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르포> ‘택시가 왕’ 새벽 이태원 탈출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17 14:18:45
  • 호수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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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미터기…흥정도 어렵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태원의 불이 다시 켜졌고, 사람들이 몰려 새벽이 될수록 활기찬 분위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 택시’의 온상이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피해자는 승객이다. 이태원의 새벽은 ‘말도 안 되는’ 택시비에 놀라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사람과 길거리에서 첫차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용산구청은 그저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할 뿐이다.

서울시 용산구에는 이태원동이 있다. 용산구의 대표적 번화가로 외국인과 외국 문화의 집결지로 유명하다. 이태원동은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주택가와 상업 지구로 이뤄져 있으며, 중심이 되는 길은 해밀톤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취객들의 
귀가 전쟁

이태원 상업 지구의 중심에는 클럽이 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강남과 홍대에 비해 외국인 또는 주한미군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못지않게 국내 청년들도 이태원 클럽에 많이 방문한다. 이태원은 코로나19 감염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2020년 5월7일 이태원의 한 클럽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태원의 집단감염이 심각했던 이유는, 확진자가 젊은 층이어서 활동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 보고가 1일 한 자릿수대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신규 확진자는 지역 발생이 아닌 해외 유입이 높아 코로나가 수습되는 방향이었다.

전 세계 주요 외신은 한국 사례를 모범 사례로 알렸다. 그러나 이태원발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 이상인 것이 확인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이태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번화가이며, 한국 인구의 절반가량인 2500만명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이다. 이 한복판에 감염병이 터진 것이다. 특히 최초 확진자가 주로 방문했다는 이태원 클럽은 게이 클럽으로 분류됐고, 일반 클럽에 방문한 사람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태원 클럽은 ‘코로나 클럽’이라고 낙인찍혔다. 

2020년 10월28일부터 이태원, 강남, 홍대 거리에 있는 대규모 인기 클럽은 방역 당국‧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끝에 할로윈 기간 휴업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기도 했고, 지난해 7월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2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작됐다. 유흥주점 영업은 밤 10시로 제한됐다.

이때부터 이태원의 ‘곡소리’가 감지되기 시작됐다. 이태원 상권이 무너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뒤 이태원은 황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골목마다 북적였던 사람은 찾을 수 없었고, 상가에는 ‘임대 문의’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손님이 없어 가게에서 시간만 때우는 상인들도 많았다.

이태원에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정부와 언론 등에서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고 부르자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발길을 끊었다. 정부 방침으로 ▲집합 금지 ▲영업 제한 ▲영업 시간 제한 등이 이어지자 이태원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전체가 피해를 본 것이다.

지난 4월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전면 해제됐다. 이때부터 ▲영업시간 12시 제한 ▲사적 모임 인원 제한 ▲행사·집회 최대 299인까지 허용 ▲종교활동 수용인원의 70% 허용 ▲영화관·종교시설·교통시설 등 다중 이용 시설 실내 취식 가능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직접 나가보니…
‘부르는 게 값’ 험난한 집에 가는 길

이태원 상권은 즉시 살아났다. 20대와 30대의 이태원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소비가 빠르게 회복됐다. 이를 ‘보복 소비’라고도 불렀다.


지난 5월16일 KB국민카드가 발표한 ‘서울시 주요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 분석’에 따르면 영업 제한 시간을 전면 해제한 지난 4월18일~5월8일 오후 6시 이후 매출건수와 매출액은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였던 지난해 12월18일~ 올해 2월18일보다 각각 44%, 60% 증가했다.

용산구는 매출건수 69%, 매출액은 76% 증가했다.

늘어난 매출액은 이태원에 방문한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태원 거리에는 다시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태원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방불케 한다. 2년 만에 ‘유령도시’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는 불명예를 완벽하게 졸업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또 다른 불명예가 시작되는 실정이다.

버스와 지하철 막차가 끊기면 이태원역 인근의 택시 운전사가 택시 승객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이태원 일대에 퍼져있는 불법 영업 택시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일 밤 11시에 이태원에 방문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대를 살폈다. 

우선 지하철 강남역에서 이태원역까지 어플을 통해 택시를 불렀다. 어플을 통해 측정된 금액은 1만원 정도였고, 이동 시간은 길어봤자 30분 정도다.

