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어 대우건설 품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성공 스토리

19세 목수는 50년 뒤 고래를 삼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9세 나이에 목수로 건설 현장에 뛰어든 청년이 50년 만에 업계 2위 건설그룹의 오너 자리에 오르게 됐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타고난 승부사인 정 회장은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띄우며 중흥그룹을 성장시켰다. 이번 인수전도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지난 9일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로써 중흥그룹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5개월간 진행해온 인수 실무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지방서
전국구로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중흥그룹은 ‘지방 건설사’라는 한계를 딛고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게 됐다. 중흥토건(2조585억원)과 중흥건설(1조1302억원), 대우건설(8조7290억원)의 시공능력평가액을 합산(11조9177억원)하면 삼성물산(22조5640억원)에 이어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간다.

재계 순위도 수직 상승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자산액 9조2070억원으로 47위를 차지했다. 중흥토건, 중흥건설 등 중흥그룹의 계열사가 반영된 순위다.

자산총액 9조8470억원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중흥그룹의 자산총액은 19조540억원으로 미래에셋(19조3330억원)에 이어 21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봐야겠지만 건설사 순위가 뛰고 시공 능력도 향상되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취약했던 해외사업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대우건설은 현재 수주잔액 39조원 가운데 해외 수주액이 8조원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곳곳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나이지리아, 이라크, 모잠비크, 베트남 등 해외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가 가졌던 해외 수주 노하우와 프로젝트 관리 경험은 자연스레 중흥으로 이식될 것”이라며 “대우가 가진 국내 주택사업 능력도 중흥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민간 건설사 최대 공급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 역시 약 3만5000가구 분양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공급실적 1위 수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의 공급 능력은 중흥그룹에도 시너지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흥그룹은 ‘중흥S-클래스’ 브랜드로 전국 아파트 건설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그러나 시공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서울 시장 공략에는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건설 6위 인수 마무리…업계 2위로 점프
해외 경쟁력 대폭 상승…글로벌 건설사로

건설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브랜드 ‘푸르지오’와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인 ‘써밋’을 활용하면 건설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흥그룹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강남 재건축 수주도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대우건설 매각의 발목을 잡았던 실적도 개선세가 뚜렷한 만큼 중흥그룹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8조1367억원, 영업이익 5583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인수전은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 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번 인수로 지방 소재 ‘변방의 중견건설사’ 중흥그룹이 글로벌 건설사 인수를 이뤄 내년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를 준비한 셈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띄워 중흥그룹을 성장시켰다. 세종특별자치시 개발 과정에서 많은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물고 포기할 때 중흥그룹이 전체 주택 용지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매입해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인 1만3000여가구를 공급한 점을 업계에선 높이 사고 있다.

이후 세종시 분양시장은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인수전에도 가격 문제로 재입찰 과정을 밟게 되자 정 회장이 직접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는 후문이다.

1943년 광주 출생인 정 회장은 스물이 채 안된 나이에 목수로 건설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현장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1983년 금남주택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6년 뒤 설립한 중흥건설의 모태다.

고비 때마다 
승부수 띄워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온 중흥건설은 이후 수도권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30여개 주택·건설·토목업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될 만큼 사세를 확장했다.

업계는 건설 시장이 크고 작은 부침을 겪은 와중에도 중흥이 성장을 이어 온 배경으로 정 회장의 경영철학을 꼽는다. 그의 업무 책상 위에는 회사의 3년치 현금흐름표가 놓여있다. 36개월간의 자금 계획을 미리 짜고 3개월마다 이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3불(不) 원칙’이다. ‘비(非)업무용 자산 불매’ ‘보증 되도록 서지 않기’ ‘적자 예상 프로젝트 수주하지 않기’다.

이 같은 철저한 자금관리가 시총 3조7000억원대의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흥건설 측의 구체적인 자금조달계획서를 호평하면서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매각 대금, 거래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했다.


재무적 관점에서는 다소 보수적이지만, 경영인으로서는 냉철한 승부사적 기질도 갖고 있다. 중흥건설은 당초 본입찰에서 2조3000억원을 제시했다가, 차순위와의 가격 차이가 너무 크게 나타나자 KDBI 측에 재차 수정 제안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 측은 노딜(No deal)도 불사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는데, 이러한 인수 전략을 진두지휘한 것은 정 회장이라는 후문이다.

그가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호시탐탐 노려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에 4조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1조원 이상을 들여 대기업 한 곳을 인수한 뒤 나머지 3조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해야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대기업 인수 구상을 드러냈다.

회의적 시선
산적한 과제

당시 그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인수할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 등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대우건설 인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업계엔 중소건설사였던 중흥이 대우건설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시너지를 내기에 앞서 중흥그룹 내부 지배구조 정리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 대우건설 사업담당 대표이사와 정항기 대우건설 관리담당 대표이사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그동안 중흥은 내부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부인사가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 정창선 중흥 회장 역시 “차기 사장 승진은 내부에서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차기 사장 후보로 김창환 대우건설 신사업본부장과 백정완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대우건설 공채 출신이다.

김창환 본부장은 기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정항기 대표 영입으로 신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은행 인수 뒤 CFO를 맡은 유일한 대우맨이다. 백정완 본부장은 주력인 주택건축사업을 이끌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흥은 최대한 대우건설의 신뢰를 얻는 내부인사를 선임해 인수합병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는 인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우건설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실탄 조달에도 나서야 한다. 중흥은 대우건설 임직원 급여를 건설사 상위 3개 업체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사판 인부로 시작해 재계 20위권 진입
‘타고난 승부사’ M&A 전략 직접 진두지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8200만원 수준으로 3사 평균(9300만원) 1000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대우건설의 정규직 직원은 3760명이며 비정규직 직원까지 포함하면 대략 5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중흥은 대우건설 재무구조 개선에도 막대한 현금을 쏟아야 한다.

대우건설의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22.6%다. 만일 중흥그룹(105.1%) 수준으로 맞추려면 최소 3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9년(289.7%), 2020년(247.6%)과 비교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채만 7조원에 이르는 만큼 중흥의 출혈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내부에는 출신과 계파별로 다양한 인사들이 존재하고 있고 현재 대표는 산업은행에서 임명한 것으로 경영진 교체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흥은 대우건설 노조의 지지를 얻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 인수자금 외에도 내부 결속을 위한 지출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연내 완료하고 향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대우건설을 세계 최고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중흥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대우건설 매각 주체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양해각서(MOU) 체결, 확인실사, 주식매매계약(SPA), 기업결합 신고 등을 신속하게 진행해 연내에 인수를 완결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중흥그룹은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할 계획이다. 중흥그룹은 다만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현금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를 국내 1등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한 중흥의 강점과 우수한 주택 브랜드, 탁월한 건축·토목·플랜트 시공 능력 및 맨 파워를 갖춘 대우건설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반발?
성장에 자신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대우건설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떤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자 한다”며 “모든 임직원들이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 그리고 신뢰와 협력으로 뭉친다면 제가 꿈꾸는 대우건설과 임직원 모두가 꿈꾸는 기업이 하나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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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