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배구계 학폭 막전막후

때리고 괴롭히고 사람 좋은 척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칼로 협박하고, 중요 부위를 발로 찼다. 공이 아닌 사람을 때렸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꿈은 포기했다. 피해자들은 몸과 마음에 입은 상처를 평생 지울 수 없다. 
 

▲ 학폭 논란의 중심에 선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의 이재영·이다영 자매

연예계를 강타했던 학폭(학교 폭력) 논란은 배구계로도 크게 번졌다. 배구계는 연속된 학폭 폭로 글로 혼란에 빠졌다. 프로 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 송명근, 심경섭은 학폭 가해자로 논란에 휩싸였다. SNS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피해자에게 사과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 16일 이다영·이재영 자매는 소속팀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송명근, 심경섭은 잔여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네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스타 선수
과거에 발목

스타 배구선수 이다영의 개인 SNS에서부터 시작됐다. 불화설이 일었다. 이다영은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말로 주어 없이 누군가를 저격했는데, 대상은 바로 전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월드스타 김연경이었다. 이후 배구 관계자들의 말을 통해 이다영과 불화를 겪고 있는 선수가 김연경이라는 게 밝혀졌다. 

논란이 식지 않을 무렵 이다영·이재영의 학폭 폭로 글이 한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고교 시절 이다영, 이재영과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는 피해자들은 함께 찍었던 단체 사진과 함께 피해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시킨 것을 하지 않자 칼로 위협했다’ ‘운동할 때 기합을 넣지 않는다며 전체를 때렸다’ 등 피해 사례는 21가지에 달했다. 


이다영·이재영은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렇게 자필로 전한다”며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의 고통이 너무 컸던 탓일까. 두 사람의 사과는 피해자의 마음을 녹이지 못했다. 피해자는 허무하며, 그들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심경을 전했다. 여론은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피해자의 발언에 공감했다. 대중의 분노는 더 커졌다.

그 결과 이다영과 이재영의 소속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이들에게 남은 잔여 연봉 미지급(이다영 연봉= 6억원, 이재영 연봉= 4억원)과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 박탈 징계를 내렸다. 

맞아가면서 배워야 한다?
스포츠계 만연한 손찌검

남자 선수들도 학폭 논란에 휩싸였다. OK금융그룹 읏맨 소속 에이스 송명근과 심경섭, 배홍희(2015년 은퇴) 선수가 이번에 지목된 당사자다.

지난 13일 오전 한 커뮤니티에 학교 폭력 폭로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는 학창시절 세 선수와 같이 배구를 했다. “폭력은 세월이 흘러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 내용을 게시했다.

피해자는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며 “선배들은 후배들을 불러 노래를 시켰다. 노래를 하라며 욕설과 폭행을 했다. 중요 부위를 맞아 잘못됨을 느낀 피해자는 이날 저녁 응급실에 실려 가 고환 봉합 수술을 받았다. 가해자들은 폭행을 가하고도 사과는커녕 피해자의 고환이 터졌다며 놀렸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은 순식간에 일파만파 퍼졌다. 많은 언론이 보도했고 여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학폭 논란이 일자 시인하고 잔여경기 출전을 포기한 송명근 선수 ⓒKOVO

논란이 일자 송명근은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자신은 학교 폭력 가해자가 맞다며 모든 사실을 인정한다.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하고 나쁜 행동이었는지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며 가해자임을 시인했다. 

피해자는 소속팀과 송명근의 사과문을 접한 뒤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양심이 있고 생각이 있다면 본인도 사과했다고 인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글을 게시했다. 송명근과 심경섭은 잔여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배구협회로는 이다영·이재영과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이어진
폭행사건

과거에도 배구계는 폭력으로 몸살을 앓았다. 무려 국가대표 선수가 훈련 도중 심한 폭행을 당한 적도 있었다. 피해자는 뛰어난 공격수로 인정받은 박철우, 가해자는 이상렬 현 KB손해보험의 감독이다. 박철우의 얼굴과 배에 피멍이 들었다. 이 감독은 2009년 국가대표 코치 시절 박철우를 폭행해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았다.

이 감독은 박철우를 구타한 이유로 “요즘 젊은 선수들은 대표팀 코치를 무시한다. 이번 일도 선수가 대드는 바람에 이성을 잃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은 배구계를 향한 수많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박철우는 국가대표팀에서 하차했다. 결국, 이 감독은 한국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았다. 

언론이 잠잠해졌을 무렵 이 감독은 2년 만에 경기운영위원으로 복귀했다. 대학 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을 거쳐 2020년 KB손해보험 감독이 됐다. 이 감독의 과거 발언은 운동을 하며 폭행하는 것이 당연하냐는 비판의 화살로 돌아왔다.

