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패스트트랙 시나리오

멍 때리다 당한다 ‘선빵불패’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헌정 역사에서 역대 특별검사팀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들은 몇몇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켰고 국내 굴지의 기업 오너들을 처벌했으며,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들을 시원하게 해결하곤 했다. 그런 탓에 정치권은 특검을 ‘여론 전환용’으로 자주 사용한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사례가 그렇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기소당했기 때문이다. 대선 사건 공소시효가 끝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검찰은 이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의 재판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재판장으로
그 결과는?

가만히 있을 민주당이 아니었다.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고, 곧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기소마저 구체화되자,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도 같이 구체화하겠다고 나섰다.

검찰의 ‘수사 의지’가 한쪽 진영에만 쏠려 있다는 것이 ‘김건희 특검법’ 강행의 이유였다. 민주당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있는 상태다.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경찰청은 검찰의 성남FC에 대한 보완 수사 지시로 몇 개월간 재수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측은 이 대표가 제3자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지었다고 언론에 알렸다. 제3자 뇌물 공여죄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약속함’으로 성립하는 범죄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FC의 구단주로 활동했던 적이 있다. 성남FC는 본래 통일교 산하에 있던 ‘성남 일화 천마 축구단’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통일교가 점차 축구단에 지원을 줄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3년에 구단 매각을 전격 추진했다. 

이미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은 성남 일화를 매각한다고 선언하자, 성남시민들로 구성된 구단 팬들이 반발했다. 팬들은 성남시에 구단을 사줄 것을 권유했고, 성남시는 그 요청을 받아들여 성남 일화를 사들였다. 성남 일화가 성남시민의 성남FC로 바뀌는 과정에 이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뒤, 2014년 재선에 성공해 총 8년간 성남시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당시 야당 성남시의원들의 구단 매입 반대에 맞서 이 대표는 “운영비를 기업 후원금으로 대체하겠다”고 호언장담해 시의회를 설득해냈다. 결국 이 대표는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실제로 170억가량의 후원금을 성남FC에 유치시켰다.

성남FC에 후원금을 지급한 주요 기업들은 총 6곳으로 ▲두산건설(55억원) ▲네이버(39억원) ▲NH농협은행(36억원) ▲분당차병원(33억원) ▲알파돔시티(5.5억원) ▲현대백화점 판교점(5억)이다. 지난해 경찰 조사 때 6개 기업의 혐의는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찰의 재수사로 두산건설의 후원금 55억원만큼은 ‘제3자 뇌물공여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이 대표가 55억원의 후원금에 대한 대가로 두산 측이 소유한 병원 부지 3000여평의 용도변경을 허가해줬다고 판단했다. 성남시가 허가한 용도변경을 통해 두산 측이 막대한 이익을 챙길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성남시는 당시 용도변경을 허가할 때, 두산건설 땅의 용적률과 건축 규모 등도 3배가량 높여줬다.

야당 대표 잇단 기소에 영부인 물고 맞불
새 범죄 정황 드러나…“김건희도 위험하다”

이로 인해 1991년 처음 두산 건설이 매입할 당시 가격이었던 70억여원의 땅이 현재 1조원가량으로 막대하게 상승한 상태다. 약 100배 이상의 이익이 두산건설에게 돌아간 셈이다. 즉, 두산건설이 성남시로부터 땅값의 약 100배 이상 오른 ‘특혜’를 받은 것, 그리고 그 두산건설이 성남FC에 55억여원의 ’후원금’을 제공한 것까지는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사실들을 ‘제3자뇌물공여죄’에 적용할 수 있냐는 것에 대해선 법리적 해석이 갈린다.

경찰은 해당 건을 ‘이 대표가 성남FC에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성남시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그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했다’고 봤으며 성남FC를 뇌물을 받은 ‘제3자’로 봤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반대 의견도 거세다. 스포츠구단에 대한 ‘운영 후원금’을 받은 것까지 문제 삼으면 정치 행위의 범위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민주당에선 그런 해석에 수사기관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다분히 정치적인 수사 행태로 보인다. 사실 성남FC 사건은 2018년 처음 신고가 들어간 오래된 사건”이라며 “지난 몇 년간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 대표의 정치적 위치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지사 시절 당선 무효형을 받았을 때는 또(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냈다가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는 수사를 ‘불송치’로 마무리지었다”며 “그러다 다시 이번 대선에서 지고, (이 대표가)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재수사 후 ‘제3자뇌물죄’를 적용시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사건을 이 대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이대로 간다면 이 대표의 나머지 혐의들도 모두 수사기관의 입맛대로 판단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렇듯 민주당의 걱정은 수사기관의 ‘수사 의지’가 한쪽에 쏠려있다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검찰 측은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를 기소할 때 ‘새로운 근거가 많이 나온 점’을 기소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근거’는 최근 김 여사에 대한 의혹에도 나온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새로운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보도된 녹취록에는 따르면 증권사 담당직원이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고 김 여사가 구매를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새로운 근거?
녹취록 폭로

직원이 김 여사에게 “오늘도 도이치모터스 살게요. 2500원까지”라고 말하면 김여사가 직원에게 “아 전화왔어요? 그럼 좀 사세요”라고 말하는 대화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이모씨가 주식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수익을 내달라는 취지로 아내(김건희 여사)가 계좌를 맡긴 것이고 도이치모터스 주식도 이씨가 알아서 산 것”이라고 해명한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해당 발언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때 했던 것으로, 이번에 기소된 이 대표의 발언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압박을 받자 지난 5일 윤 대통령 또한 ‘허위사실 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여사에 대한 새로운 정황이 나왔으니 범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저지른 범죄에 대한 고발이고 이는 9일 공소시효가 종료된다”며 “대법원 판례에 의해 대통령 재직 시에는 소추받지 않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다만 퇴임 후 얼마든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9일 전 접수한 것”이라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제 김 여사가 남았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아직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수사 기간 동안 검찰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난무했고, 갑론을박 끝에 최근 ‘무혐의’로 결론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맡은 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팀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 등 여러 참고인으로부터 김 여사와 관련한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고, 뚜렷한 증거 확보에도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적으로 소환조사까지 검토했지만 내부의 의견 차이로 이마저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것에 무게추를 두고 특검 카드를 빼들었다. 윤정부의 수사기관은 여러 정황상 믿을 수 없으니 신뢰할만한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맡기자는 취지다.

