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를 둘러싼 두 가지 광기

무서운 거짓말과 광기의 삿대질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예계의 모든 이슈를 배우 김선호가 덮어버리고 있다. 선하고 부드러운 인상에, 예능으로 고정출연해 시청자와 친숙하며, 최근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누구보다 현명한 인물을 표현하며 호감도가 극대화된 그에게, 충격적인 스캔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당사자들은 서로 오해였다며 수습하고 있는데, 여론과 언론이 되려 광기 섞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OOOO가 범인이다’로도 유명한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는 진실과 거짓말의 빈틈을 정확히 짚어낸다. “악마가 벌인 최대의 속임수는, 바로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확신하게 한 겁니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굉장한 통찰을 내포한다.

악마 속삭임?

영화에서 실제 범인은 ‘내가 범인이 아니다’ 대신 ‘내가 범인을 봤다’고 경찰에게 증언한다. 약 2시간가량 범인이 경찰에게 증언한 내용 대부분은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범죄 조직이 어떻게 구성됐으며, 무슨 일을 벌였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는지 등이다. 

다만 그 안에 일부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했을 뿐이다. 마약 브로커의 이름과 이들을 만난 장소, 범인의 비서 이름을 바꾼 정도다. 단지 몇 가지 사실을 바꾼 것만으로 경찰은 그가 범인일 것이라 추호도 예상하지 못한다.

영화는 악마가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시킨 것을 범인을 통해 보여준다. 


<유주얼 서스펙트> 속 거짓말은 일상에서도 흔히 벌어진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모든 내용을 거짓으로 꾸미지 않는다. 일부 사실을 살짝 비틀 뿐이다. 진실이 포함됐기 때문에, 거짓말을 듣는 사람은 쉽게 거짓말이라 눈치채기 어렵다.

뒤늦게 진실을 알고 충격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우리 사회에 법이 존재하는 이유도 될 테다. 

최근 연예계를 뒤덮은 배우 김선호에 대한 전 여자친구 최영아의 폭로도 <유주얼 서스펙트>와 궤를 같이한다. 최영아가 작성한 ‘K배우의 실체를 폭로한다’는 커뮤니티 글에는 상당히 많은 사실이 담겨있다. 하지만 <디스패치> 보도로 인해 그 사실 사이에는 거짓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적인 것만 짚어보면, 최영아는 김선호가 낙태 이후에 달라졌다고 했는데, 김선호는 무려 10개월간 그를 보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을 약속해 부모님을 소개해주기로 약속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한 최영아는 김선호의 부모님을 만난 적이 있다.

김선호가 자신에게 돈을 쓰지 않았다고 했지만, 명품 가방 비용 700만원을 입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마치 낙태 후에 김선호가 자신을 버린 것처럼 썼지만, 실제 헤어진 이유는 낙태가 아닌 최영아의 지속적인 거짓말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감내하려던 김선호의 선행
거짓에 휩쓸려 마녀사냥 일삼는 여론

또 2017년 이혼한 최영아는 김선호를 만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이혼 사실을 공개했다. 임신 이후 김선호만 낙태를 원한 것이 아니라, 최영아조차도 낙태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호가 최영아를 만나기 위해 집에 갔을 때, 집에 있다고 한 최영아는 사실 다른 장소에 있었다.


김선호가 우연히 본 최영아의 PC에는 김선호의 일상이 담긴 다량의 음성녹음파일과 영상파일이 저장돼있었다.

진실은 두 사람만이 알겠지만 <디스패치> 보도가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김선호로서는 최영아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다. 연인끼리 단 한 번의 작은 거짓말로도 연인 간 신뢰에 금이 가기 마련인데,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다면 어찌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까.

김선호뿐 아니라 누구도 관계를 이어나가기 어려울 테다.

2009년부터 무려 12년간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쌓아 올린 금자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김선호는 한때나마 사랑했던 최영아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과문으로 모든 것을 감내하기로 했다.

실제로 김선호는 이번 사건으로 KBS2 <1박2일>에서 불미스럽게 하차했고, 예정된 영화 <도그 데이즈>와 <2시의 데이트>에서도 하차했다. 광고계도 김선호와 계약을 끊었다. 거짓말이 담긴 폭로가 많은 것을 잃게 했지만, 김선호는 법적인 대응도 스스로 포기했다.

책임질 능력 없이 거짓말을 한 전 여자친구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최영아는 뒤늦게라도 이렇게 일이 커지길 바라지는 않았었고 오해가 있었다며 스캔들을 일단락시키려 했다. 그럼에도 이슈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는 건 여론과 언론이다. 

일부 커뮤니티는 두 사람 간의 관계가 불신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났음에도, 낙태를 종용한 것만 물고 늘어지며 김선호에게만 잘못이 있는 듯 비난하고 있다. 그를 응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진실에는 눈을 감은 채 김선호가 배우로 재기하지 못하길 바라는 이도 적지 않다. 

한 평론가는 “죄를 미역국으로 씻는다는 말은 처음”이라는 말로 김선호를 조롱하고 있고, 일부 언론은 김선호의 기존에 나온 내용을 제목만 바꾼 채 기사화하는 방식으로 이슈를 재생산하고 있다. 또 지인이 올리는 응원글조차 문제가 있다는 듯 깎아내리고 있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거짓 주장을 양측의 대립 또는 논란으로 물타기를 하는 현상도 보인다. 마치 광기에 가깝다.

전 세계에서 언론 신뢰도만큼은 철저히 바닥으로 평가받는 국내 언론의 현주소가 김선호 사건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미투 운동’ 이후 국내에는 엄청난 양의 폭로가 나왔다. 이른바 ‘빚투’ ‘폭투’ 등의 이름으로 부도덕한 행동을 밝히는 폭로였다. 이 같은 고발들이 모두 진실이었던 것은 아니다. 애꿎은 사람이 억울하게 피해를 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마녀 사냥?

거짓이 더러 섞인 구체적인 이야기에 속아 파도에 휩쓸리듯 한 대상을 비난하는 마녀사냥이 들끓었고, 그로 인한 괴로움으로 목숨을 내놓은 이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사회는 진실보다는 그럴듯한 이야기에 속아 넘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언제까지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할 심산일까, 이유 없는 혐오를 지속하는 현실이 목을 옥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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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