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대선’ 이재명에게 듣는다

“잘 알고 잘해야 대통령감”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치인들의 속만큼 알 수 없는 게 없다. 대변인이나 보좌관이 잘못 전달할 때도 있고, 언론이 잘못 해석해 보도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본인에게 직접 들어봐야 한다. <일요시사>는 대선을 코앞에 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속을 제대로 알기 위해 그에게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코로나19 위기와 동유럽의 전쟁 위기, 연이어 터져 나오는 후보 리스크 속에서 대한민국의 2022년 대선은 혼란스러운 국면에 빠져 있다. 요즘 대선판은 대선후보들에 대한 생산적인 뉴스보다는 무의미한 마타도어와 어지러운 국제정세 뉴스에 얼룩져있고, 심지어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남는 게 없는’ 말들만 쏟아지고 있다.

연이은 충격적인 뉴스에 유권자들은 강제로 ‘알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향후 5년을 책임질 대통령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새도 없이 국민들은 귀중한 하루하루를 무의미한 뉴스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후보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투표하기 전 이뤄져야 할 필수요소다.

<일요시사>는 잠시나마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본인’의 뜻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후보에게 각종 현안과 일자리, 저출산, 청년, 부동산정책에 대해서 물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나는 OOO 대선후보다’라고 스스로를 정의해주세요.

▲‘실력을 인정받아 이 자리까지 온 유능한 대선후보’라 자임하고 싶습니다. 저, 이재명은 오로지 실력과 진정성만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국민께 검증받은 인물입니다. 소년공에서 인권변호사, 시장, 도지사를 거치면서 실력과 진정성을 검증받았습니다. 


제가 처음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어르신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아서 동네 경로당에 들어가지도 못했었는데, 재선 때는 어르신들이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했다. 이재명이 일을 잘해”라고 하시며 칭찬해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역대급 가족 리스크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두 후보 모두 가족 이슈로 국민께 실망과 혼란을 드린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모든 것은 다 제 불찰이며, 이번을 계기로 저와 가족, 주변까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국민 앞에 송구스럽고 백번이라도 사죄하겠습니다. 

잘못된 것은 시정하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고, 잘못 알려진 부분은 적극 소명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국민 여러분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한 가지는 저는 이제까지 공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권력을 남용하거나, 사적인 감정에 치우쳐 판단을 그르친 적은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국민께서 판단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국민께 더 다가가고, 국민의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더 많은 국민의 마음을 듣고, 아픔을 보듬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적 모습으로 ‘일하는 것 보니, 호감이다’ ‘믿음이 간다’의 신뢰를 드리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특검 도입은 아직 찬성하시나요? 지금이라도 특검을 도입해서 대통령이 되신 후에라도 공정하게 수사받으실 건가요?


▲신속하게 특검하자는 일관된 입장을 내왔고,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현재 유불리 따지며 시간 끌기하는 것은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입니다. 저와 민주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건 없이, 성역 없이, 지체 없이, 3무(無) 특검이 필요하다고 누차 말씀드렸습니다.

국민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도 대장동 사건 시작인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를 포함한 특검이 필요합니다. 한편 최근 윤석열 후보가 50억 클럽 당사자인 곽상도 전 의원의 구속을 두고 ‘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을 압박해 제대로 된 수사를 막고 진실을 숨기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의 승패와 상관없이 재수사나 특검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후보는 국가 운명을 책임질 사람이고, 후보를 포함한 그 측근, 가족들의 범죄 혐의는 전부 명명백백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입니다.단 승자와 패자, 모두가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며, 당선인에겐 면죄부를 주고, 선거의 패자를 보복하는 식의 수사나 특검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호남 지지율 부진의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방안은 있으신가요?

▲최근 호남에서 민주당에 실망하신 분들이 계신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가 더 잘해나가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겸허히 그 뜻을 받들어 민주당의 후보답게 ‘잘하기 경쟁’으로 더욱 열심히 정책을 알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호남 민심은 ‘묻지마식 지지’가 아닌 ‘전략적 선택’을 하시는 것이 특징입니다. 역대 대선후보자에 대한 지지율을 보면, 대선 직전까지 고민하신 뒤에, 마지막에 꼭 필요한 선택을 해주셨습니다. 호남 유권자들은 대선에서 항상 시대정신에 부합한 후보를 지지해주셨습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공정’과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권자들께서는 시대정신에 부합한 후보가 누구인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호남 유권자들께 호남정신을 계승해 좋은 정책을 만들고, 그것을 실현해 갈 수 있는 인물은 저, 이재명뿐임을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피할 수 없다면 앞서가야 합니다. 최근 가상화폐 투자시장의 거래액이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내버려둔다면 가상자산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블록체인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우려됩니다.  

따라서, 합리적인 법 제도를 발 빠르게 마련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견고하게 구축해야 합니다. 가상화폐 공개와 증권형 가상자산 발행 허용을 검토하고, 다양한 가상자산이 만들어지고 투자될 수 있도록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구축하겠습니다.

-과세 문제는?


▲과세 문제는 과세 결정이 아니라 준비 여부가 중요합니다.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봐야 할지, 해외거래소를 통한 거래 부대비용은 어떻게 인정해야 할지 등 아직 논의할 사안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가상자산 과세를 1년 늦추고,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고자 합니다. 손실을 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손실을 5년간 이월 공제하고, 투자수익의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겠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공정’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는?