이태원으로 향하는 중 택시 운전사에게 “심야 시간에 이태원에서 택시를 잡는 게 어렵냐”고 물으니 택시 운전사 A씨는 “기본적으로 일반 택시가 이태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차가 너무 많이 막히고, 이태원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태원을 빠져나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린다. 교통문제가 심각한데 용산구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역 인근 길거리에 자가용이랑 렌터카가 줄지어 주차돼있는데, 이 사람들 중에는 승객에게 ‘현금으로 돈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불법”이라고 분개했다.  

날뛰는
불법 택시

A씨는 “일반 택시 운전사는 하루 일해서 순수익 20만원을 벌기가 어렵다. 가스값, 보험료, 4대보험 등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법은 이런 게 없다. 현금을 가져 가니까. 심야 택시비를 올린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먼저 주차단속이랑 불법 택시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법 택시 영업을 하는 택시 운전사는 전체 택시 운전사에 비해 소수며, 모든 택시 운전사의 잘못이 아니란 걸 정확하게 확인하고 보도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도착지에 다가갈수록 A씨의 말처럼 이태원역 인근부터 차량 정체가 심했다. 

어쨌든 이태원의 밤은 화려했다. 특히 해밀톤 호텔 바로 뒤인 ‘이태원 세계음식 거리’는 직선거리가 300m로 걸으면 총 3분 정도의 걸리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사람이 많아 앞으로 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이태원에는 한국의 밤 문화를 즐기러 온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은 한국의 청년이었다. 사람들은 야외 테라스가 제공되는 펍의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유명 클럽을 입장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 서로 뒤엉켜 있었고, 그마저도 내부 클럽 인원이 가득 차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도 없었다. 기다려서 들어간 클럽 내부 역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버스 막차 시간인 밤 12시가 지나고부터 이태원역 인근의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이태원역 주변 대략 600m 거리의 1차선 도로에는 더 이상 주차할 수 없을 정도로 승용차나 택시들로 가득 찼다.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중심으로는 택시가 주차돼있었다.

길거리에는 택시 호출 앱으로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길바닥에 앉아서 택시를 잡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새벽 1시가 다 돼갈 때쯤 택시 호출 3개 앱으로 택시를 잡아봤다. 출발지는 이태원역이고, 도착지는 강남역이었다. 우선 택시 플랫폼인 ‘카카오’와 ‘타다’는 아무리 시도를 많이 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우버 앱인 ‘우티’로만 택시가 잡혔다. 이것도 여러 차례 시도해 나온 결과였다. 핸드폰으로 택시를 잡는 것은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했다. 택시를 잡는 데 1시간이 걸릴지, 2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도로에는 빈 택시가 즐비했다.

3만원 이상 
많이 내야


도로의 빈 택시가 일반 택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의 모든 택시에 ‘예약’ ‘휴무’라고 불이 들어와 있고 서행 중이었다. 길거리에 택시를 정차해 놓고 택시 운전사가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쯤부터는 사람들이 직접 도로에 나가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도로 중간까지 나간 사람도 많았다. 아무리 차가 서행 중이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술에 취한 사람,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 등이 많아 위험천만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목적지가 을지로인데 이태원에서는 15분 걸린다. 대부분은 목적지를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간다. 이유를 모르겠다”며 “벌써 1시간 넘게 택시를 잡고 있다. 이태원은 새벽 시간이 지날수록 더 택시가 안 잡힌다. 오랜만에 이태원에 왔는데 발도 아프고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잠실로 가는 택시를 잡는 20·30대 여성도 있었다. 이들은 “카카오택시는 전혀 잡히지 않는다. 도로에 있는 예약 차량을 잡으려고 하면 ‘경기도 간다’ ‘안양 간다’고 승차를 거부했다”며 “보통은 얼굴을 보지도 않고 가라고 한다. 이런 택시가 제일 많다. 이태원은 자주 오는데 새벽 2시부터는 택시가 정말 잡히지 않는다”고 답했다. 

