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강만수 강판론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1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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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샌 메가뱅크…날 샌 킹만수호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MB노믹스'의 대표 아이콘이란 이유로 '킹만수'라 불린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잇따른 악재로 고심하고 있다. IPO는 불발 위기에 처했고 HSBC은행 인수도 무산됐다. 최근에는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도 다시 불거졌다. 강 회장의 오랜 숙원이던 산업은행 민영화는 제자리걸음이다. 현 정부 임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MB노믹스' 입안자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뒤로하고 강만수 회장이 산은금융지주에 입성한지 1년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파이오니어적 성장을 위해 민영화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밝히며 임기 내 산은 민영화를 목표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던 강 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날아가버린
메가뱅크 꿈

기업공개(IPO)는 국회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고 HSBC(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 인수작업도 돌연 중단됐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추진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도 무산됐다.

지난해 3월 강 회장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급부상한 것은 '메가뱅크론'이다. 강 회장은 지난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주창했던 메가뱅크의 꿈을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통해 이루려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산은금융지주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의 꿈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산은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야당과 금융노조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반대 여론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우리금융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금융지주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의 95% 이상 인수하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쳐 50%만 확보해도 인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산은금융에 우리금융을 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반발이 제기돼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강 회장은 산은금융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해제와 연내 IPO 상장으로 민영화 문제를 해결하려했다.

"민영화 반대, IPO 계속 추진" 말바꾼 산은 수장
MB임기 종료 앞두고 추진 프로젝트 차질 불가피

또한 부족한 수신기반 확보 및 개인고객 유치를 위해 HSBC 서울지점 11개 인수 추진과 다이렉트뱅킹 시스템 도입을 통한 공격경영을 벌여왔다.

산은금융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순조로웠다. 지난 1월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우리은행처럼 지분은 정부가 보유하지만 인사권, 예산권 등은 모두 자율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부 지분이 있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감독은 물론, 감사원과 국회의 감사,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 및 시장 감시는 계속 받아야 하지만 산업은행의 민영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산은지주는 민영화 대상기관으로 민간 시중은행과의 경쟁 등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요 하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인력운용과 예산집행상 제약이 존재, 경쟁력 강화 및 투자매력도 제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은지주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했던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연내 IPO 상장이 국회 반대에 좌절됐다. 사실 산은지주 IPO는 MB정부 초기에는 급물살을 탔다. 2008년 초 민영화 기반이 마련됐고 2009년 4월에는 여야가 2014년 5월까지 산은지주 주식을 시장에 한 주 이상 매각키로 하는 산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같은 해 10월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가 분리됐다.

2011년 3월 강 회장이 취임하면서 IPO는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곧 대선정국이라는 큰 벽에 가로막혔다. 정권말기와 IPO 시점이 맞물리면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이렇게 되자 강 회장은 말을 바꿨다. IPO와 산은 민영화는 별개라는 주장을 제기한 것.

사실상 물 건너간
연내 IPO 상장

강 회장은 지난 7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은 민영화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한 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IPO가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IPO와 민영화 사이에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며 "IPO가 곧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산은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산은의 경우 IPO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맞지만 궁극적인 민영화는 다음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다. 다만 IPO 추진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강 회장은 "여야가 합의하고 많은 학자들과 노조가 찬성해 법안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IPO가 진행되고 있는데 (IPO가 무산된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떠오르는
리베이트 사건

그러나 강 회장의 의지와는 달리 산은 IPO는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제조건인 산업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도 보고서 등을 통해 산은 IPO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실은 지난 7월24일 발간한 정책현안에서 "최근 유로존 위기로 증시가 침체돼 산은의 공모가 산정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시장 여건을 고려해 매각시기와 규모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뿐만 아니라 IPO를 염두에 두고 소매금융 기반 확보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해온 다이렉트 뱅킹은 '고금리'를 앞세워 저금리로 마땅히 예금할 곳을 찾지 못한 고객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자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마진 우려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31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던 HSBC 서울지점의 개인금융사업부문 인수도 돌연 중단됐다. 직원 고용승계에 대한 이견차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4월 산업은행과 HSBC는 거래의 기본 원칙에 합의, 본 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직원 고용관련 조건 등에 대한 상호간의 입장차이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2년 터진 이른바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 금태섭 변호사에 따르면 정준길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은 지난 4일 전화를 걸어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은 산업은행 투자금융실에 근무하던 강성삼씨가 1999∼2000년 5개 벤처기업에 산은 자금을 투자해 주는 대가로 3억9973만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을 받고 이를 매각해 총 11억7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내용이다. 강씨는 이중 3억1300만원의 주식을 받은 혐의를 제외하고 유죄로 판단돼 2003년 대법원에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산은 민영화 난항 연내 IPO 좌절
우리금융·HSBC 인수 작업 중단
목줄 쥔 기업들 '돈 먹는 하마'로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1조409억원)보다 40% 감소한 6196억원에 머물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그동안 평가손익에 반영했던 금호석유화학 전환사채 등이 지난해 말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올 상반기부터 파생상품 관련 수익이 줄어 외환 및 파생상품 관련 수익은 1억149억원으로 무려 79.5%나 감소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 0.71%)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5.8%)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32%, 8.22% 감소했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14.59%로 전년 동기 대비 2.57% 떨어졌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STX그룹과 금호산업, 팬택은 '돈 먹는 하마'다. 최근 우리은행으로 주채권은행이 변경된 쌍용건설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 6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의 부천시 중동 리첸시아 주상복합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분양수입금 배분을 놓고 최근까지 우리은행 등 PF대주단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2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팬택의 경우 애플과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단단히 굳히면서 M&A시점조차 잡기 어려워졌다. 유동성위기로 휘청거리면서 자금수혈을 받은 쌍용건설에는 앞으로 어느 정도의 돈이 더 들어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회장이 산은지주회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1년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지난 만큼의 임기가 남았지만 MB정부는 4개월 남짓 남았기에 이마저도 보장할 수 없다. 기재부 장관이었던 강 회장이 산은지주 회장으로 온 애초 목적이 MB정부의 산은지주 민영화란 공약을 해결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이는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임기 내에 산은지주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며 큰 소리 치던 강 회장은 민영화 반대론자가 됐다. 그러다가 민영화도, IPO도, HSBC은행도 잃었다. 강만수호가 동력을 잃은 것으로 비쳐진다.

남은 임기 1년6개월
꽉 채울 수 있을까?

경산남도 합천 출생인 강 회장은 경남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뉴욕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재무부 보험국장·이재국장·국제금융국장을 거쳐 내무부 및 재정경제원 세제실장으로 일했다.

제14대 관세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을 역임한 강 회장은 2008∼2009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기획재정부의 초대 장관으로 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 수장을 맡았다. 2009년 1월 기획재정부 장관을 퇴임한 그는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1년 3월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 행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13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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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