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파견 간호사 임금체불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02 14:28:58
  • 호수 13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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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만 믿고 일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간호사에게는 희생과 봉사 정신이 있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임금을 받지 않고 간호 업무를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코로나19 시국에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간호사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요시사>는 코로나 파견 간호사의 임금체불 실태를 취재했다.
 

▲ 고성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일선 현장의 간호사들이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도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헌신과 노고에 감사하다”며 처우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우 개선은커녕 임금 지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185억 미지급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파견된 의료진에 대한 임금체불액이 1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의료진에 노고를 인정하던 모습과는 달리 기본적인 보상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모습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코로나19 파견 의료진에 대한 미지급 금액 누계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파견 의료진에 대한 지난 1월까지의 체불액은 총 185억2400만원에 달했다.

파견된 의료진은 총 1431명(의사 255명, 간호사 760명, 간호조무사 165명, 지원 인력 251명)이었다. 정부는 국비가 부족해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지난해 12월과 1월 환자가 폭증하면서 인력 파견 규모도 급증해 예산을 다 썼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 의료원을 퇴사한 A씨는 대한간호협회에서 게시한 공고문을 발견했다. 코로나19 파견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10개월 경력이 있던 A씨는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중환자 돌봄 경력이 있는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모집 공고문을 읽고 지원했다. 공고문에는 임금과 관련해 기본수당 20만원, 위험수당 5만원, 전문직 수당 5만원, 숙식으로 파견 일당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명시됐다. 

A씨는 “해당 기관에서 파견 간호사 신청을 받았으며 언제부터 근무가 가능한지만 물어보고 답변했다. 당시 세 군데 병원 중 괜찮은 곳을 선택하라고 해서 당시 수도권 중에는 B 병원만 있길래 그곳으로 출근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파견 간호사 합격과 지정 병원 선정 과정에 대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A씨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입 간호사인데 합격됐지만 다른 5년차 이상의 베테랑 간호사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 본인이 속한 B 병원에 파견된 간호사들 중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합격 기준도 모호한 데다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은 또 있었다.

연차가 낮았기에 병동으로 지원을 했던 A씨는 출근 하루 전날 중환자실로 근무지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같이 파견된 간호사들도 이 이야기를 듣고 황당해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동료 간호사는 숙박 한 달치를 병동을 미리 결제했던 터라, 근무지가 바뀌었다고 파견 근무를 취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A씨는 B 병원 계약에서도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임금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임금 지급에 관한 내용은 없다는 것. 당시 A씨는 임금 지급에 관한 내용도 없었고 근로계약서 1장으로만 계약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담당자에게 이에 관련해 물어봤지만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기본급에 위험·전문수당 계약
월급 900만원 못 받아 발 동동


A씨는 지난 1월7일부터 근무를 시작했으며 간호사 근무 시스템인 3교대로 근무했다. 코로나 전용 중환자실에는 기존 간호사가 배치됐고 파견 간호사가 붙는 시스템이었다. A씨는 이전 병원에서 다닌 것보다는 부담이 덜했다고 한다. 전에 일하던 곳과 달리 인력난은 없었으며 환자 1명만 책임지면 되니 마음은 편했다.

파견 간호사는 지난 1월 초부터 2월 초까지 최소 한 달 계약으로 진행됐다. 이후 추가 계약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추이에 따라 달라졌다. 

A씨는 “코로나 관련된 병원들은 간호사의 근무 기간이 확정적이지 않고 코로나 확진자에 따라 다르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존 간호사들도 더 차출되고, 확진자가 줄어들면 간호사들은 강제로 연차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파견 간호사 임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호사 근무수당은 공지에 20만원으로 명시됐다. 간호 업무상 3교대로 돌아가게 되면 야간(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7시)근무가 필수다.
 

하지만 일당 20만원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월요일 야간 근무, 화요일 야간 근무, 수요일 휴무를 하게 된 간호사가 있다고 하자. 수요일의 경우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근무를 하게 되는 셈인데, 이틀 근무로 책정될 수도 있고 3일 근무로 책정될 수도 있다.

A씨는 “파견 근무를 다녀온 선임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무원들이 임금을 주시기 때문에 간호사 업무 시스템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간호사 야간 근무 개념을 이해하시는 분들은 3일치로 계산하지만 이를 모르는 행정직 공무원 분들은 이틀치만 지급한다. 본인이 근무한 날짜를 잘 책정하고, 잘못 들어오면 본인이 직업 확인해서 더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내 커뮤니티에서는 임금 지급에 관한 불만 글이 게시되고 있다. A씨를 비롯해 20대 저연차 간호사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반면, 30·40대 이상의 고연차 간호사들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A씨는 “나이가 많으신 선임 간호사들은 젊은 간호사들에게 세뇌 교육을 했다. 그들은 ‘일반 직종이 갖는 간호사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라’고 했다. 또 ‘대학교 졸업할 때 나이팅게일 정신을 선서까지 했는데 돈을 밝히는 이미지로 비쳐지면 안 된다’는 말도 들었다. 정부에서 돈을 주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라는 말을 하는데 참고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가 파견 근무한 31일을 계산하면 실제 근무 일수 20일, 나이트 오프 3일, 주휴근무 4일로 총 938만8950원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비 문제

