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한 기 찾아볼 수 없는 전남 고흥 '쑥섬'의 교훈

사람들 몰리는 무덤 없는 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국내 산야 곳곳엔 분묘가 종종 목격되는데 최근 후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방치 중인 분묘들이 점점 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화장 장려 시책 역시 반응이 시원찮다. 문제는 외면받은 묘지의 주인도 모른다는 점이다. 좁은 국토의 이용 효율성을 높이면서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 새로운 묘지제도 정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A씨는 1시간에 한 번꼴로 나로도항인 축정에서 쑥섬을 오가는 여객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A씨는 선장이 과거 자신이 다니던 학교의 3년 후배라고 소개했다. 쑥섬은 나로도 앞의 아주 작은 섬이다. A씨는 본인의 가까운 친구들 모두 이곳 쑥섬에서 태어나 자랐다며 선장을 돌아봤다. 

풍습

“한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이 작은 섬에 애들이 왜 그렇게 많을까요? 우리 중학교 친구들만 하더라도 20명이 넘을걸요? 친구, 몇명인가? 아 참 쑥섬에는 ‘산소’가 하나도 없다는 안내문을 봤는데 그것도 빠뜨렸네요.”

섬을 향하는 배 안에서 A씨는 연신 들뜬 내색을 내비쳤다.

쑥섬은 전라남도 나로도 앞에 위치해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1~2022년 대한민국에서 가볼 만한 100곳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섬에 들어오면 특이한 안내문을 볼 수 있는데 쑥섬에는 ‘산소가 한 기도 없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쑥섬은 마을주민들의 노력이 모여 무덤이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섬에 무덤이 단 한 기도 없게 된 이유도 눈여겨봄직하다. 작은 섬에서 살기 위해 땅을 효율적으로 만든 자발적인 주민들의 실천들이 이어져 이뤄낸 성과다.

주민들은 더불어 살기 위해 서로 조심하고, 서로 자제하는 생활문화를 만들었는데 이런 변화가 풍습과 문화로 이어졌다. 현재 쑥섬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더불어 사는 문화 풍습 또한 이색적인 풍광으로 꼽혀 유명해졌다.

최근 들어 후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방치된 분묘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명당 의식 때문에 묘소 대부분이 집단화되지 못한 상태로 선산이나 깊숙한 산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정부의 화장 장려 시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화장률은 20.5% 수준에 불과하다.

어린 나이에 요절하거나 무의무탁자가 아니면 주로 매장이 진행된다.

그 결과 우리 산야 곳곳에서는 분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묘지 중 약 69%에 해당하는 1338만여기가량은 개별묘지 형태로 분산돼있다. 이 중 36%에 달하는 700만기가량은 연고자가 없이 방치된 무연고 분묘로 추산된다.

마을 주민들 노력 모여 유명세
후손 끊기면서 방치 분묘 늘어


실제 경북 구미시 청년회원 30여명이 최근 구미시립 공설묘지에서 제초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올해로 8년째 무연고 분묘 벌초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이 벌초작업을 벌인 연고가 없는 분묘에 안치된 ‘무연고 분묘’는 1320기에 이른다.

청년회원들은 “실제 후손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무연고 분묘가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며 벌초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방치된 무연고 분묘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문화의 변화다. 핵가족화로 사회변화가 늘어났다.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조상을 숭배하고 성묘하는 전통문화 의식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분묘는 산과 들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관리하기 어렵다. 여타 전통문화보다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경제난에 시달리며 직장에 얽매이게 된 바쁜 현대인들에게 하루를 온전히 비워야 하는 성묘가 점차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19사태로 심해진 개인주의로 인해 성과주의와 일을 우선시 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두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역시 위기 의식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묘지문화에 대한 대수술을 시도한 바 있다. 시한부 묘지제도와 묘지 면적의 축소를 골자로 하는 묘지 및 매장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마련했으나 타 부처의 이해 부족으로 경제차관회의에서 무기한 보류됐다.

명당을 원하고 자기 땅이면 마음대로 묘를 써도 좋다는 생각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는 묘지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주변 경관을 훼손할뿐더러 각종 국토이용사업과도 마찰을 빚어왔다. 이에 점진적 개혁이 이뤄지도록 끈질긴 노력에 의한 일관된 정부의 정책 선행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무연고’ 사회적 문제로
지자체 해법 없어 골치

과거 전남 무안군 인근 천주교 공원묘지에서는 1987년 공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현재까지 약 3000기 이상의 불법묘지가 조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안군은 불법 조성 묘지에 대한 현장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매년 과태료만 부과했다.

공원묘지의 다른 유가족들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도 않은 채 소극 행정으로 일관해 특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무안군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부서 담당 직원들이 매년 인사이동 등의 문제로 업무 연속성이 떨어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타 타개 방안이 없어 공원묘지 관리소 측과 무안군이 벌이는 행정 갈등은 온전히 유가족에게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최근 서울시공단은 묘지 화장 비용 9만원과 납골당 10년 관리비 25만원 등을 자체 예산을 들여 지원하고 있다. 후손들의 무관심 속에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셈이다.


특히 무연고 분묘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탓에 비석이 훼손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후손을 찾기도 여의치 않다. 묘지의 모습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사망자의 이름도 남아 있지 않아 후손들이 조상의 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관리가 안 되는 분묘들이 환경 훼손과 외관상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는 동시에 분묘 관리비 체납도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뚜렷한 타개책이 요원해 지자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현금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모델

서울시는 2억원을 투입해 400기 정도의 방치 분묘를 개장·화장하는 것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설공단은 올해 말 까지 용미1·2묘지, 벽제묘지, 망우리묘지, 내곡리 묘지 등 시립묘지 5곳에 가족 묘역을 둔 유족이 개장·화장할 경우 최대 50만원을 지원한다. 공단은 개장·화장 1건에 80만~1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공단은 공고를 통해 묘지의 연고자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후손들의 관심 부족으로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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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