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종부세 쇼크' 오해와 진실

부자도 아닌데 ‘세금 폭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세금 폭탄’의 위력이 대단하다. 국세청이 발송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다주택 보유자들은 높아진 세 부담에 고뇌에 빠졌다. 정치권도 합세해 ‘종부세 폭탄론’을 외치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주자 간 공약으로까지 이어지며 종부세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각종 ‘폭탄론’으로 번진 종부세가 계속해서 거론되자 대다수 국민은 상위 2%에 해당하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부자 걱정’에 마음을 보태고 있다.

지난 22일 국세청이 보낸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일명 상위 2%에 해당하는 ‘부자’ 납세자들은 높아진 세 부담에 한숨을 내쉬었다. 종합부동산세율이 상향되며 공시가격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은 다주택 보유자들은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합 부작용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주택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 22일 한 인터넷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종부세 납부액을 확인한 납세자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며 앞으로 내야 할 금액을 글로 공유했다.

‘이 정도로 오를 줄 몰랐다’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는 반응이 누리꾼 사이에서 주를 이뤘다.

한시적 다주택자들 역시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현재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20대 공인중개사 조씨도 한시적 다주택자로 몰려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처했다.


올해 초 별세한 조씨 아버지는 대출 90억원가량이 낀 총가액 1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남겼다.

하지만 취등록세와 상속세 등을 낼 돈이 없는 조씨는 세금을 내기 위해 주택임대사업자를 자진 말소 처리하고 현재 빌라 매물들을 모두 내놓은 상태다. 주택임대사업자가 일반인에게 집을 팔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을 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빌라 처분은 여의치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조씨는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종부세 고지서에 적힌 금액에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씨는 졸지에 다주택자로 몰려 종부세 2억1000만원가량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조씨는 “세금을 내기 위한 돈을 마련하고자 빌라를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상속 처리된 매물 등에 다주택자로 몰렸고 대출도 나오지 않아 상속세를 낼 형편도 안 된다. 더군다나 2억이 넘는 종부세까지 감당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화가 난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국세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토지분 종부세 고지 현황에 따르면 올해 주택분과 토지분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인원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고지 인원이 74만41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새 38.0% 급증했다. 이는 당초 정치권 등에서 예상했던 수준인 80만명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일각에선 이번 종부세 인상 논란의 파급효과가 고스란히 서민층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위 2%만 해당? 월급쟁이들은 왜?
실제 억울한 사연 들어보니 ‘허걱’

하지만 여당과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폭탄’ 논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태주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 시사>에 출연해 최근 “종부세액이 급증한 것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며 “정부가 이전부터 예정한 정책의 효과”라고 반박했다.

‘종부세는 98%의 국민과는 무관하며 소수 고가의 집을 보유한 부자를 제외하고 종부세는 1~2주택 보유 가구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종부세 대상자 중 상당수가 실거주자라는 점이다. 부모 시골집을 자신의 명의로 해 2주택을 가진 사람, 세금 납부 여력이 없는 은퇴한 고령자 등 투기와 상관없는 사람들마저 의도와 상관없이 정부의 일방적 규제로 인한 주거비용 부담까지 짊어지게 된 것이다.

1세대 1주택자 또한 납부해야 할 세금이 크게 올랐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되자 그 여파로 올해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인원과 세액 모두 증가했다. 정부가 종부세 산출 3요소인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 시장 가액 비율 ▲세율을 한꺼번에 올린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정책에 따라 올해 전국 평균 공동 주택 공시가는 19.1% 상승했다. 이는 14년 만의 최대치의 금액이다. 공정 시장 가액 비율은 지난 2020년 90%에서 올해 95%로 인상됐다.

최근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중소형 아파트와 주택 등의 집값이 크게 오르자 기존 비과세 대상자였던 1세대 1주택자들도 과세대상에 포함됐다. 국회가 종부세 과세대상 기준을 공시가격 1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부족했다.

정부는 예상된 정책에 따른 조치라 주장하고 있지만 느닷없이 종부세 과세대상에 포함된 국민을 중심으로 ‘폭탄’ 논란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지난 22일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주택자 13만2000명에게 고지된 종부세는 2000억원이다. 전년인 2020년에는 1주택자 12만명에 1200억원이 고지됐다. 1년 새 1만2000명이 늘었고 800억원이 증가했다.

종부세를 두고 정치권 등이 각축전이 벌이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종부세 세율 인하’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등을 대선공약으로 거론하며 ‘종부세 폭탄론’을 꺼내들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도 지난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종부세는 서울의 일부 부자들만 내는 ‘부자세’라는 애기는 옛말”이라며 “종부세를 ‘종합 부작용세’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뿔난 민심

그러면서 “국민이 부동산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선 종부세 개편을 통해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해소해야 한다”며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하하고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등 여러 방면의 부동산 정책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종부세의 개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yricki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동명의’ 종부세 절세팁

공시가격이 상승하며 소득이 없는 은퇴 1주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유한 1주택을 부부가 공동명의로 등록하는 ‘공동명의’가 주목받고 있다.

은퇴 후 특별한 소득없이 집 한 채만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의 경우 소액의 세금이라도 아쉬운 게 사실이다.


특히 장기보유세액공제나 고령자 공제를 다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 세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은퇴 1주택자에게 ‘공동명의’가 절세를 위한 팁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종합부동산세 적용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까지 늘어나 단독명의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에 따른 공제 혜택을 더할 경우 실제 세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1가구 1주택 합산 과세표준이 11억 이하라면 공동명의를 단독명의로 변경해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종부세 납부기준은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9억원을 초과한 주택을 보유한 경우 해당되기 때문이다.

2주택 이상은 합산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면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

지난 9월30일부로 신청 기간이 지났지만, 한시적으로 오는 12월1일 관할 세무서로 직접 방문해 납세자 신청이 가능하다. 납세자 신청은 1년 단위로 변경할 수 있다. <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