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갈등 장기화 이유는?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29 09: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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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어떤 땐데 '죽창'이라니…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파업.' 노조 입장에서는 사측에 강력한 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겠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피해액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차 파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파업 피해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근로자 30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하는 등 '통 큰' 제안을 내놓으면서 풀릴 듯 하던 노사협상은 노조의 폭력행위 등으로 얼룩지며 비상이 걸린 상태다. 피해액은 갈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고 있다. 막바지 교섭 단계에서 '비정규직(사내 하도급)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발목이 잡힌 까닭이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 20일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비정규직 근로자 3000명 정규직 신규채용' 안을 발표한 것. 이 안은 올해 1000명을 우선 채용하고 오는 2015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중 3000명을 순차적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채용 시 비정규직 개인의 신분에 관한 사항으로 차별 또는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 사내협력업체 관련 인원의 각종 소송은 최종 판결 결과를 적용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대차 '통 큰' 결정

정규직 노조는 일단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현실적 한계를 감안해 실리를 택하자"는 입장이다. 문용문 정규직노조 지부장은 "지금까지 어떤 노조 집행부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끌어낸 적이 없었다"며 "교섭은 상대가 있는 것인 만큼 원하는 대로 모두 관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규직노조는 또 3000명 연차적 채용 이후에도 계속 투쟁을 해서 나머지 인원의 정규직화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안건"이라는 것. 비정규직 노조는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 6800여 명 중 3000여 명은 신규채용하지만, 나머지는 정규직 노동자와의 작업공정을 분리해 합법적인 사내도급으로 사용하려는 게 사측의 속셈이고, 그것에 속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원 200여 명은 지난 22일 울산공장 내 정규직노조 사무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사측이 제시한 쓰레기 같은 제안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노조원들은 "사측의 제시안은 불법파견을 축소 은폐하는 사기안이며, 이해당사자인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투쟁으로 쟁취한 법적 권리를 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록 비정규직노조 정책부장은 "우리는 노-노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분명한 투쟁목적을 정규직 노조에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전원 즉각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20일에는 울산1공장 앞에서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던 비정규직 노조원 300여 명과 사측 관리자들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측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복면'을 쓰고 만장으로 사용하던 대나무를 휘두르며 6차례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생산차질액 피해규모 역대 4번째…최고액 경신할 수도 
비정규직 노조 노사협상 방해 '사내하청 문제' 새 변수

6시간여 동안 사측 관리자들과 대치한 노조원들은 21일 오전 3시께 정규직 노조의 설득으로 자진 철수했다.

사측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대나무 앞을 여러 갈래로 나눠 죽창처럼 사용해 회사관리직 직원과 보안요원 등 10여 명이 이마 및 귀, 손가락이 찢어져 일부는 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 측은 "만장에 사용된 대나무 깃대일 뿐 죽창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노조가 고의적으로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만들었는지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노조원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비정규직 노조들은 현대차 노사의 교섭을 방해해 17일에 가질 예정이었던 협상 자체를 무산시켰고 16일 밤에는 철조망을 자르고 밧줄을 타고 불법 월담해 공장시설 점거를 시도하면서 사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 인사말을 통해 "BMW 등 유럽 유명 자동차기업은 노사가 합심해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국내 자동차업계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자동차는 파격적인 사내하도급 근로자 정규직 채용 방침 발표에도 불구, 오히려 사내하도급 노조가 죽창을 들고 난입해 교섭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손실만 1조5000억원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지난 22일까지 10차례 전개된 노조의 파업으로 모두 5만9245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조2302억원의 생산차질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대차 노조 25년 역사상 4번째로 많은 생산차질액인데 임협이 장기화될 경우 최고액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12월 대선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에 편승하려 한다"며 "정치 쟁점화 될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노사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아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는 없지만 사측은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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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