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유튜버들의 그림자

막말, 거짓, 모욕…브레이크 없는 막방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누구나 PD나 MC의 꿈을 이루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렇듯 포용성이 크다는 장점은 혐오를 배포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비윤적인 언행이 전파된다. 타인을 괴롭히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인격마저 무너진 모습이 보이고, 거짓말로 점철되고, 매우 선정적인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 유튜버 이한샘 ⓒ유튜브

지난달 12일, 전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약 2시간 동안 먹통이 된 적이 있었다. 동영상 재생이 되지 않거나 늦춰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 유튜브 이용자들은 갑작스러운 오류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용자들은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을 때보다도 더 큰 답답함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유튜브가 우리 사회의 공기와 같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지나친
포용성

유튜브가 이렇듯 대중의 생활권에 밀접하게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관심 있는 분야의 영상을 마음껏 시청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정치와 경제 등 시사는 물론 증권과 사업 수완처럼 금전적인 것과 직결되는 소재의 콘텐츠, 연예와 스포츠 또는 게임이나 낚시와 같은 흥미 분야, 각종 제품은 물론 심리치료와 같은 개인 경험담에서도 정보가 넘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유튜브를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이렇듯 수많은 콘텐츠가 넘칠 만큼 많아진 배경은 유튜브가 가진 포용성 덕분이다. 기술(Technology)과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이 골고루 갖춰진 도시일수록 도시 창조성이 높아진다는 리처드 플로리다의 3T이론이 유튜브에도 적용된다.


누구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자신의 장기를 펼치고 싶은 대다수 인재를 유튜브로 유입시켰다. 이는 유튜브가 빠르게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이용자들은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통해 공감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국적과 직업은 물론 사회적 위치 등 모든 새로운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대리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전에 양면이 있는 것처럼 혐오를 전파하는 콘텐츠가 득실대는 것도 방치하기도 한다. 거짓말이 난무하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 영상이 즐비하다. 욕설을 비롯한 막말은 물론 나약한 집단에 큰 아픔을 주는 행위가 담긴 영상도 무수하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더 짙다는 말은 유튜브에도 해당한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지 않는 도 넘은 발언들이다.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관대하게 통용되기는 하나 일부 스트리머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출신인 BJ 철구는 막말로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이미 숱한 구설수로 더 이상 떨어질 이미지도 없는 그지만, 이번만큼은 정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다. 

‘반성 없다’ 고인 모욕 서슴지 않는 유튜버
영혼 갉아먹고 가짜 퍼뜨리는 사이버 레커

철구는 타 BJ가 연예인 홍록기를 닮았다고 하자 “꺼지세요, 박지선은 꺼지세요”라고 말했다. 최근 고인이 된 박지선을 조롱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중은 분노했다.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박지선이 아닌 박미선을 말하려 했다”는 변명은 오히려 대중의 화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 소식에 박미선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일갈했지만, 오히려 철구의 팬들이 해당 글에 악플을 다는 기현상마저 발생했다. 

철구의 아내인 외질혜는 남편의 잘못을 옹호하는 행태를 보였고, 네티즌들은 두 사람에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없었다. 

혐오가 혐오를 낳은 것일까. 두 사람의 잘못된 행위로 딸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철구 딸이 입학한다는 초등학교 근황’이라는 글이 게재됐고, 이 학교에 자식을 보낸 학부모들이 철구 가족의 딸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줄줄이 내놨다. 

해당 학교에 따르면 철구의 딸은 입학자 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이 현상만으로 두 부분의 잘못된 언행이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초래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막말은 비단 철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연예계 인사를 저격하는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로세로연구소는 막말의 정점에 서 있다.
 

▲ 유튜버 뻑가 ⓒ유튜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실종 당시 서울 북악산 등산로를 걷고, 와룡공원에서 생중계도 진행했고, 생중계 도중 “시신이 발견된 숙정문, 거기까지는 40분이 넘는 길이다. 산을 오르며(박 시장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걸어가 보도록 하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리 이념적으로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어, 고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격이 마비된 발언이었다.

이어 가로세로연구소는 ‘박원순 장례식장’이라는 제목으로 생방송을 진행했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 빈소를 찾아, 고인에 대한 조롱·모욕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유튜브의 자체 자정작용이 조금도 기능하지 못하는 세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인 조롱
혐오 연속

또 이슈가 된 각종 사건들을 짜깁기해 영상을 올려 수익을 내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의 행태도 문제다. 사이버 레커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부리나케 달려오는 사설 견인차를 비꼬는 말을 비유로 활용해 이슈가 된 각종 사건들을 짜깁기해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를 비꼬는 말이다. 

