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3)

고민은 나누면 반으로 줄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돈 문제만큼 사람 속 태우는 것 없어
친척의 부탁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나는 모른 체 하며 궁금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래서?”
내 물음에 이때다 싶은지 서둘러 하고픈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뭔가 엉킨 실마리를 푸는데 자네 같은 도사가 어디 있겠는가.”
“에이, 이 친구 농은 그만두게.”
“농담이 아닐세. 그날 내가 자네 얘기를 했더니 무조건 소개해달라고 해서 자네 의견도 묻지 않고 찾아온 거라네.”

발등 위 불똥

그리고는 진 사장이 다시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최 선배님! 접니다. 지금 어디계십니까? 예? 다 왔다고요? 그럼 제가 말씀드린 대로 임 이사님 방으로 오세요.”
이미 내 허락이라도 받은 듯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 역시 여기까지 왔으니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통화가 끝나고 이내 최 사장이라는 사람이 여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50대 초반의 나이답지 않게 아주 건장하니 키가 크고 잘생긴 호남 형이었다.
“아고, 선배님! 이제야 오시는교!”

진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평소 쓰지 않던 경상도 사투리까지 써가며 그를 맞이했다. 나는 좀 당혹스러웠지만 초면인 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내가 그에게 차를 권했다. 성격 급한 진 사장이 최 사장을 향해 먼저 말을 꺼내고 있었다.
“최 사장님요, 이제 인사말은 그만하고 고민 좀 털어놓아보이소.”
조금은 익살스러운 그의 채근에 최 사장이 머뭇하면서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금방 만나 인사한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이 뭔가 조금은 어색한지 잠시 딴전을 피운 후에 최 사장이 나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사님! 초면에 정말 죄송합니다. 회사일도 바쁘실 텐데 괜한 시간을 빼앗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시죠. 원래 ‘고민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들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법률전문가가 아니라서 법률상담은 해드릴 수 없지만, 여러 가지 관리 업무를 오랜 기간 하며 여러 경험을 토대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으니, 부담 없이 편하게 상의해 보시죠.”
그제야 머뭇거리던 최 사장이 마음먹고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차근차근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집안문제라서 딱히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제가 그만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사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저같이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업자들은 신용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신용불량자가 되니까 금융거래 중단은 물론, 주변에서 사채마저 끌어다 쓰기가 어려워 사업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최 사장은 문제의 본질보다 자신의 심정에 관련된 부연설명을 먼저 끄집어냈다. 나와 진 사장이 묵묵히 듣고 있는 동안, 그는 말을 하면서도 답답한지 탁자에 놓인 유리컵을 들어 반쯤 남은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를 지켜보고 있는 진 사장과 나도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없이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나는 여직원에게 시원한 물을 더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의 얘기가 이어지도록 질문을 던졌다.
“최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궁금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죠.”

“아, 예. 실은 제 처가가 딸만 여섯 자매를 둔 집안인데, 저희 아내가 셋째이고, 첫째 언니보다는 5살 아래입니다. 그 첫째 언니 남편이자 저와 손위 동서지간인 건설업을 하는 노 사장이 있습니다. 그 노 사장이 처음엔 부동산업으로 시작해서 돈을 좀 벌자 간이 커졌는지 아예 빌라 등을 짓는 소규모 건설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그리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 사장이 얘기를 하는 동안 진 사장이 휴대폰 전화를 받으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최 사장은 나를 보며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아무래도 그에겐 나와의 대화가 더 절박한 듯했다. 나는 신중하게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불편한 식사초대

“그 동서는 부동산중개업을 하며 재미를 보자 건설업을 시작했던 거지요. 해서 빌라를 지어 분양을 하기 위해 무리하게 많은 땅을 구입했던 겁니다. 그런데 막상 땅을 구입해놓고 보니 건축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답니다. 결국에는 저를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건설자재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유 돈이 없어 빌려주지 못했습니다.”
그가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내가 물었다.

“혹시 해서 하는 말씀이지만 대출을 받으면 되지 않습니까?”
“대출 받을 입장이면 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겠지요. 그 동서는 친동생과 함께 사업을 하였는데, 두 사람 모두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등 이미 대출을 받을 대로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제야 사태가 조금 짐작이 되고 있었다. 내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그는 다시 한 번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돈 문제만큼 사람 속 태우는 것도 없다는 걸 그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동서는 자기 형제로부터는 돈을 구하기가 어렵게 된 모양이었는지, 하루는 그 동서 부부가 연락이 왔더라고요.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하자는 거였죠. 우리 부부 생각으로는 그 사람들이 식사를 핑계로 분명 무언가 부탁을 할 거라고 미루어 짐작을 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거절할 입장도 못되어 식사초대에 응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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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