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경북도지사 재선 이철우

“더 이상 TK 패싱은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말이 아닌 발로 뛰는 도지사’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이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처음 경북도지사직을 맡으면서 경북 곳곳을 누비고 다닌 거리를 계산하면 한 해 평균 12만㎞가 넘는다. 발로 하는 행정을 통해 재선에 성공한 이 지사는 유독 이번 당선에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가정보원 국장부터 3선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를 경험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멍석 정치로 이름을 날렸고,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 도지사와 일하면 실·국장급은 괴롭다고 호소한다. 이 지사가 새벽 일찍 경북 관련 기사를 공유해 미리 대책을 준비하도록 해서다. <일요시사>가 이 지사에게 영남권 신공항 건설, 윤석열정부와의 협치 방식, 정치 현안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수학교사로 첫 사회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경북 상주와 의성에서 5년간 교직 생활을 한 뒤 지금의 국정원을 거쳐 2005년 경북도 부지사로 기용돼 2년2개월 동안 활동했습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으로부터 고향인 경북 김천에 전략공천돼 초반 2대 8이라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리던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이후 저는 국회의원 3선을 역임했습니다.

경북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중심이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변방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경북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경북이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지난 민선 7기 선거에서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경북도지사 재선에 성공하셨습니다


▲도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다시 도정을 맡겨 주셨습니다. 초선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도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성원은 경북을 위해서, 또 대한민국을 위해 더 큰 머슴이 되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하고 말이 아니라 발로 뛰는 현장 도지사가 되겠습니다.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고 달려가는 승풍파랑의 도전정신으로 큰 정치, 큰 인물로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이유는 대통령, 도지사, 기초단체장이 원팀이 돼 예산도 많이 확보하고 지역을 발전시켜 달라는 도민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년 동안의 성과를 꼽으신다면?

▲우선 저는 민선 7기 4년 동안 도정을 혁신해 청렴하고 일 잘하는 경북도청을 만들었습니다. 민선 7기 공약이행평가 전 분야 최우수(SA), 공공기관 청렴도 2년 연속 전국 최고등급, 경북도청 내부 청렴도 역시 17개 시·도 가운데 1등급을 달성했습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우리 도가 국비 예산 10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투자 유치도 국내 기업 8조5000억원, 해외기업 1024억원, 등 지난 4년 동안 31조 20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성과라면 여러 갈래의 장벽을 뚫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문제를 확정 지은 것입니다. 

-도지사님께서는 의원시절 멍석정치로 이름을 알리셨습니다

▲당시는 우리 국회가 ‘동물국회’ ‘식물국회’ 등 역대 최악의 국회였던 시기였습니다. 국회의원 집무실에 멍석을 깔아놨던 것은 저부터 우리 정치를 곪게 만든 요인들을 멍석에 둘둘 말아 국민으로부터 박수받는 정치를 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경상북도, 대한민국 중심 도시로
“승풍파랑의 도전정신 발휘하겠다”

그러나 제대로 멍석말이도 못하고 국회를 떠난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도지사가 되고 나서도 집무실에 멍석을 깔아놨는데 빨리 정치가 옳은 궤도에서 비행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북도지사는 여권 소속으로 도지사직을 하게 되십니다

▲지난 4년간 TK(대구·경북) 패싱은 없다며 예산을 따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알아야 도지사를 한다’ ‘무는 개는 돌아본다’ 같은 나름의 원칙을 실천한 결과입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70%가 넘는 대구·경북의 표심에 감동했고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도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분위기로 봐서는 경북을 발전시킬 예산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선 과정에서 맺어진 따사로운 인연들을 잘 추슬러서 정부와 호흡을 맞춰 경북 수확의 계절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경북 땅은 전국에서 제일 넓습니다. 경북도정 운영의 핵심을 어디에 맞춰 나갈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도민이 투표해주신 결과에 제 혼을 담아 희망이 샘솟는 경북을 짓겠습니다. 보다 더 큰 정치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경북 건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앙과 지방 간 격차가 큽니다. 윤 대통령도 국민이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듯이 지방을 살리는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지방화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단순히 중앙정부 예산에 의존하기보다는 헌법 개정 등을 통해 지방자치의 제도화가 검토돼야 합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자치를 실현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북 인구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비단 경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총인구도 지난해 기준 2만900명 정도가 줄었습니다. 경북은 합계 출산율 1명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국에 지방소멸 고위험지역 30곳 가운데 경북에만 7곳이 있을 정도여서 이제 인구 감소는 생존 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가 됐습니다. 의성에 이웃사촌시범마을 조성하고, 스마트 팜을 만드는 것도 청년을 끌어들이거나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는 청년들을 붙잡아 두자는 취지입니다.