과거부터 배구계는 이슈가 돼야 조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이슈가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배구계는 이후로도 또 다른 이다영·이재영을 양성했을 것이다. 관행이라 불렸던 폭행은 오랜 시간 끊어지지 않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 심경섭 선수 ⓒKOVO

피해자들이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꿈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학폭 사건은 아마추어, 프로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드리워져 있다. 

꿈을 위해 뛰던 선수들이 운동을 포기한 뒤에야 규정은 신설된다. 스포츠협회와 연맹, 국회는 선수들을 잃고 난 뒤에 징계나 규정을 신설했다. 현재 스포츠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력을 관리하겠다는 새 장치만 생겼을 뿐, 학폭과 관련한 통합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비단 이는 단순한 배구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감독이 선수에
선배가 후배에

일각에선 종목별로 서로 다른 협회, 연맹의 규정을 통합된 규정으로 관리·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 언론에까지 보도됐을 만큼, 배구계 학폭 논란은 크고 거세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은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지만, 스포츠계에선 여전히 신체적·언어적 폭력이 만연하다”고 보도했다.

배구계를 포함해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망신이 크다. 여론은 “무기한이면 결국에는 돌아온다는 것 아니냐”는 반응과 “강력한 선례를 남겨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며 한국배구연맹(KOVO)의 결정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폭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도 많다. 

지난 16일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 학폭 선수 국가대표 자격 박탈 관련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여론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많은 비판을 쏟아냈다.
 

▲ 이다영·이재영 선수의 자필 사과문 ⓒSNS

신무철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은 “관련 규정은 신설 직후 효력을 가지게 된다. 가해 사실이 밝혀진 선수들에겐 관련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 이미 4명의 선수는 중징계를 받았다”고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설 조항은, 학교 폭력에 연루된 선수는 프로입문 전 신인 드래프트 참여에 제한을 두겠다는 내용이다. 아마추어, 선수의 폭력 이력을 확인해 학폭과 관련한 서약서를 받는다. 만약 서약서 내용이 허위사실로 확인될 경우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조항이다.

“일벌백계 필요” 수 차례 지적
 시간 지나도 바뀌지 않는 현실


문재인 대통령은 배구계 학폭 논란이 커지자 지난 17일,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식에서 “체육 분야는 국민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줬으나, 그늘에선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 문제가 제기돼왔다”며 재발방지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불거진 프로 스포츠 선수 학폭 사건과 관련해 학폭이나 (성)폭력 등 인권침해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대표 선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선수 스스로 폭력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898명의 응답자는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느낀 감정을 묻는 질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폭력을 필요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확인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선수 스스로도 인지하고 악의 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8월 통과해 2차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 지난 19일부터 시행됐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스포츠윤리센터 권한 및 기능 강화와 훈련시설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 실업팀 표준계약서 도입 등을 포함한 내용이다.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력한 처벌로
 재발 방지해야”

제도와 선수 자체의 의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학교 폭력은 한 인간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배구계로 번진 학폭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규정과 징계로 배구계의 오래된 악습 및 관행을 끊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주목된다. 


<ckcjfd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어느 야구선수의 고백
“학교 폭력은 일상”

비단 배구계뿐만 아니다. 스포츠계는 종목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폭력이 만연했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 폭력은 일상다반사”라며 운동부의 현실을 털어놓았다. 얼차려와 폭력은 생활의 일부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우나에서 얼차려를 받고 씻기 전 양말을 벗기라고 시켰다. 나는 야구부에 1년 늦게 들어갔다. 선배와 동갑이었는데 선배라는 이유로 선배들이 자신의 빨래와 청소를 시켰다. 처음에는 ‘더 잘하라고 그런 거겠지’ ‘운동은 원래 맞으면서 하는 거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들 역시 한때는 피해자였다. 보상심리가 작용했다. “나도 당했으니까 너도 당해봐라”라는 심리다.

관리자들은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감싸 안는 태도를 보였다. 

“누군가 용기를 내 피해자를 도와주려 하면 죄인 취급을 받았다. 문제가 되면 가해자까지 다 같이 불러놓고 조사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학교는 무조건 덮으려 한다. 감독은 입을 닫았다. 세상에 알려지면 운동부는 해체수순을 밟는다.”

그런 이유로 A씨는 “용기를 내고 싶어도 나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무섭고 두려워 참았다. 하고 싶은 것은 운동뿐이었는데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선수들이 이루고 싶은 목표와 운동에만 집중했으면 한다. 나는 운동을 포기했지만 현재 운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 운동을 해 나갈 선수들은 폭력 속에서 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려면 강력한 처벌과 규정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을 관리하는 어른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잘못된 관행과 악행을 선수들 역시 스스로 끊으려 하지 않으면 스포츠계의 학교 폭력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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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