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 싹쓸이에 대한 두 가지 시선

가요계 위협일까
신선한 자극일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MBC 김태호 PD의 음악 예능이 다시 한 번 가요계를 휘몰아쳤다. MBC <놀면 뭐하니?>서 결성한 유재석과 이효리, 비의 혼성그룹 ‘싹쓰리’가 각종 음원 차트를 싹쓸이하고 있는 것. 유고스타, 유산슬에 이은 음악예능 3연타 홈런이다. 싹쓰리는 혼성그룹과 ‘복고송’이라는 측면서 가요계 주류와는 다른 궤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싹쓰리의 성공을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 혼성 3인조로 태어난 싹쓰리 ⓒMBC

MBC <놀면 뭐하니?>가 여름 시장을 대비해 만든 ‘싹쓰리’(유두래곤·린다G·비룡)의 성공은 사실상 시간 문제였다. 20여년간 보지 못했던 세 사람이 한 카메라에 담기는 신선함은 물론, 시대의 흐름에 정확히 맞닿은 이효리의 재기발랄한 표현과 막내 비의 색다른 모습, 두 베테랑 사이서 흠이 되지 않으려는 유재석의 열정, 가끔 등장하는 광희의 입담까지 <놀면 뭐하니?>의 화제성은 약 10% 시청률을 훨씬 상회했다. 

최상위 포식자

그 화제성은 음원 성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들이 리메이크한 듀스의 ‘여름 안에서’와 이상순이 작곡을 맡고 이효리가 작사한 ‘다시 여름 바닷가’는 물론 이효리가 즐겨듣는다며 소개한 블루의 ‘다운타운 베이비(Downtown Baby)’까지 음원 차트를 섭렵하고 있다. 

특히 다시 여기 바닷가는 화사의 ‘마리아’나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아이유의 ‘에잇’, 선미의 ‘보라빛 밤’ 등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이 출연한 MBC <쇼! 음악중심>은 2%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소 0%를 유지하던 것에 비교하면 상당한 효과다.

또, 방송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증이다. 


2020년 여름을 강타한 싹쓰리의 위력에 가요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매주 2시간에 가까운 방송으로 홍보하는 힘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출발 선이 다르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름조차 알리기 버거운 현 가요 시장서 싹쓰리의 탄생 과정은 시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또 음원 생태계를 파괴하는 ‘최상위 포식자’라고도 한다. 방송에만 나오면 엄청난 파급력을 보이고 있으니, 홍보에 열악한 소속사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일 수 있다. 

다시 여기 바닷가와 여름 안에서에 이어 지난 25일 ‘그 여름을 들려줘’를 시작으로 유두래곤의 솔로곡 ‘두리쥬와’, 그리고 린다G와 비룡의 솔로곡도 내놓을 전망이다. 앞으로 음원이 발매된다는 가정하에, 올 여름 시장은 <놀면 뭐하니?> 독주체제가 될 공산도 크다. 

이 같은 측면서 싹쓰리와 경쟁하는 기존 소속사 입장에선 현 상황이 못마땅한 것이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오랫동안 준비했을 가수가, 조금의 스포트라이트조차 받기 어려운 형편이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싹쓰리를 향한 시기심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놀면 뭐하니?>와 같은 논란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앞선 MBC <무한도전> 가요제나, <나는 가수다> KBS2 <불후의 명곡>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 엠넷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시리즈를 비롯한 오디션, JTBC <슈가맨> <비긴어게인>과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강력한 인기를 얻을 때마다 나왔던 얘기다. 

“출발선부터 달라” 가요계 볼멘소리
색다른 ‘복고 코인’ 새 먹거리 제공

어쩌면 음악 예능을 통한 음원 발매는 한국 가요시장의 하나의 문화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을 통한 음원 발매는 10여년간 구축된 시스템이고, 이 시스템서도 충분히 살아남은 실력파 가수들이 있다. 그런 가운데 <놀면 뭐하니?> 때문에 자신들이 준비시킨 가수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다소 억지 논리에 가깝다. 이 같은 볼멘소리는 급격히 성장한 콘텐츠를 향한 생채기에 불과하다. 

이를 인지하는 듯 일부 대중은 ‘싹쓰리가 없었어도 새로운 인기 그룹이 탄생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홍보의 차이는 있다고 하지만, 성공 여부는 홍보가 모든 것을 가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효리가 선택한 ‘다운타운 베이비’가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는 건 그 곡이 가진 특유의 매력 덕분이다. 노래가 좋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효리의 안목이 좋지 않다며 비판받지 않았을까.
 

▲ 유재석, 이효리, 비로 구성된 싹쓰리 ⓒMBC

현재 가요계를 섭렵한 아이돌 체제가 아닌, 이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혼성그룹을 택한 싹쓰리를 향해 쓴소리를 내는 건 과하게 여겨진다. 아이돌의 비트 중심의 음악 대신 멜로디 중심의 음악을 내세웠고, 여름 안에서나 다시 여름 바닷가, 그 여름을 부탁해와 같은 곡들은 최근에 들어본 적 없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여름 시즌송이다.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기획 자체가 사라져버린 혼성그룹과 멜로디 중심의 여름 시즌송을 되살리기 위해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요계서 시도하지 않은 소외된 장르를 되살린다는 측면서, 싹쓰리는 가요계의 새로운 자극제와 함께 먹거리를 제공하는 셈이기도 하다. 

그 예로 코요태가 리메이크한 UP의 ‘바다’ 음원차트 10위권에 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싹쓰리로 인해 코요태가 커다란 이득을 본 것. 마치 유산슬이라는 부캐로 인해 김신영이 만든 김다비 캐릭터가 인기를 모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놀면 뭐하니?>의 행보는 기존의 시스템을 교란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발굴한다는 면에서 생태계의 파이를 키우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주류 아이돌 음악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싹쓰리를 향한 비판은, 사실상 트집에 가깝다. 

생태계 교란?

방송이 무분별하게 음원을 내놓는 것은 가요계가 우려하는 ‘생태계 위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음원 및 활동 수익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당초에 밝힌 취지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정당성과 책임감이 있는 싹쓰리의 행보를 평가함에 있어, 위협보다는 자극이 더 어울리는 단어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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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