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방 황태자 날린 쿠첸의 비극

동생에 밀린 형의 굴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부방그룹을 이끌어온 쿠첸이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뒷걸음질로 인해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라는 위상마저 흔들리는 양상이다. 쿠첸의 실적 악화는 그룹의 후계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장남이 맡은 쿠첸이 부진한 행보를 거듭하는 동안 차남이 대관식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한 형국이다.

부방그룹은 이원갑 창업주가 1934년 설립한 부산방직공업에 뿌리를 둔 기업집단이다. 가전사업을 이끄는 쿠첸이 그룹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쿠첸의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은 1037억원으로, 이는 지주사인 ㈜부방 종속회사 중 47.6%에 해당한다. 

화양연화

쿠첸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남다르다. 쿠첸의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은 802억원으로, ㈜부방(매출 19억원)은 물론이고 ▲부방유통(매출 440억원) ▲비즈앤테크컨설팅(매출 119억원) ▲에스씨케이(매출 250억원) 등 ㈜부방 종속회사의 매출 합계치를 상회한다.

쿠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전체 실적이 출렁이는 셈이다. 

차기 총수로 꼽히던 이대희 전 대표가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통해서도 쿠첸의 그룹 내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 전 대표는 2007년 리홈쿠첸 리빙사업부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2012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기 전까지 경영을 이끌었다.


잠시 공백기를 거친 이 전 대표는 2014년 말 쿠첸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대희 대표 2기’ 체제의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쿠첸은 2017년 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고, 201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50억원, 14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6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장남, 생각지 못한 스타트업 홀로서기 
차남, 최상단 선점하고 차기 회장까지?

쿠첸이 기대치를 밑도는 행보를 밟는 사이 그룹 내 무게추는 이 전 대표의 동생인 이중희 대표이사가 총괄하는 테크로스로 옮겨갔다. 테크로스는 2010년 부방그룹에 편입된 이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테크로스는 지배구조상에서도 중핵으로 거듭난 상태다. 2019년 12월 이 전 대표는 ㈜부방 주식 1803만6942주를 테크로스에 매도했다. 또 본인이 최대주주인 에스씨케이의 부방 지분까지 전량 넘겼다. 

테크로스의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건 이중희 대표가 차기 그룹 총수직을 물려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테크로스는 ㈜부방 지분 34.2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중희 대표가 테크로스 지분 37.59%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룹 후계구도가 이중희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반면 이 전 대표의 위상은 추락했다. 지난해 1월 이 전 대표는 ㈜부방 부회장으로 이동했다. 표면상 승진이었지만,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미등기임원이었던 탓에 이사회에서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임기 1년도 채우지 않고 부회장에서 사임했다. 이중희 대표가 지난해 ㈜부방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지난 3월 ㈜부방 사내이사에 임명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외부서 재기?

㈜부방에서 떨어져 나온 이 전 대표는 올 초부터 생각지 못한 움직임을 드러낸 상황이다. 지난 3월17일 피유엠피는 이 전 대표가 피유엠피 부대표 겸 최고구매책임자(CPO)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공유킥보드 씽씽 운영사인 피유엠피에서 경영활동 전반을 관장하고, 공급망 관리(SCM) 총괄을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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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