또 민주당은 특검이 주가조작 의혹에 더해 지난 5일 무혐의 결론을 받은 허위경력 기재 의혹, 코바나 컨텐츠 전시회와 관련한 뇌물성 후원 의혹 등을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법 수사 대상에 대해 민주당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등 주식 거래를 통해 부정한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 김 여사가 대학교 시간강사·겸임교원 지원 시 고의적·상습적으로 학력 및 근무경력을 위조한 이력서 등을 통해 사기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본회의까지 
속전속결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 법안에 따르면, 특검 임명 시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서 2명을 추천하고 그중에서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는 사실상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 2명중 윤 대통령이 지명하는 형태다.

특검팀의 규모는 약 65명 규모로 제안했다. 활동기간은 임명된 날부터 20일간 직무 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고, 준비기간이 끝난 다음 날부터 70일간 수사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가결까지는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까지도 매우 까다롭다. 최초 발의된 모든 법률안은 해당 법을 소관하는 각 상임위에서 일일이 심사한 후에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로 넘긴다. 각 상임위에서 심사한 법을 법사위에서 최종 심사한 후에 본회의로 보내는 방식이다.

상임위 통과나 법사위 통과가 되지 않으면 본회의까지 가지도 못한다.

발의된 법 중 대부분의 경우는 상임위 단계에서 막혀 오랫동안 계류되거나 폐기된다.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사위에서 막히면 이 또한 폐기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법사위원장의 역할이 막강하다. 법사위원장은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들을 본회의에 올려 보내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

법사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법안 처리 속도를 내게 할 수도, 지연시킬 수도 있다. 심지어 거부할 권리까지 주어진다. 국회 후반기 원구성 전,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크게 대립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기나긴 싸움 끝에 제21대 국회 하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에게 돌아갔다. 이 때문에 정통한 방법으로는 ‘김검희 특검법’을 본회에 상정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측 내부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시다시피 ‘그냥’은 법사위를 통과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패스트트랙은 ‘식물 국회 방지법’의 일환으로 도입된 방법이다.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면 법사위 심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로의 상정이 가능하다. 법사위원 60%, 또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60%(180명)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은 총 169명으로 180석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법사위 구조상 조정훈 역할 주목 
대통령 거부하게 만드는 게 목표?

이 때문에 민주당은 ‘법사위원 60%의 동의’를 노리고 있다. 전체 법사위원 정수 18명 중 민주당 의원은 10명이다.나머지 8명 중은 국민의힘 의원이 7명이고, 비교섭단체 의원 1명이 포진돼있다.

이 비교섭단체 의원 한 명이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다. 그가 이번 특검법에서 ‘키맨’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다. 민주당은 조 의원을 포섭할 것을 이번 특검법 통과의 주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조 의원은 그런 민주당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에 친화적인 태도를 취했던 조 의원이 지난 검수완박 강행 처리 때부터 민주당에 반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지난 4월 본인의 SNS에 “(검수완박이)완수된다고 해서, 정말 부패권력 척결이 가능해질까”라며 “개혁방식을 두고 한국사회가 분열하더니 이제는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정치 편가르기’의 영역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후 각종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검찰을 개혁하자는 취지 자체를 의심하고, 이것이 결국에 불가능할뿐더러 검찰개혁을 미끼로 민주당이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검수완박 반대로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저지를 위해 필요한 180석에 1석이 못 미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그는 당시 “나는 필리버스터 저지에 동참할 뜻이 없다”며 “검찰개혁 의제가 최우선 의제가 아니라고 확신했기 떄문이다. 지금은 민생이 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때의 반대가 이번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조 의원은 검수완박에 이어 김건희 특검법 또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현 가능성조차 극히 낮은 특검법을 발의해 민주당이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의심에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검법은)현실성이 없는 경로라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며 “이건 결국 과정에서의 소음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에 내가 초대받은 적도 없고 참가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그 쇼 포스터에 ‘출연 조정훈’ 이렇게 써놓으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의 말대로 특검법이 최종 공포될 리는 만무하다. 조 의원의 전격적인 동의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문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본회의에 상정하기만 하면 가결까지는 일사천리다.

본회의에서 법안을 가결하려면 전체 과반 출석에 과반 동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의석수는 전체 과반이 훌쩍 넘는다. 그러나 대통령이 가결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전체 과반이 아닌 국회 2/3의 동의(200표 이상)가 필요하다.

현재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표는 200표 이상의 동의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친야 성향 정당들의 표를 더한다고해도 170석을 간신히 넘기는 정도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돼있는 상태에서 뭐하러 인력 낭비를 하느냐는 것이 조 의원의 일관된 주장이다.

소신이냐?
타협이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15일 본인의 SNS에 “거두절미, 의원님의 소신을 존중한다”면서도 “조 의원이 어떻게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더불어시민당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된 뒤 시대전환으로 복귀한 조 의원의 이력을 지적한 것이다. 조 의원의 결정을 민주당이 과거의 이력을 들어 겁박하고 있는 가운데, 조 의원이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정계는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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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