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돈에 관심 없던 MZ세대 사이에 ‘재테크’ 붐이 일고 있다. 이자율이 낮은 적금 대신 새로운 방식의 재테크를 통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법의 재테크다.
20대 직장인 A씨의 취미는 신발 모으기다. 월급을 받으면 적금을 넣는 대신 희소성 있다는 새로 나온 신발을 여러 켤레 구매한다. 신발을 구매한 뒤에는 온라인에 판매글을 올려 구매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 이렇게 신발을 되파는 이유는 은행 적금을 드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식
A씨처럼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중반 출생자) 사이에서는 다양한 재테크 방법이 유행이다. MZ세대가 선택한 재테크 방식은 ‘리셀테크’를 비롯해 ‘뮤직테크’ ‘아트테크’ 등이다.
▲리셀테크 = 리셀테크(리셀과 재테크 합성어)는 신발, 명품 시계, 한정판 제품 등 다양한 물건을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재테크를 일컫는다. 기존의 리셀테크는 명품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명품테크’의 경우 구매 비용만 최소 100만원 이상으로 최초 구매자도 비용 부담에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았다. 값이 비싼 탓에 되팔 때도 구매자가 선뜻 나타지도 않았다.
비교적 보유 자금이 적은 MZ세대는 구매 비용도 저렴하고 판매도 쉬운 ‘슈테크’를 택했다. 슈테크란 신발 발매 직후 재빠르게 산 뒤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을 말한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인기가 많은 재테크 방식 중 하나다. 인기가 많은 이유는 적은 비용을 투자한 데 비해 원금을 잃을 위험 부담도 없고, 판매 실패 확률이 낮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신발이 기존 패션 아이템들에 비해 온라인 구매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여겨진다. 온라인 플랫폼을 자유롭게 다뤄 정보수집에 능숙한 세대가 MZ세대다. MZ세대의 소비성향에 따른 재테크 방식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슈테크는 짧은 기간에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시장 규모도 단기간에 커졌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 컴퍼니에 따르면 슈테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0억달러로 추산된다. 다가올 2025년에는 60억달러 규모로 3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신발 브랜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불황인 패션 업계 전반에 새로운 사업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셀테크를 통해 정기적인 소득을 얻는 경우 사업성이 인정된다. 이럴 경우 소득신고를 통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
특히 해외 제품을 거래할 경우 신고하지 않는다면 밀수 등의 혐의로 적발될 가능성도 있다. MZ세대 재테크 방식은 리셀테크뿐 아니라 뮤직테크와 아트테크 등 조각투자 방식의 재테크도 있다. 조각투자란 소액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뮤직테크 = 뮤직테크(뮤직과 재테크 합성어)는 노래를 주식처럼 사고파는 방식이다. 음악 저작권에 투자해 저작권료를 받거나 자유롭게 판매 가능하다.
초기 투자 금액이 낮고 투자 판단이 비교적 쉽다는 점에서 MZ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뮤직테크는 주로 음원 차트 재진입 가능성이 보이는 곡이나 과거부터 꾸준히 인기 있는 곡에 투자한다.
‘저금리 시대’ 각양각색 돈 모으기
큰 꿈 위해…소액으로 종잣돈 마련
한 사례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지난 2월까지 주당 2만4000캐시(플랫폼 상 단위) 였지만 지난 6월에는 55만5000캐시까지 올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MZ세대 사이에서는 ‘덕질테크’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플랫폼상에서 저작권을 구매한다고 해도 구매자가 저작권 지분 자체를 갖지는 않는다. 뮤직테크는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저작권료 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사고파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구매한 부분은 저작권료 수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저작권 자체를 가진 게 아니다. 따라서 해당 곡의 원권리자 승인 없이는 저작권을 이용할 수 없다.
주식과는 다르게 제3자 인증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사기가 쉽게 발생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거래에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트테크 = 아트테크(미술과 테크의 합성어)는 과거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작품 전체가 아닌 일부만 소액으로 구매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작품을 분할소유가 가능해지자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미술 경매 매출액은 1438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트테크는 다수의 사람이 미술품을 공동구매한 뒤 관공서, 전시회장 등에 작품을 렌트를 해주고 해당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추후 작품의 가치가 높아지면 그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거액을 투자하지 않아도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는 점이 아트테크의 장점이다.
오프라인에만 존재했던 경매 방식이 온라인에서도 가능해지자 MZ세대의 접근이 쉬워진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또 작품의 작가가 생존해 있으면 소득세 비과세 대상으로 세제 혜택이 크다는 점도 아트테크의 장점이다. 그러나 아트테크는 작품의 위작, 도난 가능성, 개인 간 소유권 불법 거래 등에 따른 ‘리스크 변수’가 다수 존재한다. MZ세대의 경우 미술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드물어 투자 위험성이 큰 편에 속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트테크가 재테크의 일종인 만큼 ‘시장성’ ‘환금성’ 등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작품을 구매한 뒤 되팔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변화 바람
업계 관계자는 “정체된 노동 소득과 저금리 현상으로 MZ세대의 재테크가 활성화 되고 있다. MZ세대로 인해 재테크 풍속이 변화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분야의 지식을 쌓은 뒤 재테크를 시도해야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