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뉴페이스' 10대 그룹 2인자 대해부

막후서 움직이는 총수의 가신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연말이 되면 대기업들은 내년 사업 구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대규모 인사가 발표되고, 후계자들의 승진 및 경영 참여 결정이 전해지곤 한다. 이 시기에는 그룹의 2인자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진다. 총수와 그룹의 후계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2인자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대기업 총수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의 대상이다. 총수의 경영 이념과 사업 계획이 그룹의 한 해 농사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총수를 보좌하는 2인자의 중요성도 부각되는 추세다.

지근 보좌
권력 중심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7일 단행된 삼성전자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 결정됐다.

1960년생인 정현호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삼성전자 국제금융과에 입사한 뒤 비서실을 거쳐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재계에서는 정현호 부회장에게 이재용 부회장이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업지원TF를 그룹의 미래사업 발굴에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총수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과는 2001년 상무보, 2007년 전무로 함께 승진했던 전례가 있다. 또한 미국 하바드대 MBA 과정을 마친 동문으로 장기간 신뢰를 쌓아오며 핵심 참모 역할을 맡았다. 

때마침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방의 전원 교체가 결정되면서, 정현호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는 회장으로 승진한 김기남 DS부문장을 비롯해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SK그룹은 협의·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1998년 9월부터 운영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외한 전문경영인으로 꾸려진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대식 의장은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1960년생인 조대식 의장은 사석에서도 최태원 회장과 격이 없는 사이로 알려졌다. 

‘삼성맨’ 출신으로 2007년 SK그룹에 입사한 조대식 의장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초고속 승진했다. ㈜SK 재무담당 상무로 시작해 사업지원부문장, 재무팀장 겸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을 거쳐 2013년 입사 6년 만에 ㈜SK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SK 대표이사로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전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일궈냈다. 조대식 의장이 대표로 부임한 후 ㈜SK는 반도체 소재, 바이오 부문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나가며 현재 ‘투자형 지주사’로 자리매김했다.

컨트롤타워
역할 부여


권봉석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긴 권영수 부회장을 대신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2인자로 올라선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LG 이사회는 권봉석 부회장을 COO(최고운영책임자)에 선임한다고 밝혔다.

권봉석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LG가 COO 산하에 경영 전략 부문과 경영 지원 부문을 신설한 만큼, 권봉석 부회장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권봉석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사업 전반의 밸류 체인을 두루 경험했다. 모니터사업부장, MC상품기획그룹장, ㈜LG 시너지팀장, MC·HE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는 등 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겸비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융합형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권봉석 부회장이 2014년 ㈜LG 시너지팀 팀장을 맡았던 당시 구광모 회장은 시너지팀 부장으로 일한 전례가 있다.

경영 이념 공유하는 최측근
지근거리서 보필하는 ‘복심’

롯데그룹은 최근 고강도 쇄신 인사를 통해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역할을 조정했다. 계열회사는 사업군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에 맡기고 지주사는 그룹 전체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고도화, 핵심 인재 양성, 미래 신사업 추진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도가 다분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동우 부회장은 그룹 미래 전략 수립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진두지휘하게 될 예정이다.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는 이동우 부회장은 그간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던 인물이다. 1986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부문장, 잠실점장을 거쳤다. 2012년 롯데월드 대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롯데지주 공동대표로서 그룹의 비즈니스 전략과 재무 등을 통솔하고 있다. 그룹 미래역량 강화를 위해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 중이다. 

김희철 한화임팩트 사장은 한화그룹 승계 과정에서의 ‘키맨’으로 꼽힌다. 김동관 사장의 ‘멘토’로 꼽히는 김희철 사장은 총수 일가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물이다.

김희철 사장은 이후 한화솔라원 중국법인 대표이사, 한화큐셀 대표 등을 역임하며 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이끌었다. 김동관 사장이 태양광을 새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2010년 한화솔라원을 통해 시장에 진출했을 때 김희철 사장은 김동관 사장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했다.

김동관 사장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이동할 무렵 김희철 사장 역시 한화솔라원 경영총괄책임 임원으로 옮겼다.


김희철 사장은 최근 그룹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8월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로 부임한 김희철 사장은 지난 10월 한화에너지 지주 부문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현재 한화에너지는 지난 10월 에이치솔루션과 합병한 이후 사업 부문과 지주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합병 이전까지만 해도 정인섭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였으나 지난 10월 합병 이후 정인섭 사장이 사업 부문, 김희철 사장이 지주 부문을 맡는 구조로 전환했다.

김희철 사장에게는 한화에너지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중책이 내려진 상태다. 향후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 지분을 현물출자해 지주사(㈜한화)의 신주를 받거나,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승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 회장 슬하의 김동관·김동원·김동선 3형제는 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라도 ㈜한화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한화에너지의 몸집이 커질수록 오너 3세의 ㈜한화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 슬하의 3형제(김동관·김동원·김동선)는 한화에너지 지분을 각각 50%, 25%, 25% 보유 중이다.

스승이자
동반자


GS그룹에서는 이른바 ‘허태수 사단’으로 불리는 1970년대생 상무 3인방(곽원철·황재웅·최누리)이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곽원철 상무와 황재웅 상무는 허태수 회장 취임 전후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투자를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 나선 허태수 회장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누리 상무는 지난해 초 허태수 회장과 함께 GS홈쇼핑에서 지주사로 넘어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최누리 상무는 GS홈쇼핑에서 경영기획담당 본부장을 거쳐 CI사업부장을 역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할 최측근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송명준 현대오일뱅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1969년생인 송명준 부사장은 그룹의 ‘재무통’으로 불린다. 2001년 현대중공업에 자리 잡았고 재정부 관리팀장, 싱가폴 지사 금융·관리책임담당, 중국 지역의 재무 총괄 등 국내·외 계열사의 재무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8년부터는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기계 등 총 세 곳에 몸담고 있다. 2022년 승진 인사를 통해 소속된 모든 계열 회사에서 직급이 부사장으로 승격됐다.

송명준 부사장은 정기선 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송명준 부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 재무지원부문장을 맡았던 시기에 정기선 사장은 경영지원실장 역할을 수행했다. 송명규 부사장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큰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드러진
참모 역할

재계 관계자는 “정기 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이 바로 그룹의 2인자로 누가 부상하느냐다”라며 “특히 승계 절차를 밟는 그룹일수록 참모진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핵심 사업을 맡기기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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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