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노루그룹에서 의미심장한 지분 변화가 목격됐다. 아버지가 보유한 지주사 지분 일부를 아들 회사에서 넘겨받는 양상이 연출된 것이다. 덕분에 그룹 후계자는 자금 유출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지배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13일, 한영재 노루그룹 회장은 노루홀딩스 주식 60만주를 디아이티에 블록딜 방식으로 넘겼다. 매각금액은 70억원(주당 1만1650원)이고, 기존 35.08%였던 한 회장의 지분율은 30.57%로 축소됐다. 한 회장의 노루홀딩스 주식 매각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출혈 최소화
오너로부터 지주사(노루홀딩스) 주식을 매입한 디아이티가 그룹 후계자의 개인회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1994년 설립된 디아이티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영위하는 노루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다. 디아이티는 한 회장의 큰누나인 한현숙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곳이다. 하지만 2019년 4월 현숙씨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이후 한원석 노루홀딩스 전무가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 전무는 고 한정대 창업주의 손자이자, 한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미국 센터너리대 경영학을 전공했고, 2014년 그룹에 입사한 이후 착실히 기반을 넓혔다. 일찌감치 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된 한 전무는 올해 1분기 기준 디아이티를 비롯해 ▲노루알앤씨 ▲더기반 ▲노루밀라노디자인스튜디오 ▲노루홀딩스 홍콩법인 등 다수의 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다만 한 전무를 축으로 하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침표를 찍으려면 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주식을 한 전무가 직간접적으로 넘겨받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달 13일 기준 한 전무가 보유한 노루홀딩스 지분은 3.75%로, 아버지(35.08%)의 지분율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오너 주식 넘겨받은 장남 회사
돈 아끼고 지배력은 높였다
지주사 지분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했던 한 전무에게 우회 승계 카드로 활용된 게 바로 디아이티였다. 물론 디아이티의 최대주주가 지분 97.7%를 보유한 한 전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디아이티는 한 회장과의 블록딜을 통해 노루홀딩스 지분 4.51%를 확보했다. 이는 한 전무가 추가 자금의 투입 없이 지주사 지분율을 8.26%(한 전무 3.75% + 디아이티 4.51%)로 끌어올렸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13일 기준 디아이티와 한 전무는 각각 노루홀딩스 2대주주, 3대주주에 등재돼있다.
디아이티는 자금 지출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노루홀딩스 주식을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디아이티가 매입한 1주당 가격은 최근 1년 중 저점에 가깝다. 덕분에 지분 매입 과정에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디아이티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과 달리, 외형이 그리 큰 법인은 아니다. 외감 기관이 아닌 까닭에 회사 재정을 파악하려면 계열회사 재무제표를 통해 일부 항목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순식간에
일단 내실은 꽤나 양호한 수준이다. 총자산 160억원 가운데 114억원이 자본으로 인식되며, 매년 순이익을 달성한 데 힘입어 지금껏 100억원에 근접하는 이익잉여금이 쌓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디아이티는 지난해 매출 86억원, 영업이익 23억원, 순이익 37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27.14%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