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은주 정의당 의원(행정안전위원회)이 지난 27일,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에 대한 재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1시4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의 증언을 청취하고 이들에 대한 재심을 촉구했다.
납북귀환어부는 분단 이후 남북한의 대치 상황에서 조업하다 북한 경비정에 납치되거나, 방향을 잃고 북한 지역으로 넘어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을 머물다 귀환한 어부들을 말한다.
이들은 귀환 후 감금과 가혹행위 등이 동반된 불법 수사를 받았고 국가보안법,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처벌받았다. 귀환어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연좌제로 인해 가족들까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당했다.
지난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7건의 직권조사 사건을 포함해 17건의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해 진실을 규명했으며,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4건의 진실 규명과 함께 982명의 납북귀환어부에 대한 직권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크고 대부분 오래된 사건인 데다 피해자들이 고령이기에 신속하고 정확한 자료 확보와 분석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진실화해위원회뿐만 아니라 과거사 문제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당시 국가폭력을 자행한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해야 하는 사안이다.
올해 초 납북귀환어부 문제 해결을 위한 ‘동해안납북귀환어부진실규명 시민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데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춘삼 시민모임 대표는 “1972년 9월에 귀환한 어부들이 감금당하고 심문받은 시간을 모두 합치면 3000일이 넘는다”며 “국가가 북한에 납치된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사과하기는커녕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고문 및 처벌하고 가족들도 연좌제로 고통받았다”고 증언했다.
납북귀환어부의 가족인 이영란 시민모임 운영위원은 “과거사를 진상규명하겠다고 국가에서 만든 진실화해위원회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피해를 증명할 자료를 가져오라고 한다”며 진실화해위원회의 신속하고 성실한 조사를 촉구했다.
시민모임과 함께 진상규명을 위해 힘쓰고 있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근안 등 고문 경찰들이 간첩 잘 잡았다고 포상받았는데, 이들이 잡은 간첩이 결국 납북귀환어부들”이라며 “납북귀환어부들은 결국 국가가 조작한 간첩조작사건의 희생자며 이들의 피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조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은주 의원은 최근 1972년 강원도 경찰청 작성 문서 입수 사실을 공개하며 “5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국가안보를 이유로 비공개 대상으로 지정돼있는 이 자료들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피해자분들의 국가폭력에 대한 증언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상임위 등에서 이 자료를 공개하고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에 국가폭력에 대한 피해자 사과를 촉구하고 명예회복과 배·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