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 예능맨’ 유재석의 30년 풀스토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11 09:35:11
  • 호수 13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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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메뚜기’ 자세 낮추고 훨훨 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상의 자리로 올라가는 것보다 그 자리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상을 위협하는 2인자들이 치고 올라오려는 노력보다 몇 배는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예계 정상을 10년 이상 군림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국민 MC 유재석이다. 유느님, 방송 기계 등 독보적인 별명을 갖고있는 유재석이 어느 덧 데뷔 30년을 맞았다. 

장인이라고 하면 한 분야 최소 30년 이상 몸담은 사람을 말한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사람보다 경험을 통해 갖는 노하우는 이기기 힘들기 마련이다. 예능계에서 한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유재석의 활약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유재석 시대에 살고 있다. 

방송국 대신
호프집 알바

유재석이 정상의 자리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더욱 더 높게 평가받는 부분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미담만 나온다는 점이다.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항상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베어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친절하고 모든 것에 감사함을 표하는 유재석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 배경에는 긴 무명시절이 존재했는데 처음부터 탄탄대로의 길을 걷진 못했다.


1991년, 20세 때 KBS <대학가요제>로 데뷔한 유재석은 10년가량 무명 개그맨의 삶을 보냈다. 직업만 ‘개그맨’이었을 뿐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황금 기수로 불리는 KBS 개그맨 7기는 데뷔 초부터 화려했다. 유재석을 제외하고 말이다. 

과거 KBS <무한도전> 팬미팅에서 “무명시절이 길어 스스로 너무 답답했다”며 “제가 예전부터 참 많이 기도했다. 자기 전에, 방송이 너무 안 되고, 하는 일마다 자꾸 어긋나고 그랬을 때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단 한 번만 개그맨으로서 기회를 주시면 소원이 나중에 이뤄졌을때 지금 마음과 달라지고, 초심을 잃고, 만약에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얻은 것이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 누구보다 큰 아픔을 주셔도 단 한마디도 왜 이렇게 가혹하게 하시나요’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기도했다.

당시 유재석도 절박한 시절이 존재했던 것이다.

유재석은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는 아이였다. 반에서는 오락부장을 도맡아 했고 고등학생 때 친구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홍콩 스타 장국영 흉내를 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웃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

이후 서울예술대학교 방송연예학과에 입학했고 바로 ‘KBS 대학개그제’에 출연했다.  

당시 유재석은 대상 수상자는 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장려상을 받아 크게 실망했다. 당시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또 다른 손으로 귀를 파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은 장려상 수상에 대한 불만이 은연 중에 나타난 것이었고 그대로 TV에 방영됐다.


그로 인해 선배들이 유재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으며 ‘건방진 이미지’로 남아 챙겨주지도 않았다. 

대학개그제 장려상 수상에 불만
대사 못 외워 리포터 자리 박탈

유재석은 본인이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비중이 적은 역할을 맡아 출연했지만 대사가 거의 없었고 어렵게 얻은 리포터 자리도 대사를 외우지 못해 그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점점 더 소심해졌으며 개그맨의 길을 포기하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일이 없었던 유재석은 6개월간 방송국에 출근하지 않고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벌었다. 이때 박수홍, 김용만, 지석진, 김수용 등 4명이 찾아와 유재석에게 공개녹화 마지막 코너를 같이 하자며 제안했다.

유재석을 포함해 남희석, 김용만, 박수홍, 최승경 등 5명이 함께 ‘스텝 바이 스텝’ 노래에 맞춰 무대서 춤을 선보였다. 과거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 화제가 됐던 해당 영상을 보면 유재석은 경직된 표정으로 열심히 춤을 추는데 지금의 유재석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매우 어설펐다. 

이후 유재석이 할 수 있었던 건 동물이나 곤충의 탈을 쓰고 나와 지나가는 역할이었다. 훗날 유재석은 탈을 쓰는 게 정말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메뚜기 탈을 쓰고 방송에 나갔는데 그에게 ‘메뚜기’는 첫 캐릭터였다.

이 때도 방송 관계자들은 그를 좋지 않게 평가했다. 시간이 흐른 뒤 유재석은 한 예능을 통해 “PD로부터 ‘C급’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훗날 유재석은 “속으로 ‘D급’이라고 생각했는데 높게 평가해줘서 속으로 웃었다”고 자신을 희화화시키기도 했다. 