이들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 <나이트 크롤러>의 주인공이자 나이트 크롤러라는 직업을 가진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과 비슷하다. 나이트 크롤러는 사건이 일어나면 즉시 달려가 해당 장면을 영상에 담아 이를 방송국에 파는 직업을 일컫는다. 아직 국내에는 상륙하진 않았지만, 프리랜서를 적극 활용하는 미국에서는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소시오패스 기질이 다분한 루이스 블룸은 살인 사건 현장에서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피해자를 영상에 담는 데만 집중하고, 때로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방송국에 팔기도 한다. 


취재 윤리는 뒷전이며, 선정적인 뉴스에 무감각해진 미국의 언론과 대중을 비판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의 모습은 국내에서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일부 유튜버들과 일맥상통한다.

기존에 나온 진실과 허위가 구분되지 않는 정보를 마치 사실인양 전달하는데 뻑가‧정배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보가 마구잡이로 전파될 때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당사자에 대한 예의나 존중은 발견하기 힘들다. 사이버 레커끼리 서로를 물어뜯는 진흙탕 싸움도 벌어진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자극적인 이슈를 소재로 노골적인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일각에 따르면 일부 사이버 레커 유튜버는 월 수억원의 수익을 챙긴다는 후문이다. 돈이 윤리를 갉아먹는 콘텐츠가 버젓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현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 속에는 거짓말이 난무한다. 한동안 ‘뒷광고’ 논란이 여론을 휩쓴 바 있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 사건이었다. 많은 스트리머와 유튜버가 ‘뒷광고’로 인해 활동을 중단했다. 

뒷광고는 물론 다양한 거짓말이 존재한다. ‘아임뚜렛’ ‘송대익’ ‘갑수목장’이 대표적이다. 아임뚜렛은 자신이 틱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히며 라면을 먹거나 토마토를 먹을 때 틱장애로 고통받는 장면을 담아 올렸다. 

10대 쓰는
성인 콘텐츠


이 영상을 보고 많은 사람이 안쓰러움을 느껴 그를 응원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임뚜렛의 연기로 밝혀졌다. 울산에 기거하고 있다고 밝힌 그를 본 주민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고, 이는 일파만파 번졌다. 자신이 틱장애를 앓고 있다며 거짓말을 반복하던 아임뚜렛은 결국 연기였다고 인정했다. 

심리적 장애로 인해 발생한 틱 장애를 희화화하는 것은 물론 돈벌이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유튜버 송대익은 친분이 있는 유튜버 서도균과 함께 ‘피자나라 치킨공주’의 음식을 시킨 뒤 내용물이 일부 없어졌다는 조작 영상을 만들었다. ‘피자나라 치킨공주’가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자 그들은 영상을 통해 거짓을 자행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은 자신을 비난한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물론 악플을 남기는 것이 올바른 행위는 아니나, 이들의 고소는 자신들이 저지른 언행에 반성이 없는 태도로 비쳤다. 

유기동물을 구조해 분양하는 영상을 주로 올리며 구독자 50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은 반려동물을 학대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유기동물을 구조했다고 밝혔지만, 갑수목장의 자막 번역을 담당했던 A씨는 “갑수목장이 펫샵에서 구매한 동물이었으며 동물의 상태를 나쁘게 만들기 위해 굶기거나 때렸다”고 폭로하면서 들통이 났다. 갑수목장은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를 한 건 사실이지만, 학대는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갑수목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콘텐츠는 성인물이다. 야한 사진이나 영상이 일파만파 번져나갔고, 이것이 인터넷의 발달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유튜브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다양한 성인 콘텐츠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어린아이도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10대를 이용해 선정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10대가 만드는 성희롱 콘텐츠 있다고?
‘내가 조두순 아들’ 밝힌 초등학생까지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춤을 추거나 식사를 하는 건 예사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여성의 나체가 그대로 찍힌 영상이 올라오기도 하며, 성인용품 후기라는 명목으로 야외에서 용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버젓이 나온다. 

성인들이 즐기는 콘텐츠지만, 어린아이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남긴다. 

한 여성 유튜버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기를 모았다. ‘내가 원할 때 자빠뜨리는 방법’ ‘아무리 급해도 먹지 말아야 할 여성’ ‘첫 만남에 모텔까지 가는 여자’ ‘아줌마가 세 번 이상 주는 남자 TOP4’ 등이다. 이 채널의 여성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 채널을 만들었지만, 예측과는 달리 논란이 일어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유튜버 정배우 ⓒ유튜브

유튜브 채널 ‘하이틴 에이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다. ‘10대 여학생들 몸 좋은 남자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특히 문제가 됐다. 해당 영상에는 눈을 가린 10대 여성이 옷을 벗은 남성의 몸을 만지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영상이었다. 

출연자 전원이 10대인 이 채널은 커플 요가 등 자극적인 스킨쉽이나 성적인 대화를 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만연해진 선정적인 영상의 여파는 어린아이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출소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 방송에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해 조회 수를 올린 초등학생이 있어 논란이 됐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조두순 아들입니다. 우리 아빠 건들지 마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사실 조두순이 제 아빠”라고 주장한 어린아이의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대표 화면에는 ‘조두순 만세’라고 쓰여 있으며, 그는 험악한 욕설도 서슴없이 내뱉고 “조두순 건드리면 내가 다 총으로 쏴 죽일 것”이라고 흥분하며 말했다.