인천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파견 간호사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국가예산이 다 내려오지 않는 바람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인천시에 파견된 간호사 가운데 아예 못 받은 사람, 일부 받은 사람, 또 모두 받은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임금 전체를 한꺼번에 드려야 하지만 예산이 없기에 일부 수당만 준 상태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금을 받지 못한 간호사들의 생활을 생각해 다른 예산에서 끌어와 일부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받지 못한 임금은 곧 지급이 될 예정이다. 국가예산이 내려왔고 지금 정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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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그런 한 총리 옆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뚝 섰다. 국정 주도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혼란스러운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대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한대행의 범위는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조약 체결이나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긴급명령·긴급경제명령 발동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정사 세 번째 권한대행이지만 구체적인 권한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쌓여가는 요구안 첫 번째 권한대행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고건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공백을 채웠다. 윤석열정부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맡으면서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외교·안보는 물론 주가와 환율 등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 권한대행은 요동치는 경제 상황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정 주도권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한 권한대행이 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들고 있을뿐더러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거부권을 놓고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법 제 2조 6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가 국무총리를 거쳐서 대통령에게 이뤄졌다면 내란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정국의 목줄은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내부서도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나중에 (한 권한대행)수사를 하다가 혐의가 드러나면 그때 탄핵을 하면 되지 않나”라며 “당장 법안 하나하나 가지고 ‘뭘 하면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 혼선을 고려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내란 사태의 책임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일보 후퇴하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그대로 끝 총리 탄핵 밀당…신중하게 접근 이 대표는 “어제(14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를 했다”며 “이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정부의 입장서 국정을 해나가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교과서적으로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국정 공백 상황서 ‘탄핵 남발’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에 화살촉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든 탄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어수선한 정국의 틈새를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 대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크게 휘청인 금융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 협의를 비롯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논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선두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자연스럽게 대권 행보로 이어가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요구하며 “거절 시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전에는 당 소속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국회 구성원이자 제2당으로서 국정 안전, 민생회복이라는 큰 공통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기관은 이제 국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띄운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에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하면 윤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 몸풀기 이에 이 대표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받아쳤다. 특히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국민의힘의 참여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손을 내밀었지만 여당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이 이 대표의 죄를 덮어주는 ‘대선 출마 허가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국 불안정으로 경제와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묻지마 탄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일 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시장은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모실 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내란 정당’ ‘내란 공범’ 단어 앞에서는 무뎌질 뿐이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한동훈 전 대표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친윤(친 윤석열)계를 앉힌 국민의힘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초당적 협의체를 제안한 야당과 이를 거절한 여당, 그리고 둘 사이에 낀 한 권한대행 간의 삼각관계는 갈수록 복잡하기만 하다. 권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사이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과 거리를 두고 보수 세력과 만남을 가지면서 중도 세력 확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장직은 재명이네 마을 회원 등급 중 하나로 이 대표만 가진 등급이다.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상시국인 만큼 야당 대표로서 업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끝없는 딜레마 앞서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팬덤 정치, 정당 사당화를 비판했다. 그동안 이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층 확장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이재명 2기체제’가 출범함과 동시에 금투세 폐지 등 경제 분야서 우클릭을 시도해 왔다.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찾거나 정·재계 보수 인사와 만남을 갖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대선서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비토 세력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연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발 물러섰지만 한 총리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탄핵안 발의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사용에 대해 “상황을 봐야겠다”면서도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시즌2’가 아닌가. 권한대행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탄핵안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한 차례 보류했지만 윤 대통령과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역시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경고를 날린 셈이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일 뿐 선출된 권력이 아님을 명심하시라.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부해라, 받아라” “임명해라, 못한다” 여야 사이에 낀 한 총리 깊어지는 고민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한 권한대행이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한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힘겨루기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절정에 치달았다. 우선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거부권은 불가능하지만 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무가 정지된 때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거부권은 가능하지만 재판관을 임명할수 없다’는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향후 치러질 윤 대통령 심판의 핵심이 되는 축이다. 재판관 3인의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재판을 치를 경우 한 명만 이탈하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해 민주당이 강경하게 밀고 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 남발로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갈림길에 선 지금 민주당은 ‘이판사판 전투태세’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하게 심판을 치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진이 상당히 길다”며 “6인 체제로 심판할 경우 국민 정서에 어떻게 비춰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서 지도자를 자주 교체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바람직하게 비치지 않는다. 지금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여야의 협치에 기대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탈출구 윤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달리 비상계엄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권한대행 역시 주어진 역할은 같지만 과거보다 활동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부터 권한대행은 여야 사이서 질타를 받는 위치였다. 잘해도 욕 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써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이 대표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의 제어가 필요하다”며 “여야 불문하고 힘든 시기일수록 협치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 이상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정치를 보여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후 처음 만났지만…빈손으로 돌아선 여야 지난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상견례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대표급 만남이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머리를 맞대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것”이라면서도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정이 매우 불안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헌정 질서의 시급한 복귀”라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으니 국회 1당과 2당 모든 세력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들은 여야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자주 만나서 같이 합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있으면 보여주자.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합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