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놀이' 범죄자들의 잇단 자서전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9 14:16:39
  • 호수 13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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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서 평생 썩어도 책으로 이름 남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한다는 것을 명예로운 일이다. 각종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도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과거부터 최근까지 책을 집필했거나 집필하려고 하는 범죄자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을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범죄자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한다. 대표적인 게 포토라인이다. 포토라인에 서는 범죄자들은 자신이 마치 영웅이라도 된 것 마냥 착각하기도 한다. 철없는 어린아이들이 범죄를 일으키면 인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른 뒤 죄를 뉘우치기보다 자신을 우상화해 자서전을 출간하려는 이들도 있다.

기나긴 수감
독서·글쓰기

일본에서 인육 살인을 저지르고도 무죄로 풀려나 자신의 범행 일체를 <악의 고백>이란 책으로 펴낸 살인마 사가와 잇세이의 자서전이 화제가 됐다. 또 1997년 고베 아동 연쇄살인 사건의 가해자인 당시 14세 소년 살인범은 32세가 된 해에 자신의 범행 경위와 심경을 담은 수기 <절가>를 펴내며 피해 유가족의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살인 경험을 쓴 해당 자서전은 20만부가 넘게 팔렸으며 희대의 살인마는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유명세를 탄 사가와는 <신센죠노 아리아>라는 성인 드라마에 출연하고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인기를 누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영웅담 만들기’를 좋아하는 일본문화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사가와 잇세이 이전부터 국내의 범죄자들도 자서전을 출간한 적이 있다. 


지난 1991년, 국내 여객기 한 대가 인도양 상공서 실종된 적이 있다. 115명이 희생된 KAL기 폭파범 김현희씨가 폭파 사건의 전모와 자신의 공작원 선발과 훈련 과정, 유년기에 대한 추억을 담은 수기 <이젠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펴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국민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김씨는 책으로 벌어들인 인세 8억5000만원을 KAL기 유가족 대표단에 전달하며 사죄와 반성의 뜻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에도 <사랑을 느낄 때면 눈문을 흘립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소설가 노수민씨가 김씨 자서전의 대필 사실을 폭로했다. 노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서전 집필을 의뢰받을 당시 대필 사실을 밝히지 않기로 각서를 쓰기도 했고 소설가로서 남의 글을 대필한 것이 자랑도 아니라서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공개된 김씨 편지에 그가 겪은 고통을 들은 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김씨를 위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자서전이 인기를 끌자 조폭들도 앞다퉈 자서전 출간을 계획했다. 1995년 만기 출소한 조양은씨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변신하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듬해 <어둠속에 솟구치는 불빛>을 출간했다. 조씨는 자서전에서 순천교도소 난동을 자신이 배후 조종했다고 서술했다.

조폭이 전하는 싸움의 기술
살인마가 밝힌 살인의 이유

이후 영화 출연, TV 토크쇼 출연 등 갖가지 화제를 뿌리다 이듬해 사기, 폭행 등의 혐의로 재구속돼 2년 실형을 살았다. 2001년에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다시 구속, 10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3년간 도망다니면서 보디가드를 50명씩 데리고 다녔다. 김태촌과 조양은 측은 서로 치열하게 전쟁을 벌였으나 결국 1978년 화해하고 조창조씨가 신상사에게 사과하면서 함께 데려가서 사과를 시켰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 주먹으로 전국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신상사파 신상형씨도 저서를 냈다. 1932년생인 신씨는 1950년대 명동에서 가장 강한 조직을 이끌었고,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전국구 보스 ‘신상사’로 군림했다.

그 역시 2013년 발간한 저서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에서 1대 1 싸움 철학을 기술했다. 

책 내용에는 싸움의 기술 중 먼저 공격을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과 주먹으로 턱을 가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비슷한 싸움 실력에서 먼저 공격을 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조폭 전성시대일 때 조폭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내 위용을 드러냈다. 주먹 세계에 일어나는 일과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책에 담아 출간한 것이다. 

희대의 탈옥범 신창원씨도 책을 쓴 적이 있다. 직접 신씨가 쓴 것을 아니지만 <신창원 907일간의 고백>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 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넌 착한놈이다’하고 머리를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쌍놈의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출소 전후
줄줄이 출간

신씨 배경을 알게 된 독자들은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었다. 네티즌 리뷰에 ‘신창원도 불쌍하다. 가난하고 돈 없어서…’ ‘신창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등 신창원의 가난하고 열악한 상황을 이해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간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를 잃은 신씨는 6년 뒤부터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신씨에게는 가난보다, 어머니가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슬픔이 컸다. 만약 아버지가 사랑을 줬다면 신씨가 이리 엇나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신씨를 폭행했고 나중에는 계모까지 가세했다. 신씨 계모는 신씨 동생이 아픈데 관심도 없었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로부터 잦은 따돌림을 받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해 중학교 입학 세 달  만에 퇴학당했다.

신씨는 중학교 학생들로부터 잦은 따돌림에 석 달 만에 중퇴하고 1982년에 절도죄로 소년원에 수감됐다. 신씨 아버지 신흥선씨는 아들이 소년원에 들어가서 새 사람이 되길 갈망했지만 신씨 사건으로 인해 본격 반항적인 인생을 살게됐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씨도 최근 구치소에서 자서전 집필에 매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집필하고 있다는 것.

이씨가 구치소에서 쓴 편지와 탄원서, 그리고 법원에 매일 작성해 제출하고 있는 반성문을 입수해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이씨는 법조인에게 쓴 편지에서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뒤 2심에서 싸우겠다며 항소 준비를 부탁하는가 하면,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주현 서울경찰청 경사는 “이영학이 사이코패스 평가에서 40점 중 25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25점은 사이코패스 판정 최저선이다. 이 경사는 “어릴 때 장애로 놀림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면 친구를 때리는 등 보복적 행동을 했고, 대응 방식이 폭력적이었다”고도 했다.

