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청소년 잡는 ‘신분증검사기’ 열풍

화장해도 ‘삑~’ 성형해도 ‘삑~’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음주와 유흥을 즐기려 갖은 수법을 이용해 신분증을 위조하는 미성년자들. 최근 이 같은 위조를 식별할 수 있는 신분증검사기가 유흥가에 도입됐다. 이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제품임에도 유흥 업주들은 단속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신분증검사기의 효용성은 과연 얼마나, 어디까지 미치고 있을까.

약 2달도 채 남지 않은 수능을 앞두고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을 찾는 수험생들이 늘고 있다. 물론 타 학년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으로 짙은 화장과 염색머리, 성숙한 옷차림을 차려입고 성인인 척 위장한다. 강남역 근처에서 네다섯 명의 남학생들이 대거 술집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그 중 한 남학생이 “아, 짜증나. 뭐 저런 걸 들여놔서 일일이 검사하고 난리야”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벌금·영업정지 방지

업주를 찾아가 학생들이 쫓겨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업주는 “아이들이 단속을 피하려 지인의 신분증을 빌리거나 본인의 신분증을 위조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지만 신분증검사기에 발목을 잡히고 만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술집 외부에는 신분증 위변조와 도용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라며 특허를 강조했고, ‘신분증 위변조 판별과 함께 지문인식도 동시에 가능하다’는 문구를 추가로 새겨 넣었다.

이 기기는 일부 업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의 유흥업계에서는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이 기기가 들어오기 전, 유흥 업주들은 눈으로는 식별하기 힘든 미성년자 단속 때문에 애를 먹었다. 전혀 미성년자인 줄 모르고 들였다가 행정관할로부터 적발이 되면 300만원 이상의 벌금과 함께 3개월간 영업정지까지 감수해야했기 때문. 또한 신분증도 없이 들어오는 학생들도 비일비재해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강남의 한 주점 관계자는 “신분증기계가 들어오고 난 후 다짜고짜 우기는 학생들이 급격하게 줄었다. 우리 주점에 들어오면 신분증 검사부터 하는 게 순서이기 때문이다. 한 학생은 신분증 위조가 됐다는 것을 들킨 후에 머쓱한 표정으로 나가더라. 물론 그 신분증은 압수했다. 다른 주점에서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그동안 영업정지와 벌금에 대한 부담이 많았다. 이걸 설치하고 난 후 한 번의 부작용도 없었고 아무 염려를 하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며 안심하듯 말했다.

기자와 일면식이 있는 한 주점 주인 A씨는 최근 영업정지로 인해 2개월째 문을 닫고 있다. 그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던 주점이었다. 그는 “어느 날 업주가 잠깐 자리를 비우고 아르바이트생들만 남아 손님을 받았을 때 하필 고등학생들이 와서 술을 마셨다”며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성년에게 술 판매한 사실이 발각돼 결국 행정처분을 받고 문을 닫게 됐다”고 속상해했다. 이어 그는 “요새 신분증검사기 같은 게 나왔다던데 정지 풀리고 나면 가격이 얼마든 무조건 기계를 사들일 생각이다. 듣기로는 100만원이 넘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영업정지나 벌금보다 훨씬 이득이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갖은 ‘꼼수’로 술 마시러 오는 미성년자 근절 
민증 검사 후 지문인식 추가 확인 ‘단속 철저’

신분증검사기는 예상 외로 까다로웠다. 운전면허증은 검사기 대상에서 제외돼 아예 검사를 시도할 수조차 없고, 주민등록증만 겨우 검사가 가능했다. 검사 과정은 약 2단계로 나뉘어졌는데, 먼저 주민등록증의 출생연도를 수정했는지 또는 사진을 바꿔서 붙였는지를 확인한다. 정상적인 신분증은 기계가 연결된 모니터 화면에 신분증의 양면이 제대로 나타나지만, 위조된 신분증은 기계가 전혀 인식하지 못해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어 지문검사로 추가판독을 하는데, 주민등록증 뒷면의 지문과 본인의 지문이 일치하는지 판독하는 과정이다. 지문인식에서 신분증 주인과 소지하고 있던 당사자의 지문이 일치하지 않으면 화면에 X표가 떠 신분확인에 탁월한 효과를 가져다준다. 확인과정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가능해 손님이 떠나갈까 걱정하는 업주들은 거의 없다.

이 같은 신분증검사기 도입은 나이트클럽에서 더 성행한다. 클럽의 경우 부지에 대한 세금과 더불어 술과 안주를 대량 판매하고, 딸린 직원 수도 많아 이 비용을 감당하려면 매일 문이 열려있어야 한다. 이런 곳이 한 번의 실수로 단속에 걸려 영업정지처분을 받는다면 그 기간 동안의 적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불상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된 신분증검사기는 수도권을 비롯한 지방 나이트클럽에서는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분증검사기의 진출은 여세를 몰아 편의점까지 확대됐다. 전국의 주요 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편의점들 중 일부는 신분증검사기를 도입해 담배나 술을 사려는 청소년들 단속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종로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신분증검사기 도입 후 손님과의 불편한 트러블이 사라져 과거보다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분증검사기 설치 전에는 딱 봐도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무작정 들어와 뻔뻔하게 담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심은 되지만 신분증을 소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쩔 수 없이 판매해야 할 때가 많아 곤혹스러웠다”며 “지금은 젊은 손님들에 한해서 신분증검사기를 거치지 않으면 담배나 술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무작정 우기거나 진상 피우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었다”고 덧붙였다.

신분증검사기로 특허를 낸 제조업체 대표는 “특별한 홍보나 영업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기계가 날개 돋치듯 팔리고 있다. 유흥 업주들 간 입소문을 통해 전국구로 설치 주문이 빗발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판이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제 술집 안 뚫려

올해 4월부로 처음 시중에 배포한 신분증검사기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수년 동안 거듭된 인증 테스트로 부작용에 대한 항의 전화는 아직까지 없었다. 오히려 100만원의 투자로 잠재적 수익은 더 많이 챙기고 있다며 흡족해 하는 업주들이 많아 나름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분증검사기가 유흥에 쉽게 노출된 대한민국 청소년을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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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