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300만 구독 ‘보라미TV’ 운영 중인 정보람·임종호 부부

“절실함이 대박 유튜버 만들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튜브 시장이 팽창하면서 직접 영상제작에 뛰어든 이른바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영상 너머에 존재하는 유튜버는 언제나 구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요시사>는 최근 ‘보라미TV’ 등 4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나 유튜버로서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 ‘3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유튜브 채널 보라미TV 등을 운영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

바닥에 떨어지면 찾기 어려울 만큼 작은 소품들이 상자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잘못 건드렸다가 와르르 무너진 소품들을 수차례 다시 배열하고, 단단한 종이 패널로 삼면을 둘렀더니 작은 주방이 나타났다. 구독자 225만명의 유튜브 채널 ‘보라미TV’의 미니어처 세트장이다.

전략적 접근

지난달 24일 경기도 양평의 한 스튜디오에서 ‘보라미TV’ 등을 운영 중인 유튜버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보라미TV를 비롯해 ‘보라미패밀리’ 등 4개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4개 채널의 총 구독자는 300만명에 달한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구독자들과 영상을 통해 만나는 중이다. 

이들의 유튜브 도전기는 정씨가 2016년 들은 한 강연에서 시작됐다. 원래 키즈 스피치 강사였던 정씨가 경험을 살려 학원 사업을 준비하던 중 홍보를 위해 찾은 강연이었다. 정씨는 이날 강연에서 강사의 유튜브에 대한 짧은 언급에 순식간에 매료됐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것. 

정씨는 “블로그 브랜딩 강의였는데 강사님이 정말 짧게 유튜브에 대해 얘기했다. 3개월 유튜브를 운영해봤는데 5년간 운영한 블로그보다 훨씬 많은 혜택이 있다는 말이었다”며 “그 말이 뇌리에 꽂혀서 강의 이후에 강사님의 블로그를 찾아가 유튜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로 수익을 낸다는 게 생소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한동안 유튜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정씨는 결국 학원 사업을 뒤로 하고 유튜버로 방향을 전환했다. 남편 임씨가 깜짝 놀랄만한 결정이었다. 정씨는 “딱 1년만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접겠다는 각오로 덤볐다”고 회상했다.

유튜버의 ‘유’자도 몰랐던 초보 유튜버의 시작은 험난했다. 키즈 스피치, 분장 등 여러 가지 소재로 도전했지만 처음 6개월은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시장 분석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정씨는 그때부터 유튜브에서 성공한 콘텐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구독자의 수요가 높고 조회 수가 잘 나오는 영상을 중심으로 분석해나갔다.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4개 채널 300만 구독자 보유

그 결과 콘텐츠 소재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인형놀이.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인형놀이 콘텐츠로 보라미TV는 말 그대로 대박 행렬에 합류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타깃으로 제작한 영상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6년 7월 시작한 보라미TV 전체 영상의 총 조회 수는 7억5000만회(11월29일 기준)에 달한다. 

정씨는 유튜브 영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 6개월 동안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을 때를 되돌아보니 내가 정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소재로 영상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국내보다는 전 세계 구독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가 영상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바로 ‘썸네일’이다. 썸네일은 일종의 견본 이미지를 뜻하는데, 유튜브의 경우 영상을 누르기 전에 보이는 사진을 말한다.

임씨는 “과일로 비유하자면 포장이 예쁜 과일바구니가 인기가 높듯이 썸네일을 잘 만들면 조회 수가 높다. 어떻게 보면 영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낚시’ 영상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은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에 걸쳐 ‘절실함’에 대해 언급했다. 부지런하고 열정이 있는 것 이상으로 절실하게 매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정씨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무렵 1일 1영상을 목표로 달렸다. 제작·기획·소품 준비·촬영·편집·썸네일 제작·업로드의 과정을 매일 진행한 것이다. 1편을 제작하는 데 평균 7~8시간 걸렸을 정도.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유튜브와 씨름하던 때였다. 

정씨는 “세팅하는 데 2시간, 촬영하는 데 2시간, 편집하는 데 또 2시간, 그 사이에 틈틈이 자료를 찾고 하면 하루가 다 갔다. 쉬는 시간도 없이 영상에 매달리다 보니 번아웃이 왔다”며 “그래서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제작 콘텐츠 수를 줄여 나갔다. 지금은 일주일에 1편씩 제작하는데, 그래도 채널이 4개다 보니 1주일에 4편을 제작하고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모호했던 일과 일상의 구분은 오히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조금 뚜렷해졌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유튜브에 매달렸지만 육아를 하면서는 영상 제작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꾸준한 노력 필요해
새로운 일 도전할 것”

정씨는 “그래도 내가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 있고 시간 운용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참 좋다”며 “아이가 좀 더 크면 지금보다 여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유튜브는 아동이 출연해 제작된 키즈 콘텐츠에 맞춤형 광고 게재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당시 유튜브 정책의 변화로 키즈 유튜버들이 타격을 입었다. 보라미TV는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발굴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채널 개설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미니어처 요리를 보라미TV의 새 콘텐츠로 삼고, 먹방 소재의 채널을 새로 열었다. 정씨의 남편 임씨는 “올해 4월부터 먹방을 소재로 전 세계 구독자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4년 동안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그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새 채널을 단기간에 정착시킬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정씨는 유튜브 외에도 다방면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13일부터는 유튜브 4년간의 노하우를 담은 책 <300만 유튜버가 알려주는 전 세계 대상으로 유튜브에서 돈 버는 법(가제)>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 와디즈에서 소개한다. 책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 

또 최근 화두인 디지털 노마드, 온라인 건물주, 수익 자동화 등의 트렌드를 좇아 전자책 출판, 온라인 강의,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 웹소설 등 온라인 무자본, 지식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 계속 도전할 예정이다. 


유튜버는 최근 몇 년 새 10대들의 희망 직업군이 됐다. 이들 부부는 유튜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유튜브 채널을 보면 미술이나 만들기, 춤, 노래 등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들의 조회 수가 높다. 그런 재능을 가진 분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유튜버를 권해드리고 싶다”며 “처음에는 성장이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잘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콘텐츠 발굴

그러면서 구독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저희 영상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모두 구독자들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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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