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강만수 강판론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1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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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샌 메가뱅크…날 샌 킹만수호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MB노믹스'의 대표 아이콘이란 이유로 '킹만수'라 불린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잇따른 악재로 고심하고 있다. IPO는 불발 위기에 처했고 HSBC은행 인수도 무산됐다. 최근에는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도 다시 불거졌다. 강 회장의 오랜 숙원이던 산업은행 민영화는 제자리걸음이다. 현 정부 임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MB노믹스' 입안자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뒤로하고 강만수 회장이 산은금융지주에 입성한지 1년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파이오니어적 성장을 위해 민영화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밝히며 임기 내 산은 민영화를 목표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던 강 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날아가버린
메가뱅크 꿈

기업공개(IPO)는 국회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고 HSBC(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 인수작업도 돌연 중단됐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추진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도 무산됐다.

지난해 3월 강 회장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급부상한 것은 '메가뱅크론'이다. 강 회장은 지난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주창했던 메가뱅크의 꿈을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통해 이루려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산은금융지주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의 꿈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산은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야당과 금융노조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반대 여론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우리금융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금융지주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의 95% 이상 인수하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쳐 50%만 확보해도 인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산은금융에 우리금융을 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반발이 제기돼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강 회장은 산은금융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해제와 연내 IPO 상장으로 민영화 문제를 해결하려했다.

"민영화 반대, IPO 계속 추진" 말바꾼 산은 수장
MB임기 종료 앞두고 추진 프로젝트 차질 불가피

또한 부족한 수신기반 확보 및 개인고객 유치를 위해 HSBC 서울지점 11개 인수 추진과 다이렉트뱅킹 시스템 도입을 통한 공격경영을 벌여왔다.

산은금융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순조로웠다. 지난 1월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우리은행처럼 지분은 정부가 보유하지만 인사권, 예산권 등은 모두 자율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부 지분이 있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감독은 물론, 감사원과 국회의 감사,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 및 시장 감시는 계속 받아야 하지만 산업은행의 민영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산은지주는 민영화 대상기관으로 민간 시중은행과의 경쟁 등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요 하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인력운용과 예산집행상 제약이 존재, 경쟁력 강화 및 투자매력도 제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은지주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했던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연내 IPO 상장이 국회 반대에 좌절됐다. 사실 산은지주 IPO는 MB정부 초기에는 급물살을 탔다. 2008년 초 민영화 기반이 마련됐고 2009년 4월에는 여야가 2014년 5월까지 산은지주 주식을 시장에 한 주 이상 매각키로 하는 산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같은 해 10월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가 분리됐다.

2011년 3월 강 회장이 취임하면서 IPO는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곧 대선정국이라는 큰 벽에 가로막혔다. 정권말기와 IPO 시점이 맞물리면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이렇게 되자 강 회장은 말을 바꿨다. IPO와 산은 민영화는 별개라는 주장을 제기한 것.

사실상 물 건너간
연내 IPO 상장

강 회장은 지난 7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은 민영화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한 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IPO가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IPO와 민영화 사이에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며 "IPO가 곧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산은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산은의 경우 IPO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맞지만 궁극적인 민영화는 다음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다. 다만 IPO 추진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강 회장은 "여야가 합의하고 많은 학자들과 노조가 찬성해 법안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IPO가 진행되고 있는데 (IPO가 무산된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떠오르는
리베이트 사건

그러나 강 회장의 의지와는 달리 산은 IPO는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제조건인 산업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도 보고서 등을 통해 산은 IPO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실은 지난 7월24일 발간한 정책현안에서 "최근 유로존 위기로 증시가 침체돼 산은의 공모가 산정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시장 여건을 고려해 매각시기와 규모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뿐만 아니라 IPO를 염두에 두고 소매금융 기반 확보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해온 다이렉트 뱅킹은 '고금리'를 앞세워 저금리로 마땅히 예금할 곳을 찾지 못한 고객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자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마진 우려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31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던 HSBC 서울지점의 개인금융사업부문 인수도 돌연 중단됐다. 직원 고용승계에 대한 이견차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4월 산업은행과 HSBC는 거래의 기본 원칙에 합의, 본 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직원 고용관련 조건 등에 대한 상호간의 입장차이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2년 터진 이른바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 금태섭 변호사에 따르면 정준길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은 지난 4일 전화를 걸어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은 산업은행 투자금융실에 근무하던 강성삼씨가 1999∼2000년 5개 벤처기업에 산은 자금을 투자해 주는 대가로 3억9973만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을 받고 이를 매각해 총 11억7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내용이다. 강씨는 이중 3억1300만원의 주식을 받은 혐의를 제외하고 유죄로 판단돼 2003년 대법원에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산은 민영화 난항 연내 IPO 좌절
우리금융·HSBC 인수 작업 중단
목줄 쥔 기업들 '돈 먹는 하마'로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1조409억원)보다 40% 감소한 6196억원에 머물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그동안 평가손익에 반영했던 금호석유화학 전환사채 등이 지난해 말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올 상반기부터 파생상품 관련 수익이 줄어 외환 및 파생상품 관련 수익은 1억149억원으로 무려 79.5%나 감소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 0.71%)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5.8%)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32%, 8.22% 감소했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14.59%로 전년 동기 대비 2.57% 떨어졌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STX그룹과 금호산업, 팬택은 '돈 먹는 하마'다. 최근 우리은행으로 주채권은행이 변경된 쌍용건설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 6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의 부천시 중동 리첸시아 주상복합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분양수입금 배분을 놓고 최근까지 우리은행 등 PF대주단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2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팬택의 경우 애플과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단단히 굳히면서 M&A시점조차 잡기 어려워졌다. 유동성위기로 휘청거리면서 자금수혈을 받은 쌍용건설에는 앞으로 어느 정도의 돈이 더 들어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회장이 산은지주회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1년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지난 만큼의 임기가 남았지만 MB정부는 4개월 남짓 남았기에 이마저도 보장할 수 없다. 기재부 장관이었던 강 회장이 산은지주 회장으로 온 애초 목적이 MB정부의 산은지주 민영화란 공약을 해결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이는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임기 내에 산은지주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며 큰 소리 치던 강 회장은 민영화 반대론자가 됐다. 그러다가 민영화도, IPO도, HSBC은행도 잃었다. 강만수호가 동력을 잃은 것으로 비쳐진다.

남은 임기 1년6개월
꽉 채울 수 있을까?

경산남도 합천 출생인 강 회장은 경남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뉴욕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재무부 보험국장·이재국장·국제금융국장을 거쳐 내무부 및 재정경제원 세제실장으로 일했다.

제14대 관세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을 역임한 강 회장은 2008∼2009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기획재정부의 초대 장관으로 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 수장을 맡았다. 2009년 1월 기획재정부 장관을 퇴임한 그는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1년 3월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 행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13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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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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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