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사람들

“부럽다, 제2의 유영철이 되어라”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경쟁사회가 가중됨에 따라 흉악 성범죄도 날로 급증하고 있다. 연쇄성폭생살인범 유영철을 시작으로 최근 일어난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까지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성폭행 사건만 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 이들을 비난하지만 일부는 온라인에서 성폭행범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이상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성폭행 사건은 이제 더 이상 놀랄만한 사건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부녀자성폭행 사건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범죄수위는 날로 높아지는 반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경미한 수준이라 악순환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어지고 있다. 전국구로 흉악범죄가 난무하면서 사형제도까지 부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되레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어 전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물리적 거세는
야만적인 처벌

한 온라인카페에서 범죄자의 인권보호에 관련된 글이 게재됐다. 글 밑에는 성범죄자 인권보호에 대해 동의하는 댓글들이 무성했는데 이 중 한 댓글을 발췌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논란이다. 개인적으로도 성범죄자에 대한 현재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방송과 인터넷에서 나도는 처벌을 보면 ‘너무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라도 태어나서 한번쯤(사실 겨우 한번 말해 본 청소년 이상은 없을 것이라는 가정하에)은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빌어봤을 텐데 지금 사람들은 초범에 대해서도 물리적인 거세를 하자고 하고 있다. 솔직히 이런 이들을 보면 '생각은 하고 사나'라고 묻고 싶다. 화학적 거세도 아니고, 전자발찌도 아니고 물리적 거세는 한 인간의 존엄성을 깨뜨리는 행위이며 평생 지워지지 않을 고통을 주는 것이다. 한 번의 성범죄로 평생 결혼도 못하고 인간의 기본 3대 욕구 중 하나인 성욕을 못 누리면서 살게 하는 건 극히 야만적이다.”

이는 잇단 성범죄로 물리적 거세 주장이 높아짐에 따른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사례인데, 이 카페의 다른 누리꾼도 이 댓글에 공감하고 있다.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이자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라고 불리는 조두순의 경우는 더 황당하다. 그는 당시 57세의 전과경력이 있던 일용직 노동자이자 안산의 한 교회 집사로 고작 9세였던 여아 나영이(가명)를 공중화장실에서 몇 번에 걸쳐 성폭행하고 내장파열까지 시킨 흉악성범죄자였다. 그것도 오전 8시20분쯤인 등교시간에 아이를 데려가 성폭행 한 것이다.

조두순, 전병욱 목사 인권옹호카페 생겨나
포털에 성범죄자 옹호하는 악성댓글 넘쳐

조두순은 성폭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상태였다고 진술해 최종 판결에서 징역 12년형인 솜방망이 처벌로 끝이 났다. 가해자 조두순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여학생이 나중에 커서 남자 성기보고 다 경험할거니까 사전시범을 보여준 것 뿐”이라며 반성의 기미 없이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시켰다. 이를 접한 국민은 조두순의 행동에 분노를 터뜨리게 한 사건으로 가해자의 범행에 비해 극히 가벼운 형량에 시위를 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다. 2009에 개설된 카페이름은 ‘조두순님과 성범죄자의 인권을 위한 카페’로 현재는 그 자취를 감췄지만 한 때 조두순의 인권보장을 열렬히 외치던 카페였다. 4000여명에 육박하는 카페회원들 중 대다수는 인권위 회원들과 일부 교인들이었고, 그의 친아들 또한 포함돼 있었다. 실제 조두순의 아들은 12년형에 대한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 카페의 운영자는 거센 비난여론에 못 이겨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폐쇄조치 했다.

최근 발생했던 나주 여아 성폭행 사건도 다르지 않다. 나주 성폭행이 기사화 되면서 일부 누리꾼들이 가해자 고종석을 옹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나주 여학생은 나영이와 같이 성폭행에 의해 신체 장기가 일부 훼손되는 등의 고통을 겪은 후 물 한모금도 못 넘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보도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성범죄자 옹호자들은 기사와 심지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서명카페 ‘발자국’에도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피해자를 비아냥대며 악플을 쏟아냈다. 몇 가지 댓글을 살펴보면 “부럽다” “멋있으세요. 무죄판결 꼭 받으시길 바라요” “제2의 유영철이 되길 기대한다. 실망시키지 마라” “옛말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다. 여자는 남자를 위한 존재이니 고종석을 살려주자”는 댓글 등이 카페에 게재됐다.

아동 성범죄자들
인권을 외치다


또 “4살 아이를 성폭행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 취향이니 시도할 수 있다. 취향이 독특하다고 욕먹으면 좀 억울할 것 같다” “아동 성애 성소수자인 나도 4살은 이해가 안 간다. 적어도 7살은 돼야하는 거 아닌가” 등의 악플로 피해자를 농락했다.