▲불공정한 산업생태계 공정화를 말씀드린 것은 우리나라 일자리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불공정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고용을 촉진하지 못하는 문제만 해결해도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발생하는 불공정은 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으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악화시시키며 발생합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돼 저임금의 노동환경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가 공정해지면, 중소기업의 경영실적이 좋아지고, 당연히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도 올라가며, 대기업에 버금가는 근로 환경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이러면 중소기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공공 일자리만으로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당연히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입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면 규제는 과감히 혁파할 것입니다. 

“공정 바로서야 일자리 창출”
“내가 바로 청년들의 들러리”


-저출산의 주된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출산의 악순환은 지금 세대보다 미래세대가 더 행복하고 잘살 것이라는 희망이 있을 때 비로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출생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출산을 장려하고, 육아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래에 희망을 준다면 결혼을 미루거나 아이 낳기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자 뺏기 놀이가 아니라 의자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장의 회복과 기회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저는 아래와 같은 정책을 통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에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은 대책은 있습니까?

▲먼저 ‘청년기본소득’을 통해 적은 돈이지만 청년들이 학업과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유를 확보해주겠습니다. 그렇게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자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청년기본주택’은 내 집을 갖고 싶은 청년들의 꿈을 실현시킬 것입니다. 나아가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주식담보대출(LTV) 90%를 통해서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 대부분 청년의 경우 현재 소득이 적기 때문에 대출 규제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래 소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누구나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게 하겠습니다.

-사법시험 일부 부활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걸까요?

▲대학을 나오지 않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사법시험을 통해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대학 4년 졸업 후 다시 3년 과정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만 합니다.

대학 및 로스쿨 7년 등록금만 해도 평균 7000만원에서 많게는 9000만원 이상이 들어 일반 서민들과 경제적 약자는 법조인이 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법조계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반론하실 건가요?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로스쿨, 그것도 야간이나 온라인 로스쿨도 없이 주간에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 오히려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로스쿨 제도를 두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로스쿨을 나오지 않더라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2030 계층이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후보님의 어떤 점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일까요?

▲지금 우리 2030세대는 특정 진영논리에 따르지 않고, 사안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실용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좌우, 진보·보수 가리지 않는 ‘실용주의자’입니다. 진영을 떠나서 좋은 정책, 실력 있는 인사라면 함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의 실력과 실적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제가 윤 후보님을 포함한 다른 후보님들보다 2030 세대에 더 어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리인’입니다. 따라서 국민이 원하는 ‘더 나은 삶’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제가 가진 민생 해결에 대한 책임감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경험하면서 더욱 커졌습니다. 제가 가진 실력과 추진력으로 2030의 어려움과 민생 문제를 해결해나가겠습니다. 

“호남 유권자들을 믿는다”
“내 집 마련 기간 1/10로”

-청년들의 선대위 참여가 사실상 ‘들러리’가 아니냐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반론하실 건가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립니다. 오히려 ‘제가 청년들의 들러리’입니다. 선대위 청년들은 ‘스스로’를 위한 선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청년세대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요, 대리인일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청년 선대위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청년 선대위의 대표적 역할은 시민(청년)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뜻을 받들어 후보의 공약으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소확행 공약 중 하나였던 ‘탈모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공약은 청년 선대위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리스너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공약입니다. 많은 분이 필요성을 공감해주셨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이처럼 청년 선대위는 이재명을 잘 활용하고 있고, 이재명은 청년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로서의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당선되시면 청년들을 어떻게 정부에 참여시키실 건가요?

▲제가 청년일 때도 기성세대가 당시의 청년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 단절 현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세상을 지향하는지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들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후위기, 저출생과 고령화, 산업전환 등 다가오는 다양한 문제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미래세대에게 결정권을 맡기는 것이 더 정의롭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청년은 직접 정책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청년들이 정부 곳곳에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정책설계, 예산편성, 집행까지 청년이 직접 관여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청년정책을 담당하는 수석비서관 및 청년 특임장관을 임명하겠습니다. 범정부 청년정책 총괄 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 산하에는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를 둬 청년위원을 확대하겠습니다.

또 각 부처 ‘청년예산 총액배분 자율 편성’ 보장하고, 청년 당사자가 이끌어가는 청년의회를 상설하겠습니다. 국민참여예산에 청년참여예산 쿼터제 도입 등을 도입해 청년 정책에 대한 결정과 집행 과정에 청년들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평균 월급 기준, 내 집 마련 기간이 취직 후 20년에서 30년이라고 합니다. 후보님은 내 집 마련을 몇 년까지 단축시킬 수 있으신가요?

▲‘몇 년 단축’이라는 말보다, 주택 공급을 확실하게 늘려 내가 살아갈 집을 마련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씀 드립니다. 주택 마련은 시장상황과 연계되기 때문에 언제까지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단정 지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몇 가지 정책으로 그 기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동산 정책 발표를 통해, 전국에 총 311만호의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고, 인근 시세의 절반 정도인 반값 아파트 공급, 개인 선호와 부담 능력에 맞는 다양한 주택을 공급할 것을 약속드렸습니다.

박근혜정부의 공급가격 기준을 조성원가 수준으로 다시 환원한다면 반값 아파트 공급도 가능할 것입니다. 집 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토지 가격 부담을 줄인다면 훨씬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이 계획들이 모두 이뤄진다면, 최대 기존 기간의 1/10 정도 수준까지는 단축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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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