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패스트트랙 시나리오

멍 때리다 당한다 ‘선빵불패’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헌정 역사에서 역대 특별검사팀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들은 몇몇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켰고 국내 굴지의 기업 오너들을 처벌했으며,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들을 시원하게 해결하곤 했다. 그런 탓에 정치권은 특검을 ‘여론 전환용’으로 자주 사용한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사례가 그렇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기소당했기 때문이다. 대선 사건 공소시효가 끝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검찰은 이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의 재판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재판장으로
그 결과는?

가만히 있을 민주당이 아니었다.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고, 곧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기소마저 구체화되자,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도 같이 구체화하겠다고 나섰다.

검찰의 ‘수사 의지’가 한쪽 진영에만 쏠려 있다는 것이 ‘김건희 특검법’ 강행의 이유였다. 민주당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있는 상태다.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경찰청은 검찰의 성남FC에 대한 보완 수사 지시로 몇 개월간 재수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측은 이 대표가 제3자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지었다고 언론에 알렸다. 제3자 뇌물 공여죄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약속함’으로 성립하는 범죄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FC의 구단주로 활동했던 적이 있다. 성남FC는 본래 통일교 산하에 있던 ‘성남 일화 천마 축구단’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통일교가 점차 축구단에 지원을 줄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3년에 구단 매각을 전격 추진했다. 

이미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은 성남 일화를 매각한다고 선언하자, 성남시민들로 구성된 구단 팬들이 반발했다. 팬들은 성남시에 구단을 사줄 것을 권유했고, 성남시는 그 요청을 받아들여 성남 일화를 사들였다. 성남 일화가 성남시민의 성남FC로 바뀌는 과정에 이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뒤, 2014년 재선에 성공해 총 8년간 성남시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당시 야당 성남시의원들의 구단 매입 반대에 맞서 이 대표는 “운영비를 기업 후원금으로 대체하겠다”고 호언장담해 시의회를 설득해냈다. 결국 이 대표는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실제로 170억가량의 후원금을 성남FC에 유치시켰다.

성남FC에 후원금을 지급한 주요 기업들은 총 6곳으로 ▲두산건설(55억원) ▲네이버(39억원) ▲NH농협은행(36억원) ▲분당차병원(33억원) ▲알파돔시티(5.5억원) ▲현대백화점 판교점(5억)이다. 지난해 경찰 조사 때 6개 기업의 혐의는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찰의 재수사로 두산건설의 후원금 55억원만큼은 ‘제3자 뇌물공여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이 대표가 55억원의 후원금에 대한 대가로 두산 측이 소유한 병원 부지 3000여평의 용도변경을 허가해줬다고 판단했다. 성남시가 허가한 용도변경을 통해 두산 측이 막대한 이익을 챙길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성남시는 당시 용도변경을 허가할 때, 두산건설 땅의 용적률과 건축 규모 등도 3배가량 높여줬다.

야당 대표 잇단 기소에 영부인 물고 맞불
새 범죄 정황 드러나…“김건희도 위험하다”

이로 인해 1991년 처음 두산 건설이 매입할 당시 가격이었던 70억여원의 땅이 현재 1조원가량으로 막대하게 상승한 상태다. 약 100배 이상의 이익이 두산건설에게 돌아간 셈이다. 즉, 두산건설이 성남시로부터 땅값의 약 100배 이상 오른 ‘특혜’를 받은 것, 그리고 그 두산건설이 성남FC에 55억여원의 ’후원금’을 제공한 것까지는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사실들을 ‘제3자뇌물공여죄’에 적용할 수 있냐는 것에 대해선 법리적 해석이 갈린다.

경찰은 해당 건을 ‘이 대표가 성남FC에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성남시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그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했다’고 봤으며 성남FC를 뇌물을 받은 ‘제3자’로 봤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반대 의견도 거세다. 스포츠구단에 대한 ‘운영 후원금’을 받은 것까지 문제 삼으면 정치 행위의 범위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민주당에선 그런 해석에 수사기관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다분히 정치적인 수사 행태로 보인다. 사실 성남FC 사건은 2018년 처음 신고가 들어간 오래된 사건”이라며 “지난 몇 년간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 대표의 정치적 위치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지사 시절 당선 무효형을 받았을 때는 또(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냈다가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는 수사를 ‘불송치’로 마무리지었다”며 “그러다 다시 이번 대선에서 지고, (이 대표가)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재수사 후 ‘제3자뇌물죄’를 적용시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사건을 이 대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이대로 간다면 이 대표의 나머지 혐의들도 모두 수사기관의 입맛대로 판단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렇듯 민주당의 걱정은 수사기관의 ‘수사 의지’가 한쪽에 쏠려있다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검찰 측은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를 기소할 때 ‘새로운 근거가 많이 나온 점’을 기소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근거’는 최근 김 여사에 대한 의혹에도 나온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새로운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보도된 녹취록에는 따르면 증권사 담당직원이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고 김 여사가 구매를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새로운 근거?
녹취록 폭로

직원이 김 여사에게 “오늘도 도이치모터스 살게요. 2500원까지”라고 말하면 김여사가 직원에게 “아 전화왔어요? 그럼 좀 사세요”라고 말하는 대화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이모씨가 주식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수익을 내달라는 취지로 아내(김건희 여사)가 계좌를 맡긴 것이고 도이치모터스 주식도 이씨가 알아서 산 것”이라고 해명한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해당 발언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때 했던 것으로, 이번에 기소된 이 대표의 발언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압박을 받자 지난 5일 윤 대통령 또한 ‘허위사실 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여사에 대한 새로운 정황이 나왔으니 범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저지른 범죄에 대한 고발이고 이는 9일 공소시효가 종료된다”며 “대법원 판례에 의해 대통령 재직 시에는 소추받지 않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다만 퇴임 후 얼마든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9일 전 접수한 것”이라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제 김 여사가 남았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아직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수사 기간 동안 검찰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난무했고, 갑론을박 끝에 최근 ‘무혐의’로 결론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맡은 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팀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 등 여러 참고인으로부터 김 여사와 관련한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고, 뚜렷한 증거 확보에도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적으로 소환조사까지 검토했지만 내부의 의견 차이로 이마저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것에 무게추를 두고 특검 카드를 빼들었다. 윤정부의 수사기관은 여러 정황상 믿을 수 없으니 신뢰할만한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맡기자는 취지다.

