동자의 자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질환과 싸운다. 그러나 생식독성물질에 대한 정보 부족과 아이의 선천성 질병이나 기형을 ‘임산부 잘못’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를 태아산재법이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태아산재법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7일 고용노동부는 태아산재법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진 화학물질들은 100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시행령에는 이 중 단 17가지만 담겼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태아산재법에 대해 “의학적 연구에 있는 유해요인을 담았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태아 산재에 대한 인간 대상 의학적 연구는 불가능하다. 결국 태아산재법이 시행되더라도, 태아산재법으로 자녀의 건강 손상을 산재로 인정받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또 고용노동부가 태아산재법 시행령에서 배제한 유해요인들 중 자녀에게 해가 없다고 증명된 것은 없다. 오히려 배제된 유해요인들은 부모의 생식 기능과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됐다.


특히 화학물질의 경우 생식독성물질, 생식세포 변이 원성 물질과 같이 별도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다. 인간공학적 요인의 경우 과로, 스트레스, 교대근무 등에 대해 이미 법원에서 태아의 건강 손상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바 있다.

허점

이 문제에 대해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범단체 빅팀스(victims)를 포함한 24개 단체는 “현재 국회에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정치를 막기 위해 유해요인을 넓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태아산재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며 “국회는 이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국회가 만든 법을 누더기로 만든 고용노동부의 행태를 엄중히 꾸짖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만든 시행령이 곧바로 폐기되는 수모를 겪기 전에 현재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올바른 시행령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태아산재 피해자들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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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