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치인들은 사회적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적극적이다. 그들은 정치를 하는 이유가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고, 여기에 정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독 성소수자 문제를 대변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인색해진다. 성소수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별로 좋지 않은 탓이다.
무지개는 일곱 가지의 색을 띤다. 비가 오는 날 사람들은 이 무지개를 보기 위해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곤 한다. ‘일곱가지’ 색이 하나로 어우러진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평화로운 느낌을 받게 한다.
차별금지법
그러나, 이처럼 인기 많은 무지개에 남색을 빼면, 그 인기가 뚝 떨어진다. '여섯가지' 색의 무지개는 더 이상 평화를 떠올리게 하지 않고, 성소수자들을 상징하는 ‘프라이드 플래그’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들의 집회나 시위를 가보면 항상 이 프라이드 플래그가 펄럭거린다.
한국 리서치가 진행한 지난 7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약 10%내외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응답자의 절반인 45%는 성소수자에 대해 불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보수적인 문화권의 나라인 탓도 있고, 성소수자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가 쌓인 탓도 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도, 한국의 성소수자 호감도는 낮은 축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성소수자 수용도는 10점 만점에 2.8점을 받았다.
터키(1.6점), 리투아니아(2.0점), 라트비아(2.4점)에 이어 네 번째로 낮은 순위다. 에스토니아(2.8점)와는 동점을 기록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찬성이건 반대건 의견을 내는 순간 표가 떨어지는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유일하게 ‘LGBTQ’ 문화에 힘 있는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다. 지난 6월 말, 그는 천신만고 끝에 10명을 모아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에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금지도 포함되어 있어 그가 발의한 법안은 찾기 드문 ‘LGBTQ를 위한 법안’이라 평가받는다.
<일요시사>는 성소수자 문제를 보다 자세하게 듣기 위해 용 의원의 의원실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의원실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것은 곳곳에 비치된 프라이드 플래그였다. 성소수자들을 대변하는 것에 정치인으로서 두려움이 없다는 방증이었다.
그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특별히 언제부터였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솔직히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그쪽 문화의 친구들을 알게 되고 고충을 들으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 문화에 젖어들게 됐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용 의원은 좋지 않은 여론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두렵지 않다”고 당차게 대답했다.
그들의 호감도 10%…세계 최저 수준
“과대 대표된 부정 여론 바로잡아야”
그는 “나는 성소수자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성애를 반대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의 목소리가 실제보다 더 크게 들리는 것뿐”이라며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엄청나게 많은 전화를 받았는데, 그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전화기 너머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하는 것이 들렸다. 마치 어느 한 공간에 모여서 조직적으로 항의 전화를 하는 단체처럼 말이다”라고 경험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그는 “반대하시는 분들이 일리가 있는 것처럼 말씀들을 하시는데, 본질은 동성애를 그냥 싫어하는 분들이다. 좋고 싫고는 서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차별금지법은 논리로만 따져 봐야하고, 찬성 쪽의 논리가 더 탄탄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용 의원은 이처럼 과대 대표돼있는 여론을 정치권에서 너무 민감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전반으로 봤을 때, 강경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절대 다수가 아니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관심이 없거나, 침묵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강경하게 반대하는 분들이 워낙에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라 지적했다.
용 의원은 “아무리 국회 바깥에서 토론회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돼야 하는데, 그곳에서는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며 “결국엔 선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선거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 결국은 논의를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못한다고 하면, 언제 할 수 있겠나. 선거는 2년마다 돌아오기 마련”이라고 언급했다.
용 의원은 희망 섞인 의견도 함께 내놨다. 정치권의 무관심과 조직적인 반대 세력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느려진 성소수자들에 대한 논의지만, 이 문제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토론회나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회담에서 대놓고 동성애를 싫어한다거나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 물론 여기에 각종 미사여구가 붙지만 대놓고 그들의 취향을 반대한다는 말을 안 하려고 한다”며 “그냥 무작정 반대가 아니라 설득력 있는 논거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건강한 방향으로 사회가 흘러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건강한 방향
미국은 2015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바 있다.
“한국은 동성 결혼 합법화가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용 의원은 “차별금지법은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하고,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10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옳게 굴러가고 있지만 아직은 느린 성소수자들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얼마나 속도가 붙을지, 진짜 10년이 걸릴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