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대박 난 <개콘> 식구들

꼰대희, 도믿걸, 안일건달로 변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사장된 장르로 평가받은 공개 코미디는 점차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 KBS2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많은 예능인이 코미디의 몰락을 우려했다. 그 안에서 인기를 얻던 코미디언들 역시 설 자리를 잃었다. 구석에 몰린 예능인들은 유튜브로 향했다.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개그콘서> 예능인들은 예상보다 빨리 정착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 김대희 ⓒ &lt;개그콘서트&gt;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개그콘서트>는 많은 예능인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이슈와 재미 면에서 새로운 플랫폼의 콘텐츠에 밀려나며 결국 폐지에 이르렀다. 갈 곳을 잃은 코미디언들의 한탄이 들려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각에선 “예능인들이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듯, 이번 폐지로 인해 코미디언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꼰니버스

<개그콘서트> 폐지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일부의 예측이 들어맞은 모양새다. 유튜브에 새 둥지를 튼 예능인들은 <개그콘서트>가 존재할 때보다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단순히 채널을 옮긴 것 이상의 진화다. 더 사실적이고 자극적이나, 혐오는 거세한 한국 코미디의 새 문법이 나오고 있다는 평이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은 김대희다. 유튜브 채널 <꼰대희>를 개설한 그는 꼰씨 성을 가진 부 캐릭터(부캐)를 만들었다. 이 채널이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된 건 ‘밥묵자’란 코너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과거 <개그콘서트>의 코너 ‘대화가 필요해’를 패러디한 ‘밥묵자’는 동료 코미디언들을 불러 밥을 먹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대희가 친한 동료를 불러놓고 다짜고짜 스스로를 꼰대희라고 우긴 다음, 역할극을 하는 것이다. ‘대화가 필요해’에서 아내였던 신봉선이 “왜 집을 나갔냐”고 윽박지르는 꼰대희에게 “나는 딸 신봉숙이다”고 하면서 꼰니버스(꼰대희 유니버스)가 탄생했다. 

신봉선을 시작으로 유민상, 권재관, 김민경, 강유미, 유세윤, 장동민, 김준현 등이 출연해 꼰대희와 대화를 나눴다. 어떤 역할인지 몰라 어색하게 있는 출연자에게 꼰대희가 은근하게 역할의 힌트를 던져주면 꽁트가 시작된다. 대본은 철저히 금지됐고, 약 10분간 애드리브만으로 방송을 꾸민다. 
 

▲ 코미디언 강유미 ⓒ개그콘서트

‘밥묵자’의 히트는 꼰대희가 평소 친했던 후배들에게 “김대희를 어떻게 생각했노”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대부분 “김대희 금마 XXX입니더”라며 과거 김대희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꺼내놓는다. 코미디로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들은 당근과 채찍을 고루 섞어가며 꼰대희를 쥐락펴락한다. 

선을 넘을 듯 말 듯 오묘한 경계선을 오고 가는 에피소드가 큰 웃음을 만든다. 평소 후배들과 격 없이 지낸 김대희의 성품이 ‘밥묵자’에서 드러나며, 오롯이 꽁트로만 느껴지면서 재미는 배가된다. 

최근에는 펭수가 꼰대희의 반려동물로 출연하며 인기를 확장하고 있다. ‘밥묵자’ 코너는 최다 조회 수가 500만이 넘었으며, 최소 100만 이상 기록 중이다.

부캐·성대모사·에피소드 ‘제2 전성기’
채널 옮긴 것 이상의 ‘진화한 코미디’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중 가장 먼저 유튜브를 시작한 강유미는 매회 새로운 부캐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도믿걸(포교를 하는 종교 신도)은 유독 사랑을 받는다. 


“베풀어 주시겠어요?” “공덕이 조상 때부터 굉장히 많이 쌓여 있으세요” 등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멘트를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특히 말투나 톤이 실제 거리에서 만나본 사람과 비슷하다. 이 외에도 메이크업·헤어 디자이너 바텐더, 아이돌 팬 등 다양한 포지션의 인물을 묘사하며 기본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예능인 김시덕은 채널 ‘시덕튜브’에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꺼내놓는 코너 ‘싯다운 코미디’로 관심을 끌고 있다. 선배 연예인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사연을 비롯해 동료 개그맨이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용각산을 먹다, 이를 마약으로 착각한 외국인들에게 협박 당한 사연, 개그맨 정종철, 원빈과 함께 게임 철권을 한 사연 등 어디서도 쉽게 겪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사연을 재밌게 쏟아내고 있다. 