지난 2010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두둔한 현직 여경과 남성 아이돌 이준의 성범죄 옹호 발언도 한때 논란이 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찰서 생활안전과에 근무하고 있는 여경 A씨는 약 8년여 전, 밀양 성폭행 가해자들 중 1명이었던 친구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나왔다더니만… X(성기 지칭)도 못생겼다더니만 그년들ㅋㅋㅋㅋ고생했다, 아무튼!”이라며 가해자인 친구를 걱정하는 반면, 자매인 피해자들에게는 욕설 섞인 어투로 조롱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당사자인 여경은 경찰서 홈페이지에 ‘과거 철없었던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당시 일을 거론하며 아직도 그녀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 이준은 케이블 방송 모 프로그램에서 화학적 거세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아동 성범죄자를 옹호해 누리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는 “만약에 제가 실수로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치자. 그런데 결혼을 해야 된다. 범죄자가 자유인이 됐을 때 화학적 거세를 해 행복한 삶을 못 살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교인의 성범죄는
봐줘야 한다?

이에 누리꾼들은 격분했고 “이준을 방송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연이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준은 “성범죄자를 옹호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충실한 것 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성도 성추행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결국 해당 교회 목사직을 내놓은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는 지금도 수많은 교인들에게 추앙과 동정을 받고 있다. 피해 성도들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집무실에 여성성도들을 불러 “너랑 자고 싶다” “네 벗은 몸을 보고 싶다” “너 때문에 내 성기가 발기 한다” 등 지속적인 음담패설과 강제로 옷을 벗기고 오럴섹스를 강요하는 등의 성추행을 일삼았다.

성추행 파문이 예상보다 커지자 전 목사는 삼일교회의 목사직을 사임했지만, 현재 홍대 인근에 새로운 교회를 설립하고 담임목사로 버젓이 임하고 있다. 이러한 전 목사의 도 넘는 성추행 파문에도 교회 측은 피해자를 창녀 또는 꽃뱀이라며 이단으로 비방했고, 교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 목사에게 동정표를 날리며 지지하고 나섰다. 다음은 한 성도가 전 목사를 지지하는 글의 일부다.

악플러, 되레 피해자들에게 책임·원인 돌리기도
선정성·폭력성이 정상인 사고 피폐하게 만들어

“일단 전병욱 목사님이 저질렀다고 거론되는 것은 성폭행이 아니라 성추행이다. 성추행의 범위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극소한데서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다. 솔직히 성추행은 정상적인 남자라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성추행이 맞다고 하면 그게 성추행 아닌가? 전 목사님, 실제로 많이 뵈던 분이셔서 그분의 성격을 대충 알고 있다. 장난기가 많으시지만 장난이 아닌 것처럼 장난하시는 특이한 분이셨다. 물론 경건하고 온화한 그런 통상적인 목사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확실한 건 그 분에 대한 불신 혹은 위선자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그 자매(피해자)에 대한 불신은 아니지만 예상컨대, 목사님의 장난이 그 자매는 성적인 농담으로 들렸고 목사님이 그 건(성추행)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 일이 일파만파 커질 것을 염려하셔서 여러 건에 대한 회개와 성찰의 시간을 가지셨거나 그 자매가 이미 악의적인 목적으로 그러한 장난을 걸도록 목사님을 유도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성범죄에서 살인 또는 묻지마 범죄 등 흉악성범죄가 기승을 부림에 따라 사람들의 정신도 피폐해져 가는 게 사실이다. 현대 사회풍토와 매스컴이 더욱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정상적인 사람들도 올바른 사리판단에 장애를 받기 쉽다.

잔인하고 사실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영화·드라마와 같은 매체들도 대중들로 하여금 모방범죄 심리를 부추기는데 일조하고 있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난무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쩌면 범죄와 같은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성범죄자든 연쇄살인범이든 수위와 범죄 종류를 막론하고 두둔하게 되는 부작용으로 돌변한 것이다.

인간의 파괴본능
정당화 될 수 없어

한 범죄심리 전문가는 “인간은 원래 파괴하는 본능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 잔혹함과 폭력성은 여타 짐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다만 일상생활 속에서 이타적인 마인드와 사회질서를 위해 폭력성을 내면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이때 누군가 사회질서를 어기고 타인에게 잔혹한 행위를 보인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사회경쟁구도가 날로 심화되면서 인간의 파괴본능이 급증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정·폭력성으로 물든 영상과 타 매체 등에 대한 심의 강화와 올바른 사고방식을 키우기 위한 인성교육이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 내에서 적극 이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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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