새벽 2시30분쯤 기자는 도로의 택시를 직접 잡기 시작했다. ‘예약’ 간판이 켜져 있는 택시 근처로 가니 앞 문의 창문을 열렸다. 기자가 “강남역까지 가나요”라고 물어보자, 택시 운전사는 대답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한 택시는 아예 얼굴을 보고 그냥 지나쳤다. 한 택시는 “강남역까지 3만5000원 주면 간다”며 그 이하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또 다른 택시는 “나는 경기도 택시니까 강남역은 3만5000원에 간다”고 말했다. 기자가 다시 “그러면 경기도 과천은 얼마에 가냐”고 물어보자 “경기도 과천은 멀어서 5만5000원에 간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기자는 과천까지 그 금액으로 가겠다며, 대신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택시 운전사는 “이거 불법인데 신고하려고 하지?”라고 언성을 높이며 지나가 버렸다. 

막차가 끊긴 이태원에서 택시를 타려면 택시 운전사가 부르는 가격을 현금으로 내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26세 한씨는 이태원 불법 택시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한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는 이태원에 안 왔다. 올해 4월쯤부터 다시 이태원에 왔는데, 친구들이랑 놀다 보면 새벽 1~2시까지는 논다. 귀가하려고 할 때 호출 앱을 사용하는데 잡히질 않았다”며 “도로에는 빈 택시가 많은데 안 잡혔다. 서 있는 택시는 대체로 안 간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 조직적 조폭식 활동
영수증 불가 “신고하니까 안 돼” 

이어 “‘수원만 간다’거나 ‘인천만 간다’고 한다. 택시가 안 잡혀서 이태원 상가 계단에 누워서 아침까지 잔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도대체 왜 안 갈까’하고 택시 운전사에게 금액을 더블로 주겠다고 했더니 금액을 흥정해줬다”며 “술을 마시고 집에 가고 싶으니 불법인 걸 알면서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보통은 돈을 더 주면 간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태원 지하철역에 들어가 보면 아침까지 자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택시 운전사들이 다 불법인 줄 알면서 이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상 숙박하려면 이태원은 너무 비싸다. 평일이 6만원 정도면, 휴일은 18만원까지 올라간다. 숙박 앱으로 예약하려면 또 안 된다. 전화로 직접 예약을 해서 현금을 달라고 한다”며 “이 부분은 고쳐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불법을 하지 않는 택시 운전사도 있는데 그런 분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1만원도 안 나오는 거리를 몇 배로 높이는 것은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한 택시 운전사는 이태원 길거리의 정차된 자동차 사진을 찍을 때 다가와서 “왜 내 택시를 찍냐”고 욕설을 하며 다짜고짜 화를 내기도 했다.

택시 운전사 B씨는 불법 택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B씨는 “예약을 걸어 놓는 건 손님이 어디 갈지 모르니까 예약을 걸어놓은 것이고 한국 사람은 금액이 너무 높으니까 대부분 안 탄다”며 “보통 1만원에 갈 거리를 3만원에 간다고 하는데 외국인들은 100% 탄다”고 귀띔했다.

이어 “아예 호텔에서 택시 타고 오라고 명함을 준다. 한국인은 안 가고 외국인은 가니까, 지도도 못 보고, 둘러서 가도 신경 안 쓴다. 그래서 택시 운전사들이 한국인이라서 물어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택시업계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개인택시운송 사업자 조합 관계자 역시 이태원 불법 택시에 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한 서울개인택시운송 사업자 조합 관계자는 “지금 이태원에 택시를 몰고 가면 그곳은 불법의 온상인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택시 잘못도 있지만, 교통 문제도 있다”며 “일반 승용차가 도로에 불법 주차 때문에 차량 진입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서울시에서는 주차 문제를 해결해서 통행이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로에 주차돼있으니 한 개 차선만 이용한다. 이태원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일부 택시 운전사가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보통 중형 택시, 고급 택시, 모범택시는 불법을 안 한다. 보통 K7 차량이 많고 그룹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평범한 택시 운전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택시 운전사가 거기서 자리를 잡으려면 분명 싸움이 날 것이다. 이태원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서울시에서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속?
“없다”

이태원이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시점은 4월부터다. 그렇다면 6개월 동안이나 불법 택시 영업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태원 택시 문제에 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연간 단속 계획을 세워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단속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단속 계획 외에 다른 계획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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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