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1인 1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핸드폰 중독자가 생겨났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닌 것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기기 마련이다. 정부가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허용을 추진하려 하자 대한안경사협회는 안전성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냈다.
도수 안경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지난 6일 기획재정부 등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사회적 타협 제도인 ‘한 걸음 모델’ 신규 과제로 안경 온라인 판매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외국처럼?
한 걸음 모델은 정부가 신사업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현행법상 도수가 있는 안경은 의료기기에 해당돼 국가전문자격시험을 통과한 안경사가 있는 오프라인 안경점에서만 안경을 판매할 수 있다.
외국은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와비파커는 2010년 미국에서 안경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가격을 5분의 1로 낮춰 안경 독점 시장을 무너뜨리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소비자가 와비파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테를 최대 5가지 고르면 샘플이 집으로 배송되는 방식이다. 이후 5일 동안 안경을 착용해본 후 가장 선호하는 안경을 선택한 뒤 시력검사 결과와 눈 사이 거리 등을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2주 뒤 맞춤 제작된 안경을 받는다.
배송 비용은 와비파커가 부담한다.
이처럼 미국은 안경에 의료보험이 적용돼 전 국민이 안경을 구매할 수 있다. 아울러 시력 측정 의사가 있어 시력검사만 90달러(한화 10만원)의 비용만 내면 된다. 안경의 조제 및 가공은 안경사가 하고 있다.
호주 역시 안경에 의료보험이 적용되며 안경점이 1차 의료 기관으로 인정받아 안과에 가려면 시력 측정 의사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외국처럼 국내서도 온라인 판매 허용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대한안경사협회(이하 협회)가 반발에 나섰다.
정부 허용 여부 조만간 결정
안경사협회 비대위 꾸려 대응
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안경 판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온라인 판매 대응을 주제로 정책연구에 대한 공모도 받고 있다. 해당 내용은 해외 안경 온라인 판매 체계 의 문제점과 안경 온라인 판매 정책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저하와 경제 편중화다.
국내에선 안경을 맞추기 위해선 안경점을 찾아 시력검사 후 렌즈를 선택한 뒤 며칠 후 다시 찾아가서 안경을 받는다. 안경을 받을 때는 한 번 써 보고, 안경사가 코 받침이나 안경다리 등을 얼굴에 맞게 교정해준다.
협회는 안경의 온라인 판매 시 이런 교정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시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플 수 있고 눈도 쉽게 피곤해진다는 주장이다.
영업권 침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 소재의 안경점은 대략 1만개 규모로, 국민 5000명당 1개꼴로 현재 포화상태다.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손님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총력 반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협회는 온라인 판매 반대 운동의 일환으로 국민청원까지 독려하고 있다. 안경사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의료기기인 안경인 온라인 판매 정책에 반대한다’며 청원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에는 21만명이 청원에 동참했다(지난 23일 기준).
청원인은 “너무나 중요한 눈 관리는 대면을 통한 매우 높은 수준으로 하는 검사와 조제 및 가공·피팅이라는 과정을 통해야만 하는 고난도 전문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용창출이나 국민 편의와는 거리가 먼 정책으로 일개 업체 이익을 위해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경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온라인 판매 허용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대부분 이용자가 ‘국민청원을 하나로 몰자’ ‘아이디를 돌려가면서 청원을 하고 있다’ 등 온라인 판매 반대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찬성한다는 이들은 ‘온라인 판매가 진행된다면 영세업자는 죽는다’ ‘부작용이 많아지다 보면 무례한 손님이 많아질 것’이라는 등 요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 고객 감소
의료서비스 저하 지적도
안경 업계 종사자는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 처방전을 알려줄 사람이 없을뿐더러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지는 사람이 없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안경업계의 이 같은 우려와는 달리 가상피팅 서비스는 인기를 얻고 있다. AI 등 IT기업들은 온라인 아이웨어 몰에서 가상피팅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고객확보에 나서고 있다.
안경 가상피팅 쇼핑앱인 라○○는 온라인에서 가상피팅을 통해 안경테를 구입한 후 거주지 인근 안경점에서 도수 렌즈를 구입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제휴 안경점을 확대했다.
해당 회사는 AI 안경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해 코로나로 인한 안경업체 불황에도 매출이 지난해 전년 대비 24%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AR 가상피팅 쇼핑몰인 피○도 최근 네이버쇼핑 라이브를 통해 자체 브랜드 안경테를 판매하고 있다. 첫 방송에서 시청자수 1만1000명을 돌파했으며, 자사 AI 가상피팅 기술을 통해 온라인 가상 피팅과 현실 피팅을 비교하며 비슷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프라인 안경원들도 온라인 안경원에 대응하고 고객 선택을 돕기 위해 안경, 렌즈 등 오프라인 가상피팅에 나서고 있다.
안경사협회 측은 “온라인 판매 반대에 대한 입장을 협회 홈페이지에 이미 충분히 게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온라인 안경 판매 허용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부작용 우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면 안경사들은 실직할 수밖에 없다”며 “의약 분업을 하듯 면허를 가진 안경사가 처방한 경우에만 안경을 살 수 있게 한다든지 해야 하는데 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