“신공항 반드시 이뤄낼 것”
인구 문제 시급한 선결과제


현재 전국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소멸대응종합계획을 만들고 청년인구 정착을 위한 청년애(愛)꿈수당을 지원하는 등 도민 체감형 정책으로 인구소멸 위험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경북의 주요 이슈는 신공항건설과 군위군 편입 문제입니다

▲군위를 대구에 편입시키는 안건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저는 이 약속이 6월 국회에서는 지켜지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약속했고,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약속을 했습니다. 이달에는 반드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말씀하시는 국비 지원과 경북도가 추진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둘 다 같은 국비 지원입니다. 단지 기부대양여는 지금 K2 공항 부지를 받은 겁니다. 210만 평을 현물로 받은 뒤 이걸 팔아서 공항을 짓는 겁니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긴축재정을 하게 되면 새만금, 가덕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등 3개 공항이 영향을 받게 돼 예산을 한꺼번에 투입하기 굉장히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러면 점점 더 공사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대구공항 부지를 판돈으로 시설을 해서 모자랄 때는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현재 방식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위군 대구 편입은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리라 믿습니다.


-재선 도지사로서 경제는 어떻게 방점을 찍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기업이 다시 찾는 기회의 땅, 경북을 만들어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성공시대를 여는 경북을 만드는 데 집중할 방침입니다. 과감한 규제혁신으로 첨단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해 수도권에 75%가 집중해 있는 첨단기업들이 경북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겠습니다.

대학과 기업이 한 팀이 돼 일자리를 만들고 대학도 살리는 연구 중심 혁신도정을 고도화할 방침입니다. 메타버스 산업단지, 초거대 클라우드팜 조성 같은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해 디지털시대의 선두 주자가 되는 도정을 펼칠 계획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민생 살리기 특별본부를 상시화하고 전통시장을 디지털시장으로 바꾸겠습니다.

일자리 관련 종합기구를 설치해 민생경제의 성공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도정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지난 민선 7기 경북 도정의 지속성과 확산성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하겠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민생경제 활력 증진과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할 수 있도록 민생경제 활력을 도정의 목표로 설정하겠습니다. 

청년의 역외 유출을 막고 저출산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 일자리 창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북도를 대한민국 일자리 요람으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협치
“윤석열 대통령 경북 발전 약속”

-대구와 내부적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말이 나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의 협치 복안을 알고 싶습니다

▲홍 당선인과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런 벽이 없습니다. 시장은 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있고, 도지사는 도지사 나름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큰 현안이 있으면 의논해서 해결하면 잘 풀릴 것입니다.

앞으로 홍 당선인과 찰떡궁합으로 큰 그림을 그려나갈 예정입니다. 홍 당선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아직 문제로 부딪쳐 본 적이 없지만 홍 당선인은 선견지명도 있고, 결단력도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홍 당선인과 함께 대구·경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어려운 숙제가 있으면 손을 맞잡고 실마리를 찾겠습니다. 힘을 합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나아가 대구·경북이 더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정부와 협치는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국회의원 3선, 당 최고위원·사무총장, 경북도지사로 활동하면서 관계를 가졌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예산을 더욱 확보하겠습니다.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한 팀이 돼 경북을 발전시킬 대형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야당 도지사가 아닌 여당 도지사가 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경북의 주요 현안 해결을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파는 장사고, 행정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어떤 정책이나 행정도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보다 우선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도민의 건강도 지키고, 경제도 살리고, 도민들 사기도 높이겠습니다. 달리는 말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난 4년간 힘차게 달려 왔지만 저는 아직도 걸어가야 할 몇 걸음이 더 남아 있기에 여기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남은 몇 걸음에 도민 여러분의 염원을 담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올려놓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과 반목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누구를 지지했건 경북의 발전의 염원은 모두가 한마음일 것입니다. 제 열정을 도민 화합을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가겠습니다. 

<ckcjfdf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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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