너무 웃기려고 과장하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김시덕의 예능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조회 수가 10만뷰 전후지만, 콘텐츠의 질이 좋아 장기적으로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스스로 싸움을 잘한다고 주장하는 개그맨 안일권은 유튜브 채널 ‘일권아 놀자’에서 부캐 안일건달을 만들었다. 그는 김종국, 강호동, 김창렬 등 카리스마 있는 스타들과 싸워 이겼다는 상황극으로 웃음을 만든다. 동료 조우진이 안일건달의 말에 리액션을 할 뿐 아니라 동조하며 분위기를 진짜 그럴듯하게 꾸민다.
 

▲ ▲예능인 김시덕 ⓒ유튜브

안일건달은 장소와 시간, 싸울 당시 상황을 디테일하게 묘사해 실제 벌어졌던 일처럼 만든다. 이후 김종국과 김창렬을 만나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조우진이 시켰어요’라며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 실제와 허구가 교묘하게 공존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신인 개그맨들이 함께 힘을 모은 ‘피식대학’ 출연자들이 만든 부캐는 색다르다. 세밀한 묘사와 안정된 연기로 웃음보를 자극한다.

커피가 좋아 유학을 다녀온 커피숍 사장 최준(본명 김해준)은 시종일관 느끼한 대사를 날린다. 다단계 회사 직원 방재호(정재형)는 돈과 외제차, 비싼 집을 원하는 허세로 중무장했다. 중고차 딜러 차진석(이용주)은 이상하게 강한 척하는 남자를,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김민수)는 비속어를 입에 달고 살면서 뭐라도 있는 척 허세를 부리는 이른바 ‘힙찔이’를 연기한다. 이외에도 부캐가 다양하다

어디선가 본 법한 일반인 캐릭터의 특색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따라하는 점이 이 채널의 인기 포인트다. tvN <유퀴즈 온더 블록>과 MBC <놀면 뭐하니?>에서도 출연하며 대중의 관심이 급상승 중이다. 구독자가 60만에 육박하며, 조회 수는 수백만 단위다. 

디테일

한 예능 관계자는 “<개그콘서트>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더 많은 개그맨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면서 수익적으로도 상황이 더 나아졌다. 새로운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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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폭풍> 윤석열이 삼킨 이슈들