또 민주당은 특검이 주가조작 의혹에 더해 지난 5일 무혐의 결론을 받은 허위경력 기재 의혹, 코바나 컨텐츠 전시회와 관련한 뇌물성 후원 의혹 등을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법 수사 대상에 대해 민주당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등 주식 거래를 통해 부정한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 김 여사가 대학교 시간강사·겸임교원 지원 시 고의적·상습적으로 학력 및 근무경력을 위조한 이력서 등을 통해 사기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본회의까지 
속전속결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 법안에 따르면, 특검 임명 시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서 2명을 추천하고 그중에서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는 사실상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 2명중 윤 대통령이 지명하는 형태다.

특검팀의 규모는 약 65명 규모로 제안했다. 활동기간은 임명된 날부터 20일간 직무 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고, 준비기간이 끝난 다음 날부터 70일간 수사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가결까지는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까지도 매우 까다롭다. 최초 발의된 모든 법률안은 해당 법을 소관하는 각 상임위에서 일일이 심사한 후에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로 넘긴다. 각 상임위에서 심사한 법을 법사위에서 최종 심사한 후에 본회의로 보내는 방식이다.

상임위 통과나 법사위 통과가 되지 않으면 본회의까지 가지도 못한다.

발의된 법 중 대부분의 경우는 상임위 단계에서 막혀 오랫동안 계류되거나 폐기된다.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사위에서 막히면 이 또한 폐기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법사위원장의 역할이 막강하다. 법사위원장은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들을 본회의에 올려 보내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

법사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법안 처리 속도를 내게 할 수도, 지연시킬 수도 있다. 심지어 거부할 권리까지 주어진다. 국회 후반기 원구성 전,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크게 대립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기나긴 싸움 끝에 제21대 국회 하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에게 돌아갔다. 이 때문에 정통한 방법으로는 ‘김검희 특검법’을 본회에 상정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측 내부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시다시피 ‘그냥’은 법사위를 통과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패스트트랙은 ‘식물 국회 방지법’의 일환으로 도입된 방법이다.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면 법사위 심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로의 상정이 가능하다. 법사위원 60%, 또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60%(180명)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은 총 169명으로 180석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법사위 구조상 조정훈 역할 주목 
대통령 거부하게 만드는 게 목표?

이 때문에 민주당은 ‘법사위원 60%의 동의’를 노리고 있다. 전체 법사위원 정수 18명 중 민주당 의원은 10명이다.나머지 8명 중은 국민의힘 의원이 7명이고, 비교섭단체 의원 1명이 포진돼있다.

이 비교섭단체 의원 한 명이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다. 그가 이번 특검법에서 ‘키맨’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다. 민주당은 조 의원을 포섭할 것을 이번 특검법 통과의 주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조 의원은 그런 민주당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에 친화적인 태도를 취했던 조 의원이 지난 검수완박 강행 처리 때부터 민주당에 반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지난 4월 본인의 SNS에 “(검수완박이)완수된다고 해서, 정말 부패권력 척결이 가능해질까”라며 “개혁방식을 두고 한국사회가 분열하더니 이제는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정치 편가르기’의 영역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후 각종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검찰을 개혁하자는 취지 자체를 의심하고, 이것이 결국에 불가능할뿐더러 검찰개혁을 미끼로 민주당이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검수완박 반대로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저지를 위해 필요한 180석에 1석이 못 미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그는 당시 “나는 필리버스터 저지에 동참할 뜻이 없다”며 “검찰개혁 의제가 최우선 의제가 아니라고 확신했기 떄문이다. 지금은 민생이 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때의 반대가 이번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조 의원은 검수완박에 이어 김건희 특검법 또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현 가능성조차 극히 낮은 특검법을 발의해 민주당이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의심에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검법은)현실성이 없는 경로라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며 “이건 결국 과정에서의 소음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에 내가 초대받은 적도 없고 참가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그 쇼 포스터에 ‘출연 조정훈’ 이렇게 써놓으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의 말대로 특검법이 최종 공포될 리는 만무하다. 조 의원의 전격적인 동의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문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본회의에 상정하기만 하면 가결까지는 일사천리다.

본회의에서 법안을 가결하려면 전체 과반 출석에 과반 동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의석수는 전체 과반이 훌쩍 넘는다. 그러나 대통령이 가결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전체 과반이 아닌 국회 2/3의 동의(200표 이상)가 필요하다.

현재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표는 200표 이상의 동의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친야 성향 정당들의 표를 더한다고해도 170석을 간신히 넘기는 정도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돼있는 상태에서 뭐하러 인력 낭비를 하느냐는 것이 조 의원의 일관된 주장이다.

소신이냐?
타협이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15일 본인의 SNS에 “거두절미, 의원님의 소신을 존중한다”면서도 “조 의원이 어떻게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더불어시민당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된 뒤 시대전환으로 복귀한 조 의원의 이력을 지적한 것이다. 조 의원의 결정을 민주당이 과거의 이력을 들어 겁박하고 있는 가운데, 조 의원이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정계는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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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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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