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어 대우건설 품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성공 스토리

19세 목수는 50년 뒤 고래를 삼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9세 나이에 목수로 건설 현장에 뛰어든 청년이 50년 만에 업계 2위 건설그룹의 오너 자리에 오르게 됐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타고난 승부사인 정 회장은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띄우며 중흥그룹을 성장시켰다. 이번 인수전도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지난 9일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로써 중흥그룹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5개월간 진행해온 인수 실무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지방서
전국구로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중흥그룹은 ‘지방 건설사’라는 한계를 딛고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게 됐다. 중흥토건(2조585억원)과 중흥건설(1조1302억원), 대우건설(8조7290억원)의 시공능력평가액을 합산(11조9177억원)하면 삼성물산(22조5640억원)에 이어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간다.

재계 순위도 수직 상승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자산액 9조2070억원으로 47위를 차지했다. 중흥토건, 중흥건설 등 중흥그룹의 계열사가 반영된 순위다.

자산총액 9조8470억원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중흥그룹의 자산총액은 19조540억원으로 미래에셋(19조3330억원)에 이어 21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봐야겠지만 건설사 순위가 뛰고 시공 능력도 향상되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취약했던 해외사업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대우건설은 현재 수주잔액 39조원 가운데 해외 수주액이 8조원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곳곳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나이지리아, 이라크, 모잠비크, 베트남 등 해외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가 가졌던 해외 수주 노하우와 프로젝트 관리 경험은 자연스레 중흥으로 이식될 것”이라며 “대우가 가진 국내 주택사업 능력도 중흥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민간 건설사 최대 공급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 역시 약 3만5000가구 분양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공급실적 1위 수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의 공급 능력은 중흥그룹에도 시너지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흥그룹은 ‘중흥S-클래스’ 브랜드로 전국 아파트 건설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그러나 시공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서울 시장 공략에는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건설 6위 인수 마무리…업계 2위로 점프
해외 경쟁력 대폭 상승…글로벌 건설사로

건설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브랜드 ‘푸르지오’와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인 ‘써밋’을 활용하면 건설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흥그룹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강남 재건축 수주도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대우건설 매각의 발목을 잡았던 실적도 개선세가 뚜렷한 만큼 중흥그룹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8조1367억원, 영업이익 5583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인수전은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 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번 인수로 지방 소재 ‘변방의 중견건설사’ 중흥그룹이 글로벌 건설사 인수를 이뤄 내년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를 준비한 셈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띄워 중흥그룹을 성장시켰다. 세종특별자치시 개발 과정에서 많은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물고 포기할 때 중흥그룹이 전체 주택 용지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매입해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인 1만3000여가구를 공급한 점을 업계에선 높이 사고 있다.

이후 세종시 분양시장은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인수전에도 가격 문제로 재입찰 과정을 밟게 되자 정 회장이 직접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는 후문이다.

1943년 광주 출생인 정 회장은 스물이 채 안된 나이에 목수로 건설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현장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1983년 금남주택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6년 뒤 설립한 중흥건설의 모태다.

고비 때마다 
승부수 띄워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온 중흥건설은 이후 수도권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30여개 주택·건설·토목업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될 만큼 사세를 확장했다.

업계는 건설 시장이 크고 작은 부침을 겪은 와중에도 중흥이 성장을 이어 온 배경으로 정 회장의 경영철학을 꼽는다. 그의 업무 책상 위에는 회사의 3년치 현금흐름표가 놓여있다. 36개월간의 자금 계획을 미리 짜고 3개월마다 이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3불(不) 원칙’이다. ‘비(非)업무용 자산 불매’ ‘보증 되도록 서지 않기’ ‘적자 예상 프로젝트 수주하지 않기’다.

이 같은 철저한 자금관리가 시총 3조7000억원대의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흥건설 측의 구체적인 자금조달계획서를 호평하면서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매각 대금, 거래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했다.


재무적 관점에서는 다소 보수적이지만, 경영인으로서는 냉철한 승부사적 기질도 갖고 있다. 중흥건설은 당초 본입찰에서 2조3000억원을 제시했다가, 차순위와의 가격 차이가 너무 크게 나타나자 KDBI 측에 재차 수정 제안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 측은 노딜(No deal)도 불사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는데, 이러한 인수 전략을 진두지휘한 것은 정 회장이라는 후문이다.

그가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호시탐탐 노려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에 4조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1조원 이상을 들여 대기업 한 곳을 인수한 뒤 나머지 3조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해야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대기업 인수 구상을 드러냈다.

회의적 시선
산적한 과제

당시 그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인수할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 등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대우건설 인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업계엔 중소건설사였던 중흥이 대우건설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시너지를 내기에 앞서 중흥그룹 내부 지배구조 정리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 대우건설 사업담당 대표이사와 정항기 대우건설 관리담당 대표이사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그동안 중흥은 내부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부인사가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 정창선 중흥 회장 역시 “차기 사장 승진은 내부에서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차기 사장 후보로 김창환 대우건설 신사업본부장과 백정완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대우건설 공채 출신이다.

김창환 본부장은 기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정항기 대표 영입으로 신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은행 인수 뒤 CFO를 맡은 유일한 대우맨이다. 백정완 본부장은 주력인 주택건축사업을 이끌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흥은 최대한 대우건설의 신뢰를 얻는 내부인사를 선임해 인수합병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는 인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우건설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실탄 조달에도 나서야 한다. 중흥은 대우건설 임직원 급여를 건설사 상위 3개 업체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사판 인부로 시작해 재계 20위권 진입
‘타고난 승부사’ M&A 전략 직접 진두지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8200만원 수준으로 3사 평균(9300만원) 1000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대우건설의 정규직 직원은 3760명이며 비정규직 직원까지 포함하면 대략 5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중흥은 대우건설 재무구조 개선에도 막대한 현금을 쏟아야 한다.

대우건설의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22.6%다. 만일 중흥그룹(105.1%) 수준으로 맞추려면 최소 3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9년(289.7%), 2020년(247.6%)과 비교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채만 7조원에 이르는 만큼 중흥의 출혈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내부에는 출신과 계파별로 다양한 인사들이 존재하고 있고 현재 대표는 산업은행에서 임명한 것으로 경영진 교체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흥은 대우건설 노조의 지지를 얻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 인수자금 외에도 내부 결속을 위한 지출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연내 완료하고 향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대우건설을 세계 최고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중흥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대우건설 매각 주체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양해각서(MOU) 체결, 확인실사, 주식매매계약(SPA), 기업결합 신고 등을 신속하게 진행해 연내에 인수를 완결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중흥그룹은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할 계획이다. 중흥그룹은 다만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현금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를 국내 1등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한 중흥의 강점과 우수한 주택 브랜드, 탁월한 건축·토목·플랜트 시공 능력 및 맨 파워를 갖춘 대우건설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반발?
성장에 자신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대우건설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떤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자 한다”며 “모든 임직원들이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 그리고 신뢰와 협력으로 뭉친다면 제가 꿈꾸는 대우건설과 임직원 모두가 꿈꾸는 기업이 하나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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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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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