[탄핵 후폭풍] 윤석열이 삼킨 이슈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과 몇 개월 만에 온 천지가 쑥대밭이 됐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로 변했다. ‘내가 옳다, 너는 틀렸다’ 갈등을 빚는 사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공든 탑도 무너져 내렸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는지 감도 안 오는 상황이다. 비로소 탄핵 정국이 끝났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6 소추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는 122일이 걸렸다.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중 가장 오랜 숙의 기간을 거쳤다. 결론까지 120여일 문제는 후폭풍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은 4개월 만에 나라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했고 정부는 기능이 마비돼 공회전을 거듭했다. 그사이 국민 여론은 완전히 반으로 쪼개졌다. 사태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컨트롤 타워는 붕괴했다.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외교다. 특히 미국발 공격에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미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상 외교는커녕 실무진 간의 대화도 삐걱거렸다. 대통령 권한대행,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하지 못했다. 그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미국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우방국, 동맹 관계는 허울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당선 직후부터 스스로 ‘관세맨’이라고 칭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도 예외로 두지 않은 것이다. 지난 2일 미국 정부는 한국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과정서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 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통상 전쟁에 불을 댕겼다. 이번 발표는 미국발 통상 전쟁을 전 세계로 확산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로 중국 34%, EU(유럽연합)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등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 EU 등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되면서 불리한 여건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나름의 ‘믿는 구석’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관세뿐만 아니다. 지난달 15일 미국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포함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 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결정한 조치로 파악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가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 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한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원자력·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와의 교류, 협력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트럼프 취임 이후 대응 못 해 민감국가 지정 이어 관세 폭탄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한 언론서 관련 보도가 나올 때까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감국가 지정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지정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다. 보안 문제에 따른 것일 뿐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감국가 지정 배경을 두고 서로를 탓하며 정쟁을 벌였다.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달리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 과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은 지난해 8월 작성된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의 ‘예측과학 학술 연계 프로그램(PSAAP) 제4기 모집 공고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PSAAP 자금은 미국 시민이거나 비민감국가 출신 비미국 시민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고 돼있다. 민감국가 출신은 자금 지원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민감국가에 등재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제한은 부재하다는 게 에너지부의 설명”이라고 밝혔다. 물론, 당시 조 장관이 언급한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해당 프로그램이 포함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감국가 리스트는 오는 15일 공식 발효된다. 정부는 발효 전 한국을 리스트서 빼기 위해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중순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으로 알려진 9쪽 분량의 문건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여타 지역서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고,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동맹국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의 위협 억제서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한국과 미국은 내년부터 5년간 낼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올린 1조5192억원으로 이미 정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연동시키되 연간 인상률이 최대 5%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재협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김 위원장에게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미 1기 정부서 김 위원장과 직접 소통한 경험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동맹도 내친 미국 대통령 이 과정서 ‘한국 패싱’ 가능성 또한 나오고 있다. 100일 넘게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리더십 부재 상태가 계속된 부분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북한과 미국의 대화에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북한 관련 대화는 주로 정상 외교를 통해 이뤄졌다. 내치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민생은 뒷전이 됐다. 여야는 탄핵소추안 표결로 갈등을 빚었고 이후에는 탄핵 심판을 두고 서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사이 각종 문제가 불거졌지만 기능이 마비된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29일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공항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폭발했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한 참사로 오는 7일로 100일째에 접어들었다. 사고 원인 규명, 피해자 보상 등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계엄, 탄핵 등의 여파로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한참 동떨어진 모양새다. 일단 당국의 조사와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안타까운 점은 블랙박스에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현장서 수거된 항공기 블랙박스와 엔진, 주요 부품 등 사고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증거를 종합적으로 분석, 시험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의성서 시작돼 5개 시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 피해도 만만찮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개 시군의 피해 조사액은 8000억원에 이른다. 최종 피해액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산불로 주택 3987채가 탔다. 3915채가 전소됐고 30채는 절반 정도, 42채는 부분적으로 불에 탔다. 여기에 농작물 3785㏊, 시설하우스 423동, 축사 217동, 농기계 6230대가 화재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도 26명이나 났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경북 산불로 사망자를 낸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일대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보다 더 어렵다 정부, 기업, 연예인 등 각계각층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지만, 다 타버린 숲 등을 산불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데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영업자는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연말연초 대목을 놓친 데 이어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위축된 소비심리에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여신금융협회의 ‘2025년 2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 음식점업 카드 승인 실적은 11조21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20억원 줄었다. 국내 자영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식업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의 악화는 취미 생활 위축으로도 드러났다. 지난 2월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카드 승인 실적은 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가까이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니까 여가와 외식 소비가 줄어들면서 관련 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빌린 돈은 갚을 수 없고 수입은 없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31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과 행정안전위 소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저축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은 11.7%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3개월 사이 0.7%p 올랐다. 2015년 2분기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빚을 여러 곳에서 낸 다중채무자가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56.5%에 이른다. 대출액 기준으로 보면 70.4%에 달한다. 1인당 평균 4억3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2025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취약 자영업자는 4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작은 자영업자가 43만명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이들이 전체 자영업자 차주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에 이른다. 소비심리 위축되고 자영업자는 망하고 2021년 말 28만1000명에서 2022년 말 33만8000명, 2023년 말 39만6000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아예 장사를 접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놓은 ‘2025년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곳 중 4곳은 매출 부진 등의 사유로 창업 후 3년 이내에 문을 닫았다. 폐업 시점의 빚은 1억원을 웃돌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3년 미만 단기 폐업자의 비율은 39.9%를 차지했다. 폐업 사유는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이 86.7%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과반(52.2%)을 차지했다. 인건비 상승(49.4%),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부담(46%), 임대료 등 고정비용 상승(44.6%) 등이 뒤를 이었다. 폐업 과정서 드는 비용도 평균 2188만원에 달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2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서 정치권의 대책을 요구했다. 송 회장은 “자영업자 수가 지난 1월 기준 두 달 만에 20만명이 줄고 수도권 상가도 공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민생을 위한 추경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나름 해소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부결된 이후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경제적인 관점서만 봤다고 전제하면서 “탄핵이 경제엔 더 낫다”고 말한 바 있다. 비상계엄, 탄핵 정국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건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정국을 뒤흔들었던 ‘명태균 게이트’가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 언론은 지난 3일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 간의 의혹을 보도했다. 윤 전 대통령 내외와 홍 시장 부부가 회동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를 명씨가 주도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3일 해당 내용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 측근이 명태균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선호하는 동물 관련 기획을 전달했고 이를 계기로 부부 동반 회동이 성사됐다는 것”이라며 “명태균은 단순한 연결고리가 아니었다. 기획안을 준비해 김건희의 승인을 받고 회동을 성사시킨 핵심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공직자가 민간인과 손잡고 대통령 부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적 회동을 주선한 것”이라며 “홍 시장의 권력 네트워크에 명태균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 시장은 지난 3월14일 명태균 사건에 연루된 것이 밝혀지면 정계 은퇴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묻혔던 사건 수면 위로? 시간상으로는 120일 남짓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한국에 남긴 상흔은 상당했다. 외부로는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내부에선 ‘IMF 때보다 힘들다’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본연의 자리서 일했어야 할 국민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탄핵 정국이 지나간 자리에 결국 국민의 상처만 남은 셈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