이후 메뚜기 탈을 쓴 리포터를 비롯해 <서세원쇼>의 대표 코너인 토크박스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행운이 굴러 들어왔다. 당시 인기 최고스타였던 고 최진실이 PD들에게 “메뚜기 탈을 쓴 사람이 재미있다. 한 번 써보라”고 말했던 것이다. 

유재석의 <동거동락>에서 MC로만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 시작은 패널을 겸했다. 그는 해당 프로그램 최초의 탈락자이기도 했다.

프로그램 초창기를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깐족거리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항의까지 받았을 만큼 얄미운 캐릭터였다. 당시 서바이벌에서 탈락한 후 민망한 표정으로 남은 멤버들의 배웅을 받으며 하차했던 그가, 바로 다음 회차 오프닝에서 완전한 MC 역할로 돌아왔다며 능청 떨던 장면은 유재석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놀면뭐하니>
새로운 도전 

본업인 개그나 리포터 활동에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였지만, 특유의 맛깔스러운 입담과 진행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동거동락>을 만난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이후 유재석은 MC로서 입지를 점점 넓혀갔다.

강호동과 이휘재, 김한석과 함께한 <공포의 쿵쿵따>, 김용만과 함께 <느낌표> 등 맡은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예능계에서 승승장구했다. 이후에도 <위험한 초대> <천하제일 외인구단> <진실게임> 등에서 깐족거리는 MC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이때만 해도 유재석은 촐싹거리는 MC였다.

이후 김제동과 함께 <해피투게더>, 강호동과 함께 <X맨을 찾아라>에서는 게스트를 초대하면서부터 자상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변했다. 이때부터 유재석에게 국민MC란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 주로 인지도가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을 초대해 캐릭터를 심어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유재석 마음속에는 꼭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처참한 시청률로 오래가지 못했던 <천하제일 외인구단>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모자란 사람들이 모여 대한민국 지존에게 도전한다’였다. 유재석은 본인처럼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땀 흘리며 도전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뛰어다니는 유재석의 표정을 보면, 그에게 세트장은 놀이터였다.


결국 2005년 유재석은 운명의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예능계의 한 획은 그은 <무한도전(당시 무모한도전>이다. <천하제일 외인구단>의 콘셉트와 비슷한 이 프로그램은 유재석은 정형돈, 노홍철, 표영호, 이정 등이 출연해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는 등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을 그렸다. 

이후에도 목욕탕 물 나르기, 전철과 100m 달리기 등 해괴망측한 대결을 벌였다. 처참한 시청률로 인해 종영 위기까지 몰렸으나 PD는 물론, 간판까지 바꾸면서 <무한도전>은 금세 자리를 잡더니 MBC와 유재석을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우뚝 섰다.

2005년 KBS에서 <해피투게더 프렌즈> 이후 2006, 2007, 2009, 2010년에 <무한도전>과 <공감토크쇼 놀러와>로 MBC를 평정했고, 2008년~2009년에는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 2011년~2012년에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으로 SBS 연예대상까지 거머쥐면서 방송 3사 연예대상을 모두 수상했다.

게다가 2013년에는 예능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인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도 수상했다. 유재석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12년 연속’으로 대상 트로피를 가져간 ‘전인미답의 개그맨’이 됐다.

날개 달아준
<무한도전>

유재석의 꾸준함은 프로그램의 생명력과 함께한다.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시청률로 인해 오래 갈 수도, 짧게 끝날 수도 있는데 유재석이 맡았다 하면 짧게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는 MBC <놀러와> <무한도전>, SBS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KBS <해피투게더> 등과 함께했다. 한 예능 PD는 “유재석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하나다. 유재석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궤변처럼 들리는 이 말은 유재석 출연으로도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유재석의 위상이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대표작이던 <무한도전>의 종영과 <런닝맨>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재석 위기론이 나왔다. 마침 쿡방, 관찰예능이 전성기를 맞이할 쯤이었다.

당시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유재석을 가만두지 않았다. 유재석이 김태호 PD에게 전화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인 “놀면 뭐하니?”라는 말을 착안해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무한도전> 초창기처럼 <놀면 뭐하니>는 ‘릴레이 카메라’라는 생소한 콘셉트가 시청자에게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유재석이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 시청자들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 없이 유재석 혼자 <무한도전>이나 다름 없었다.

