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화사 뒷배?’ 무료 장례 서비스의 이면

대형 사찰 등에 업고 공짜 홍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장례는 일반인의 인식보다 훨씬 전문적인 영역이다. 타인의 죽음을 자주, 가까이에서 보는 일부 특수 직업을 제외하면 일반인이 장례를 치르는 횟수는 평생에 걸쳐 한 손에 꼽는 게 대부분이다. 역으로 말하면 일반인은 그만큼 장례 영역에 무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평균 약 30만명이 사망한다. 202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그해 총사망자 수는 30만4948명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835명이 세상을 떠나는 셈이다.

진짜 무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망자 수는 당분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은 피부로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한 개인이 평생 살아가면서 장례를 직접 치루는 횟수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 

여기에 장례업이 성행하면서 개인이 장례에 관여하는 부분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대형 상조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장례지도사도 크게 늘었다. 전화 한 통이면 장례의 A부터 Z까지 모든 절차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넘치도록 많아졌다. 

그 결과 장례대행업체 사이의 경쟁이 심화됐다. 특히 선불제 상조회사가 망하면서 고객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했고 그로 인해 다양한 방식의 장례대행업체가 등장했다. 이때 후불식 상조회사와 함께 늘어난 게 개인 장례지도사가 운영하는 장례대행업체다.


사업의 성패는 고객 유치에서 갈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질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가격을 후려쳐 일단 고객을 모으고 보자는 ‘얌체’ 장례대행업체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장례에는 많은 돈이 든다는 일반적인 인식의 틈을 파고들어 ‘무료’ ‘저가’ 등의 문구로 고객을 현혹시킨다는 것.

최근 대구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 장례업계가 시끄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 위치한 대형 사찰, 요양병원 등에서 ‘무료 장례 지원’ 문구가 담긴 대형 배너와 현수막이 발견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무료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해당 장례대행업체가 지원한다고 홍보하는 무료 장례 서비스가 대구에서 가장 큰 사찰로 알려진 동화사와 연관돼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동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으로 그 유구한 역사를 배경으로 많은 불자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동화사에 자리한 대형 배너에는 ‘대한불교조계종 팔공총림 동화사 무료장례서비스’라는 문구가 담겨있다.

대구 지역 대형사찰·요양병원
배너·현수막·전단지 등장 논란

동화사에서 진행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배너에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무료 장례 지원(수의, 관, 입관 용품 일체, 염습, 빈소 용품, 입실 도우미, 남자예복 2SET, 여자예복 4벌, 3일 동안 장례지도사 1명 지원) ▲제공되는 용품은 전국 장례식장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용품입니다 ▲내 가족처럼 정성을 다해 무료 장례를 도와드립니다 ▲무료 지원 장례 혜택은 반드시 사전상담 후 받으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문구 밑으로는 자신을 본부장이라고 칭한 최모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최하단에는 동화사를 상징하는 앰블럼과 함께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팔공총림 동화사’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배너는 지난해 9월에도 동화사에 놓여있었다. 

지난해 9월21일 동화사를 찾은 한 방문객은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배너 사진과 함께 ‘동화사에서는 무료 장례 지원도 해줍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작성했다. 작성자는 무료 장례 지원을 동화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무료 장례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배너와 전단지, 현수막은 동화사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의 또 다른 사찰인 안일사, 요양병원, 한국불교대학 등에 자리하고 있거나 자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단지에는 ‘대한불교연합회’라는 단체명이 대한불교 조계종 앰블럼과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대구 지역 곳곳에서 해당 문구가 담긴 배너와 현수막이 발견되면서 최 본부장이 말하는 무료 장례 지원 서비스가 실제 무료인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대구 지역의 장례지도사들은 “돈을 한 푼도 안 들이고 치르는 장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소로 잡아도 160만~200만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치실과 입관실 등 시설 사용료만도 수십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자체의 의뢰를 받아 장례대행업체가 재능기부 형태로 장례를 치를 경우 유가족이 부담해야 할 돈이 없을 때도 있다”며 “그럴 땐 지자체에서 장례대행업체에 돈을 지급하는데 그 액수가 16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 비영리법인에서 진행하는 무료 장례 지원 서비스 역시 ‘시민의 후원금’으로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유가족이 부담하는 액수가 없을 수는 있지만 돈이 아예 들지 않는 방식의 ‘무료 장례’는 없다는 뜻이다. 

‘사전상담’ 단서 조항
‘시장교란’ 업계 혼란

대구의 장례지도사들은 “최 본부장이 홍보하는 무료장례 지원 서비스는 장례 절차 전부를 무료인 것처럼 유가족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무료 지원 장례 혜택은 반드시 사전상담 후 받으실 수 있습니다’라는 단서 조항을 통해 교묘하게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료가 아닌데 무료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까지 챙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 본부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배너에 나와 있는 것(수의, 관 등)은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며 “시신을 싣는 영구차나 유가족이 타는 유가차 등은 돈이 들어간다고 사전상담에서 고지한다”고 해명했다. 전부 무료가 아니어서 반발하는 유가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장례 이후에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는 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유가족을 등쳐먹는 사기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본부장은 동화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계종 교구 본사인 동화사가 최 본부장이 주도하는 무료 장례 지원 서비스에 언급되는 이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서비스에서 동화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었다. 


이 부분에 대해 최 본부장은 동화사와 MOU(업무협약)를 맺었다고 답했다. 한국불교대학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불광사 주지를 지내고 현재 동화사 주지를 맡고 있는 사요 스님과도 알고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 본부장은 지난해 7월까지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와 위탁 계약을 맺고 장례대행업체를 운영한 바 있다. 

동화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취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무료 장례 지원 서비스에 대해 묻자 “배너에 써있는 사람(최 본부장)에게 물어보라”며 전화를 뚝 끊었다. 재차 전화를 걸자 또 다른 관계자가 받아 “협약을 맺은 것 같긴 하다.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 주지 스님과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계종이?

대구 지역의 또 다른 장례지도사는 “최 본부장이 무료 장례라고 홍보하지 않고 무료 부분과 유료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만 해놨어도 이 같은 문제제기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방식의 홍보가 계속되면 결국 유가족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무료라는 말에 이끌린 유가족은 질 낮은 서비스를 받아도 항의 한 번 못하고 끌려 다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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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