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시 4자 협약 풀리지 않는 의혹

협약 하루 전 졸속 회원가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시-네이버-사단법인 희망살림-성남FC 간의 4자 협약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속사정을 들여다볼수록 ‘왜?’라는 물음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7년 전 지자체와 대기업, 시민단체와 프로축구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대선후보의 삶은 그 자체로 검증 대상이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후보가 공직에 있을 때 일어난 일에는 더더욱 관심이 쏠린다. 당시 후보가 한 발언, 찍은 사진, 관련 서류, 관계자 등은 선거 기간 내내 초미의 관심사다. 역으로 말하면 그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선 물려
수면 위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지난 1월 ‘수사 무마 의혹’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다시 급부상했다. 사건을 수사 중이던 박하영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쓴 글이 불씨가 됐다. 그는 사건에 내린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두고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1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현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같은 해 6월에는 바른미래당 측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영하 변호사가 이 후보를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사건을 맡은 분당경찰서는 고발 이후 3년여 만에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박 전 검사의 보완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혹, 즉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의 검사로 알려진 박 지청장이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당시 일어난 사건을 뭉개려 한 게 아니냐는 내용이다. 

2015~2016년 후원한 40억원
국세청 자료 ‘회원 회비’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한 돈의 성격이 무엇이냐가 쟁점이다. 네이버 40억원, 두산건설 42억원, 농협 36억원, 차병원 33억원, 현대백화점 5억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 6개사가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시기 인근에 성남시가 인허가 및 토지 용도 변경 등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준 대목에서 의혹이 불거졌다.

6개사는 ▲차병원-분당경찰서 부지 선정 ▲네이버-제2사옥(정자동) 신축 ▲농협-성남시 금고 지정 ▲두산건설-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 ▲알파돔시티-신축공사 ▲현대백화점-신축공사 등 성남FC에 돈을 후원한 후 바라던 바를 얻어냈다.

이 부분을 두고 6개사가 후원한 돈의 성격이 이 후보에 대한 뇌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네이버에서 ‘사단법인 희망살림’이라는 비영리법인을 거쳐 성남FC로 들어간 39억원이다. 희망살림은 저소득층의 부채 탕감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으로 2012년 설립됐다.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제 전 의원 등이 깊숙이 관여돼있다. 2019년 단체명을 ‘롤링 주빌리’로 변경등기했다. 


꼬리 무는
의문점들

네이버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4자 협약 이후 우회 지원이라는 방식으로 돈을 후원했다. 2015년 5월19일 성남시-네이버-희망살림-성남FC는 성남시청 상황실에서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 성남시는 당시 성남시장인 이 후보가, 네이버는 김상헌 전 대표 대신 김진희 당시 네이버 I&S대표가 참석했다.

희망살림은 김재욱 대표가 아닌 제 전 의원이 상임이사 자격으로, 성남FC는 곽선우 당시 대표가 서명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의 위임장 존재 여부, 제 전 의원의 희망살림 대표성 여부 등이 의문으로 제기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네이버는 김진희 전 대표의 대리 참석에 대한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희망살림 측에서 대표권을 가진 김재욱 대표가 아니라 제 전 의원이 나온 부분에서 의문이 나왔다.

제 전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가 맞는지 여부도 의혹으로 떠올랐다.(1362호 <단독>성남시-성남FC 수상한 4자 협약서 공개 참고).

협약서에는 4자 간 협약의 목적을 ‘개인파산, 가정파탄들의 원인이 되는 가계 빚으로 고통받는 성남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빚탕감 프로젝트(이하 롤링 주빌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공헌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이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2년(2015~2016년)간 4회에 걸쳐 10억원씩 후원금으로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희망살림은 성남FC에 현금으로 19억5000만원씩 2년간 총 39억원을 메인 스폰서 광고료로 지급한다고 했다. 그 조건으로 성남FC는 롤링 주빌리의 로고를 메인 스폰서 광고로 표출하기로 정했다. 성남시는 협약 내용 진행을 위한 행정 지원, 캠페인 참여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참여했다. 

국세청에 공시된 희망살림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년 6월과 10월, 2016년 7월과 9월 4차례에 걸쳐 희망살림에 10억원씩 후원했다. 그리고 희망살림은 2015년 6월과 10월 ‘빚탕감 캠페인’ 명목으로 성남FC에 9억5000만원씩 총 19억원을 지급했다.

2016년에는 8월과 10월 ‘목적 부실채권매입’ 명목으로 10억원, 5억원, 5억원을 성남FC에 입금했다. 

