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절대강자는 없다' 대기업 서열 전쟁 막전막후

'오르락내리락' 피 튀는 승강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해왔다. 직전년도를 기준으로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을 공개하는 것이다. 여기에 포함됐다는 건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회사가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은 재벌에 의한 시장경쟁 저해를 막기 위해 1987년 첫 도입됐다. 초창기에는 자산총액 4000억원이 기준이었지만, 2002년 2조원, 2009년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포함되면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상호지급보증 금지 출자 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 규제가 가해진다.

상위권
그대로

해당 기준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수정됐다. 2017년 7월11일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정을 위한 세부기준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변화였다.

개정안은 석달 전 공표된 개정 공정거래법의 위임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시의무와 사익편취 규제의 적용 대상을 기존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집단 외에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하는 게 핵심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절차는 기존 상호출자제한집단의 내용을 그대로 사용했다. 자산총액 산정은 직전 사업연도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총액 합계로 이뤄지며, 금융·보험사는 자본총액과 자본금 중 큰 금액에 따른다.


대신 금융·보험업만을 영위하는 기업집단이나 회생·관리절차가 진행 중인 소속 회사의 자산총액이 전체의 50% 이상인 기업집단 등은 지정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1일 기준 상호출자제한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총 71곳. 이는 전년(64개) 대비 7개 증가한 수치다.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분류된 기업은 40곳으로, 전년 대비 6개 늘었다.

계열회사수는 지난해 2284개보다 328개 늘어난 2612개로 집계됐고, 공정자산은 지난해 2176조원보다 160조원 증가한 2336조원이었다. 상위 10개 기업집단의 공정자산 비중은 2019년 69.7%에서 올해 66.9%로 줄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해 자산가치가 급등하며 지정집단이 대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명단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상위권 대기업들의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는 점이다. 1위(삼성)부터 17위(부영) 사이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은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를 나타냈다. 롯데(2020년 121조5240억원→2021년 117조7810억원)를 제외한 16곳은 전년 대비 공정자산이 증가했다.

올라가고
내려가고

대신 네이버(27위), 넥슨(34위), 넷마블(36위) 등 IT 기업들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신규 지정이 두드러졌다. 이로써 카카오(18위)를 비롯해 국내 IT·게임 기업 가운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은 총 4개사로 늘었다.


IT기업이 상호출자제한기업에 지정된 것은 2016년부터다. 공정위는 당시 대기업집단에 카카오를 포함시켰고, 이듬해 네이버와 넥슨, 2018년 넷마블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포함됐다. 카카오는 2019년 공정자산 10조원을 넘기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편입됐다.

IT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비대면 수혜로 인해 보유주식 가치 상승, 수익 증가 혜택을 톡톡히 봤다. 이 영향으로 4대 IT기업의 공정자산은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실제로 IT 기업 4곳은 동반 순위 상승을 나타냈다. 카카오의 공정자산 기준 순위는 지난해 23위에서 5계단 올라섰고, 네이버는 14계단 수직상승했다. 넥슨은 8계단, 넷마블은 9계단 순위를 끌어올렸다.

셀트리온(24위)는 가장 높은 순위 상승을 나타냈다. 셀트리온은 3조1000억원 규모의 원주식 출자를 통해 계열회사를 신규 설립했고, 사업이익도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순위를 21단계 끌어올렸다. 

새롭게 편입된 7개 새얼굴
동일인 변경 기준은 무엇?

지난해 9조원대 공정자산을 기록했던 호반건설(37위), SM(38위), DB(39위) 역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1년 새 공정자산을 7300억원~1조5000억원가량 늘리는 데 성공했다. 호반건설(2020년 44위)의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고, SM과 DB는 전년과 동일한 순위를 나타냈다.