실제 조두순에게는 자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영상을 찍은 유튜버는 초등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두순이 출소하면서 피해자와 가족이 고통받고 있으며, 안산 시민들도 불안해하는 가운데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발언을 10대가 한 것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조두순  
아들?

남녀노소, 구분없이 유튜브는 비윤리적 영상을 유포하고 있다. 구글이 경제적인 이득을 막는 것 외에 이들에게 아무런 규제할 수 없어,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윤리적인 발언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유튜브의 현주소다.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운데, 혐오를 자제할 수 있는 담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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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발의하고 여당 의원 일부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은 국정 농단 사태의 ‘결정적 순간’이다. 8년 뒤 국회 본회의장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시동이 걸린 탄핵 열차는 국회를 지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향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헌재의 시간이다. 두 번 만에 직무 정지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200명 이상의 ‘가’표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192표 외에 국민의힘의 8표가 필요했다. 이날 본회의서 나온 찬성 204표 중 국민의힘서 12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표결 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 수인 7명보다 많다. 기권과 무효표 역시 국민의힘서 나왔다고 계산하면 23명의 의원이 당론인 ‘탄핵 반대’와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2시간여 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는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리는 현재 내란 혐의 관련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만일 야당의 탄핵소추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피청구인’이 된 윤 대통령의 운명은 헌재에 달렸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2024헌나8’의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사건명은 ‘대통령(윤석열) 탄핵’이다. 사건은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기각하면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며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게는 8월에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 11일 만 국민의힘 이탈표로 가결 문제는 헌재가 현재 ‘6인 체제’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했지만 여야가 추천 인원수를 두고 다투면서 3명을 임명하지 못했다. 헌재법 23조1항은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7명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6인 체제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앞서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켰다. 그러면서 현재 6인 체제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뿐만 아니라 헌재에 계류된 다른 사건의 심리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헌정사에 중요한 사건을 6인 체제로 진행하는 게 헌재 입장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인 체제로 결론을 내릴 경우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헌재를 ‘완전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 후보로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현재로선 한 총리가 이들을 임명하게 된다. 헌재로 공을 넘긴 정치권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0) 상태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된 이후 일주일 만에 가결로 결과가 바뀌면서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돌입했다.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의힘은 혼돈 그 자체다. 보수 진영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 심판대 위에 서게 되면서 ‘궤멸’ 위기에 직면했다. 끝까지 반성 없어 지도부 붕괴는 가시화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진종오)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한동훈 대표는 직무 수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의원총회서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당권을 쥔 친한(친 한동훈)계 간의 책임론 공방은 국민의힘을 극심한 내홍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가 갈등을 벌이다가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던 8년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이후 5년 만에 정권교체로 간신히 회복한 국민 신뢰를 또다시 잃게 됐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11일 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은 국민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헌재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수사기관·정치권 등에 완전히 포위된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탄핵안 가결 이후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서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숨통 죄는 내란 혐의 그러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성과를 강조했다.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당부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 배경인 12·3 비상계엄 선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끝까지 국민에 대한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비판이 제기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앞서 진행한 네 번의 대국민 담화서도 그는 모든 상황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 표결 직전 11%까지 떨어졌다. 부정 응답은 85%까지 치솟았다. 긍정 응답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헌재 탄핵 심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다 해도 국정 동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치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도 16%에 그쳤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특검 등 수사기관도 윤 대통령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관련자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란죄는 외환죄와 함께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 범죄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서 그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14일 구속된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이 ‘윗선’ 즉, 내란 우두머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여당은 궤멸 직전에 몰려 헌재 9인 체제 결론 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명태균씨 관련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몇 개월 새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이 민주당을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명씨의 행보에 윤 대통령 부부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만에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야권은 공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 과반 의석(192석)을 무기로 윤 대통령을 압박해 왔다. 김 여사 특검법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서 윤 대통령은 더이상 거부권을 쓸 수 없다. 내란 혐의를 받는 일부 국무위원과 군‧경 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도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안 가결 이후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직무 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을 비롯해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태의 전모를 밝혀내고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내놓은 대국민 담화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조기 퇴진 제안에도 ‘하야보다는 탄핵이 낫다’는 입장을 보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당시 한 차례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율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직접 변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앞선 대국민 담화서 비상계엄의 당위성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다. 헌재서도 자신이 왜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그 배경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서 표류할 ‘대한민국호’의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짐으로 얹어지고 있다. 헌재 판결, 조기 대선 등 향후 이어질 정치 일정서 일어날 갈등도 국민에겐 피로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이 극복하긴 했지만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상처 입은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피해는 국민 몫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최대 8개월까지 이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청구될 계산서에는 얼마가 쓰여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