트로트를 부르는 ‘유산슬’, 라면을 끓이는 ‘라섹’, 드럼치는 ‘유고스타’ 외에도 치킨을 만드는 ‘닭터유’, 비와 이효리와 함께 댄스 노래 부르는 ‘유두래곤’ 등이 있다. 부캐(두 번째 캐릭터) 활용법을 누구보다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산슬이 부른 ‘사랑의재개발’ ‘합정역 5번출구’와 유두래곤이 린다G(이효리 부캐)와 비룡(비 부캐)의 ‘다시 여기 바닷가’는 음원차트를 점령했다. <놀면 뭐하니>서 닭터유가 치킨을 만들 때 치킨집에 전화 주문을 하면 주문이 밀려 늦게 오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TV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면서도 유재석의 파급력에는 영향이 없었다.

유일한 12년 연속 연예대상 
초심 지키는 따뜻한 개그맨

연예계에서 개그맨은 배우, 가수 등과 비교해 우스꽝스러운 이미지 때문인지 위상이 높진 않다. 하지만 유재석은 달랐다. 이따금씩 배우가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에 나와 팬심을 드러내거나 ‘유라인(유재석의 예능 인맥)’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재석은 개그맨들 중에도 드물게 ‘연예인의 연예인’으로 통한다. 

유재석은 무명시절부터 ‘초심을 지키겠다’고 기도했다. 힘들 때 자신을 선택해준 제작진과 주위 동료들을 잊지 않은 그는 미담 제조기로 통한다. MBC <라디오스타>나 JTBC <아는형님>에서 출연한 게스트가 유재석에 대한 미담을 풀어놓으면 금세 MC들은 지루해했다.

그만큼 유재석의 미담은 흔한 에피소드기 때문이다. 

유재석과는 정반대 캐릭터인 장동민도 과거 예능에서 유재석 미담을 밝힌 바 있다. 유재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장동민은 머뭇거리다가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힘들 때 장동민은 일면식도 없는 유재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동민은 첫 마디로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국민MC니까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 속이 답답해서 말할 사람이 없어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동민아, 잘 찾아왔다”며 흔쾌히 전화를 받았고 한 번도 장동민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다 들어준 뒤 “네 상황이 아니라 이해한다고는 못하겠다. 내가 어떻게 너를 감히 이해하겠니”라고 담담히 말했다. 

장동민은 “그날 이후 방송에 임하는 자세를 완전 다르게 하고 열심히 해서 오늘까지 잘될 수 있었다. 정말 내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라며 “이 이야기는 방송에서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사적이라도 얘기 안 한다. 괜히 라인 타려는 것도 같고... 그렇게 생각하실 분도 아니지만 그렇게 느낄까봐 싫었다. 방송 인터뷰할 때 일부러 안 좋다고 얘기했다. 나랑 안 맞는다고”라고 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사람들이 왜 ‘유느님’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만약에 나중에 유재석이라는 사람이 정말 방송을 그만두고 싶다면 그때 밝히려고 했던 이야기”라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후배 챙기는
미담 제조기

유재석은 일면식도 없는 후배가 일방적으로 찾아와도 따뜻하게 받아주고, 힘든 것을 토로해도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들어주고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유재석이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초심, 겸손, 자기관리 등의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따뜻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실의 아이콘’ 박수홍도 데뷔 30주년 

박수홍도 SNS를 통해 데뷔 30주년 소감을 남겼다. 박수홍은 지난 6일, 다홍이의 SNS를 통해 30주년 소감을 전했다. 

박수홍은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이 데뷔 30주년이었네요. 많은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라며 “존경하는 국진이형님, 용만이형, 수용이형, 그리고 연락해서 걱정해주고 힘주는 재석이, 승경이, 우리 모든 7기 동기들 30주년 축하하고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다홍이러버 수다홍이들도 모두 고맙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박수홍은 자신이 운영하는 반려묘 다홍이 SNS에 “전 소속사와의 관계에서 금전적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라며 해당 소속사가 박수홍의 친형과 형수 명의로 운영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보낸 어느 날, 제 노력으로 일궈온 많은 것들이 제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며 “이에 큰 충격을 받고 바로 잡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오랫동안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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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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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