특히 호반건설은 2017년 자산 5조원을 넘기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된 지 3년여 만에 자산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부영, DL, HDC에 이어 건설그룹으로서 네 번째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이들과 달리 대우건설(42위)과 코오롱(40위)은 공정자산 감소로 인해 순위 하락이 두드러졌다. 대우건설은 부채 감소로 인해 자산이 10조원을 밑돌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33위에 위치했던 코오롱은 약 1300억원 감소한 공정자산으로 인해 순위가 7계단 하락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명단에서는 신규 지정된 기업들이 눈에 띈다. 쿠팡(60위), 반도홀딩스(62위), 대방건설(66위), 현대해상화재보험(67위), 한국항공우주산업(68위), 엠디엠(69위), 아이에스지주(70위), 중앙(71위) 등 7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도홀딩스와 아이에스지주는 주식·부동산 등으로 자산가치가 상승했다. 대방건설은 사업이익 증가와 사업용 토지 취득, 엠디엠은 회사 인수와 자산 신규 취득 등으로 신규 지정됐다.

중앙은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증가했고, 쿠팡은 매출액과 유형자산이 늘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사업이익 증가 등으로 공시대상 기업에 신규 지정됐다.

반면 KG는자회사 간 합병으로 회계상 자산총액이 감소해 지정된 지 1년 만에 제외됐다. KG는 지난해 공정자산 5조2560억원을 기록하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63번째 순번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곳곳에
새얼굴

기존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 상승을 기록한 곳은 HMM(48위)였다. HMM은 1년 새 공정자산을 2조2600억원 늘린 데 힘입어 재계 순위를 다섯 단계 끌어올렸다. 지난해 공정자산 6조5280억원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지 1년 만에 50위 내로 진입한 것이다.

HMM과 달리 OCI(43위), 태영(44위), 이랜드(45위) 세아(46위) 등은 눈에 띄게 순위가 하락했다. 9단계 하락한 이랜드가 순위 변동폭이 가장 컸고, OCI는 8단계, 태영은 7단계, 세아는 6단계 뒷걸음질했다. 태영을 제외한 3곳은 공정자산도 감소했다. 

기업의 순위 변동만큼이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동일인(총수) 지정이었다. 공정위는 1987년부터 대기업집단 정책을 시행하며 동일인을 지정해왔다. 동일인 지정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같은 재벌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현대자동차와 효성에서 동일인 변경이 목격됐다.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동일인을 변경했다.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2세들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몽구가 보유한 주력회사(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정의선에게 포괄 위임했고 정의선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임원 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효성의 경우 조현준이 지주회사 효성의 최다출자자이며 조석래가 보유한 효성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조현준에게 포괄 위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준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배구조 개편, 임원 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이 반영됐다.

동일인 변경 가능성이 점쳐졌던 LS, DL(옛 대림산업), 현대중공업, 코오롱 등은 기존 체계가 유지됐다. LS의 경우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동일인으로 등록돼있다. 구자홍 회장은 2012년 구자열 당시 LS전선 회장에게 LS 회장직을 넘겨줬지만, 10년 가까이 동일인은 바뀌지 않았다.

DL도 현재 총수는 이준용 명예회장이지만, 사실상 지배자는 지난해 말 기준 52.26%의 주식을 보유한 이해욱 회장이다. 정몽준 전 회장(아산재단 이사장)에서 정기선 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과 이웅열 전 회장의 퇴진 이후 이규호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코오롱도 비슷한 형국이다.

쿠팡의 경우 사실상 총수라고 봐도 무방한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에서 제외됐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 쿠팡의 지분 10.2%를 들고 있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76.7%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법인은 미국법인의 지배를 받는 구조다.

그럼에도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 지정을 피한 건 미국 국적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총수로 지정될 경우 외국 자본이 투입된 기업들이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된 전례와 상충된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김범석 의장이 총수로 지정됐다면 매년 제출하는 자료에 대한 책임은 물론이고,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공시의무가 생긴다. 김범수 의장은 이에 대한 의무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개선 필요한
애매한 기준

공정위는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연구용역 등을 통해 동일인의 정의·요건·확인과 변경 절차 등 동일인에 관한 구체적 제도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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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