주먹 세계 
뒷이야기

이어 “성(性) 각성 수준이 높다”며 “아내와 17년을 살면서 수준이 조금씩 강해져 현재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아성애자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성인 여성을 성범죄 대상으로 계획했다가 여의치 않자 통제가 쉬운 여성 청소년으로 바꿨다는 게 근거다.


어릴 적 트라우마가 관리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기를 피해자로만 여기다 보니 타인에 대한 보복심으로 이어졌다”며 “아내를 매춘부 취급했던 일에 비춰봤을 때 이영학은 매우 지배적인 성적 경향을 가지고 여성을 성적 만족을 위한 도구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의 범행 동기 중 핵심적인 부분이 성적 쾌락”이라며 사이코패스 성향과 성 도착증적 행동에 연관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씨 자서전에는 “여자애들 앞에서 무안을 당한 일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며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주룩 흘렀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큰 바위 얼굴’이라고 놀림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씨는 한차례 자서전을 출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작가 정성환의 글에 따르면 이씨 자서전은 실제로는 자신이 쓴 소설이며 출판사에 의해 에세이로 둔갑했으며 정 작가의 이름도 배제됐다. 

38세 나이로 6000억원대 어음사기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큰 손’ 장영자씨도 자서전 출간 계획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씨는 이순자씨를 상대로 낸 소송이 무위(無爲)로 끝나자 이를 설욕하기 위해 <월간조선>에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이순자씨 관련 자료 등을 수집해 자서전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죄 뉘우치긴커녕 스스로 우상화
간증·강연 등 굴곡진 삶 전해

장씨가 작성한 서한 대부분에는 이순자씨에 대한 원한이 묻어 있는데 그는 시종일관 이순자씨를 ‘이 부인’이라고 호칭했다. 장씨는 이씨가 2017년 출판한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 중 ‘작은아버지 처제 장씨가 자신의 이름을 앞세워 남편 이철희씨와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내용을 문제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도’ 조세형씨도 자서전을 준비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당초 조씨의 자서전은 ‘대도’라는 이름에 가려진 진짜 조씨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내는 내용으로 채워질 예정이었다.

조씨가 직접 쓴 이 책은 고아로 자라 거리에서 보낸 유년기, 소년 시절 장난으로 시작된 물건 훔치기, 자주 드나들었던 소년원과 당시 사회의 모습, 도둑이 돼 물건을 훔치는 생활을 담을 계획이었다. 

또 ‘대도’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건, 거듭된 탈주, 절도죄로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징역 15년과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은 사연, 누구도 견디지 못할 엄정 독거방의 고통, 교도소에서 겪은 이야기, 출소 후 만난 인연들, 행운으로 빚어진 가정, 재활을 위한 노력 등이 담겼다.

또 종교를 만나고 시작한 간증 생활, 보안업체에서 일하며 겪은 이야기, 말년에 일본에서 겪은 수난,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대도’라는 허명, ‘대도’라는 이름을 버리고 싶었던 마음도 담았다.

조씨는 기나긴 수감생활 중에 독서와 글쓰기를 계속해왔다. 조씨 필력은 이미 판검사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있는 수준이다. 또 간증 활동 및 강연을 통해 다져진 경험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할 예정이었다. 그는 2012년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와 계약을 맺고 자서전을 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듬해 4월3일 강남 소재의 한 고급빌라를 털다가 출동한 경찰에게 잡히면서 출간은 무산됐다. 

항변하는 
싸이코패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범죄자들은 책을 내고 싶어하거나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강호순도 자신의 범죄를 책으로 써서 인세를 아들들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기와 더불어’ VS ‘전두환 회고록’
김일성은 되고 전두환은 안 된다?

법원이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4년 전 전두환씨 회고록이 출판·배포 금지 결정을 받았던 것과 비교되고 있다.

지방법원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결론내렸지만 법원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있다.

전직 대통령이었던 전씨 회고록은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출판과 배포가 금지된 반면, 북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이 별다른 문제없이 출판돼 팔리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은 법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내용을 문제삼은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보호이익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인격권 침해나 명예훼손 여부에 있어서도 두 책이 법원에 의해 다른 판단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한 내용 등이 문제된 전씨 회고록은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던 5·18 단체들의 주장을 광주지법이 받아들였다.

회고록 내용이 조비오 신부를 비롯한 당사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법원이 인정했다.

반면 김일성 회고록에 대해선 서울서부지법은 책 내용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이적 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판매·배포 행위가 가처분을 신청한 시민단체 구성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부지법은 “신청인인 시민단체는 김일성 회고록의 내용이 대한민국 국민 일반의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판매·배포 금지를 요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인격권은 전속적 권리로서 채권자들이 임의로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 이 같은 신청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국민 일반을 대신해 시민단체가 김일성 회고록이 국민들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 셈이다.

김일성 회고록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던 소송대리인 측은 “신청인 중 한 사람은 납북된 인사의 직계후손이고 이 책은 납치범죄 전쟁범죄자를 거짓 미화하는 책인데, 그런 거짓된 책이 합법의 가장을 띄고 돌아다니는 것은 납북자 직계 후손의 인격적인 명예나 정신적인 온전성을 침해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씨 회고록은 2017년 8월 광주지법이 5·18의 진실을 왜곡하고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출판·배포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법원이 문제삼은 부분을 삭제한 ‘삭제판’이 재출간됐으나 5·18 단체는 2017년 12월 다시 삭제판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삭제판 출판·배포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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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