성남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4자 협약서에는 광고료 명목으로 성남FC에 지급한다고 명시돼있는데 ‘지급 목적’ 부분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10월 5억원씩 2번에 걸쳐 나간 돈은 지급처 명이 ‘성남시’로 돼있어 네이버가 후원한 돈이 성남시로 흘러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희망살림 측은 언론 보도에 대해 “직원이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발급한 공용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논란은 의외의 부분에서 터졌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후원한 돈이 ‘회원 회비 수입’으로 잡혀 있던 것. 회원 회비는 말 그대로 회원들이 내는 돈이다. 회비는 일반회비와 특별회비로 나뉜다. 일반회비는 정기적으로 부과하는 회비와 경상경비가 부족할 때 추가로 부과하는 회비를 뜻한다.

특별회비는 일반회비 외 회비를 말한다.

특별회비?
도대체 왜?

희망살림의 2016년(사업년도 2015년) ‘고유목적사업 수입금액 세부현황’을 보면 기타 고유목적 사업수입 항목의 회원회비 수입에 20억1465만이 기재돼있다. 이 중 20억원이 네이버에서 희망살림에 낸 돈이다. 2017년(사업년도 2016년) 현황에서도 기타 고유목적 사업수입 항목의 회원 회비 수입에 21억2880만5000원이 기재돼있다. 역시 이 중 20억원은 네이버에서 나온 돈이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후원금으로 지급한 돈은 특별회비로 추정된다. 2017년 이후 내역에서 네이버가 낸 것으로 보이는 회원 회비는 없기 때문.

유순덕 희망살림 이사는 이 부분에 대해 네이버가 2015년 5월18일 희망살림의 법인회원으로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4자 협약 하루 전날이다. 유 이사에 따르면 ‘회원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면 법인회원으로 가입된다. 다시 말해 네이버는 희망살림에 법인회비를 낸 셈이다.


유 이사는 기부금품법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2조(정의)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법인, 정당, 사회단체, 종친회, 친목단체 등이 정관, 규약 또는 회칙 등에 따라 소속원으로부터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해 모은 금품은 기부금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유 이사는 네이버에서 나온 40억원이 ‘법인(희망살림)이 소속원(법인회원)으로부터 받은 일시금, 회비’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기부금에 해당하지 않고 따로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희망살림이 서울시에 제출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에는 네이버가 낸 돈의 흔적이 전혀 없다. 

기부금품법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4조(기부금품의 모집 등록)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기 위해선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에게 모집·사용계획서를 등록해야 한다. 10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행안부, 이하는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돼있다. 10억원 이하로 기부금품을 모집하겠다고 지자체장에게 등록해놓고 그 이상을 모을 경우 기부금품법 위반이 된다. 

기부금품 사용명세서에도 없어
“세제 혜택 없이 비용 처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2015년 희망살림의 기부금품 모집 등록증을 보면 2015년 3월4일 이헌욱 당시 희망살림 대표 이름으로 서울시장에게 등록했다고 나온다. 

모집 목적은 ‘가계부채 해결 캠페인, 장기연체 부실채권 매입 소각, 채무관련 제도 개선 운동’ 등이고 모집 목표액은 9억9000만원이다. 모집 기간은 그해 말인 2015년 12월31일까지로 돼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7일 이헌욱 대표가 희망살림에서 사임했다. 후임 대표는 김재욱씨.

김 대표 이름으로 2015년 5월15일 기부금품 모집 등록 변경이 이뤄졌다. 모집 내용은 동일하고 대표자만 바뀌었다.

희망살림이 2016년 4월 서울시에 제출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에 따르면 모집금액은 4180만원으로 기재돼있다. 2015년 3월부터 그해 말까지 약 9개월 동안 기부받은 금액이다. 희망살림은 이 중 ▲부실 채권 매입 2266만원 ▲채무자 상담 및 교육 1225만원 ▲제도개선 운동 및 캠페인 598만원 ▲모집비용(운영·관리비 등) 91만5200원을 사용했다고 적시했다. 

이후 희망살림은 2016~2019년 서울시에 모집 등록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희망살림과 네이버 양측은 지정기부금 증명서(영수증)를 주고 받았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정기부금 영수증은 기부금품법상 기부금에 해당하지 않는 항목에도 발급할 수 있다”며 “법인회원이 낸 특별회비의 경우 반드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희망살림 측은 “변호사 자문 결과, 절차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후원한 40억원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법인세법상 세액 공제가 아니라 비용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희망살림에 법인회원으로 가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법인회원?
“잘 모른다”

한 성남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두 푼도 아니고 40억원을 후원하는 데 세제 혜택 없이 돈을 냈다는 사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단법인에 법인회원으로 가입한 부분도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4자 협약 과정, 기부금 사용내역 등에 있어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공권력에 의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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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