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뉴페이스' 10대 그룹 2인자 대해부

막후서 움직이는 총수의 가신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연말이 되면 대기업들은 내년 사업 구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대규모 인사가 발표되고, 후계자들의 승진 및 경영 참여 결정이 전해지곤 한다. 이 시기에는 그룹의 2인자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진다. 총수와 그룹의 후계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2인자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대기업 총수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의 대상이다. 총수의 경영 이념과 사업 계획이 그룹의 한 해 농사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총수를 보좌하는 2인자의 중요성도 부각되는 추세다.

지근 보좌
권력 중심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7일 단행된 삼성전자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 결정됐다.

1960년생인 정현호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삼성전자 국제금융과에 입사한 뒤 비서실을 거쳐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재계에서는 정현호 부회장에게 이재용 부회장이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업지원TF를 그룹의 미래사업 발굴에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총수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과는 2001년 상무보, 2007년 전무로 함께 승진했던 전례가 있다. 또한 미국 하바드대 MBA 과정을 마친 동문으로 장기간 신뢰를 쌓아오며 핵심 참모 역할을 맡았다. 

때마침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방의 전원 교체가 결정되면서, 정현호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는 회장으로 승진한 김기남 DS부문장을 비롯해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SK그룹은 협의·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1998년 9월부터 운영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외한 전문경영인으로 꾸려진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대식 의장은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1960년생인 조대식 의장은 사석에서도 최태원 회장과 격이 없는 사이로 알려졌다. 

‘삼성맨’ 출신으로 2007년 SK그룹에 입사한 조대식 의장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초고속 승진했다. ㈜SK 재무담당 상무로 시작해 사업지원부문장, 재무팀장 겸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을 거쳐 2013년 입사 6년 만에 ㈜SK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SK 대표이사로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전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일궈냈다. 조대식 의장이 대표로 부임한 후 ㈜SK는 반도체 소재, 바이오 부문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나가며 현재 ‘투자형 지주사’로 자리매김했다.

컨트롤타워
역할 부여


권봉석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긴 권영수 부회장을 대신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2인자로 올라선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LG 이사회는 권봉석 부회장을 COO(최고운영책임자)에 선임한다고 밝혔다.

권봉석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LG가 COO 산하에 경영 전략 부문과 경영 지원 부문을 신설한 만큼, 권봉석 부회장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권봉석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사업 전반의 밸류 체인을 두루 경험했다. 모니터사업부장, MC상품기획그룹장, ㈜LG 시너지팀장, MC·HE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는 등 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겸비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융합형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권봉석 부회장이 2014년 ㈜LG 시너지팀 팀장을 맡았던 당시 구광모 회장은 시너지팀 부장으로 일한 전례가 있다.

경영 이념 공유하는 최측근
지근거리서 보필하는 ‘복심’

롯데그룹은 최근 고강도 쇄신 인사를 통해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역할을 조정했다. 계열회사는 사업군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에 맡기고 지주사는 그룹 전체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고도화, 핵심 인재 양성, 미래 신사업 추진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도가 다분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동우 부회장은 그룹 미래 전략 수립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진두지휘하게 될 예정이다.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는 이동우 부회장은 그간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던 인물이다. 1986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부문장, 잠실점장을 거쳤다. 2012년 롯데월드 대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롯데지주 공동대표로서 그룹의 비즈니스 전략과 재무 등을 통솔하고 있다. 그룹 미래역량 강화를 위해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 중이다. 

김희철 한화임팩트 사장은 한화그룹 승계 과정에서의 ‘키맨’으로 꼽힌다. 김동관 사장의 ‘멘토’로 꼽히는 김희철 사장은 총수 일가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물이다.

김희철 사장은 이후 한화솔라원 중국법인 대표이사, 한화큐셀 대표 등을 역임하며 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이끌었다. 김동관 사장이 태양광을 새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2010년 한화솔라원을 통해 시장에 진출했을 때 김희철 사장은 김동관 사장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했다.

김동관 사장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이동할 무렵 김희철 사장 역시 한화솔라원 경영총괄책임 임원으로 옮겼다.


김희철 사장은 최근 그룹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8월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로 부임한 김희철 사장은 지난 10월 한화에너지 지주 부문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현재 한화에너지는 지난 10월 에이치솔루션과 합병한 이후 사업 부문과 지주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합병 이전까지만 해도 정인섭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였으나 지난 10월 합병 이후 정인섭 사장이 사업 부문, 김희철 사장이 지주 부문을 맡는 구조로 전환했다.

김희철 사장에게는 한화에너지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중책이 내려진 상태다. 향후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 지분을 현물출자해 지주사(㈜한화)의 신주를 받거나,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승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 회장 슬하의 김동관·김동원·김동선 3형제는 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라도 ㈜한화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한화에너지의 몸집이 커질수록 오너 3세의 ㈜한화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 슬하의 3형제(김동관·김동원·김동선)는 한화에너지 지분을 각각 50%, 25%, 25% 보유 중이다.

스승이자
동반자


GS그룹에서는 이른바 ‘허태수 사단’으로 불리는 1970년대생 상무 3인방(곽원철·황재웅·최누리)이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곽원철 상무와 황재웅 상무는 허태수 회장 취임 전후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투자를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 나선 허태수 회장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누리 상무는 지난해 초 허태수 회장과 함께 GS홈쇼핑에서 지주사로 넘어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최누리 상무는 GS홈쇼핑에서 경영기획담당 본부장을 거쳐 CI사업부장을 역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할 최측근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송명준 현대오일뱅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1969년생인 송명준 부사장은 그룹의 ‘재무통’으로 불린다. 2001년 현대중공업에 자리 잡았고 재정부 관리팀장, 싱가폴 지사 금융·관리책임담당, 중국 지역의 재무 총괄 등 국내·외 계열사의 재무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8년부터는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기계 등 총 세 곳에 몸담고 있다. 2022년 승진 인사를 통해 소속된 모든 계열 회사에서 직급이 부사장으로 승격됐다.

송명준 부사장은 정기선 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송명준 부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 재무지원부문장을 맡았던 시기에 정기선 사장은 경영지원실장 역할을 수행했다. 송명규 부사장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큰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드러진
참모 역할

재계 관계자는 “정기 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이 바로 그룹의 2인자로 누가 부상하느냐다”라며 “특히 승계 절차를 밟는 그룹일수록 참모진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핵심 사업을 맡기기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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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