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들의 적 ‘김치녀·보슬녀·된장녀’ 감별법

“한국여성 만날 땐 산부인과 검진기록부터…”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온라인상에서 허영과 사치에 물든 한국여성을 지칭하는 새로운 신조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능력은 없으면서 남성에 기대려고만 하는 한국여성들을 비꼬아 지칭하는 언어인데, 같은 의미를 두고 있지만 입맛에 따라 ‘김치녀·된장녀·보슬녀’로 비하해 부르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마치 ‘꽃뱀’처럼 취급당하고 있으며 이들을 감별하고자 하는 수많은 남성들이 ‘한국여성혐오카페’를 만들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의 경험담과 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생일인데 애인한테 명품백 하나 못 사준다는 게 말이 돼? 전에도 그림 사준다 해놓고 안 사주고. 됐다. 돈 없는 남자랑 굳이 만나기 싫다.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데 가서 뭐 사준다 소리나 하고 다니지 마라. 거지같은 게…. 애인한테 비싼 선물 부담된다고 하는 남자도 다 있나? 나한테 한 달에 300만원 이상씩 쓰는 남자들 길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저리 꺼져라.”

애인은 돈 또는 호구?

유머게시판에 올라온 카카오톡(모바일메신저)캡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한 여성이 5년 넘게 알고 만나온 남성에게 비싼 생일선물을 요구했지만 거액이 부담된 남성에게 요구를 거절당하자 막말을 퍼부었던 사례다. 이 같은 사례는 온라인에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는데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국산자가용은 폼이 안 나서 같이 못타고 다니겠다는 여성을 시작으로 처음만난 소개팅 자리에서 1인당 30만원을 훌쩍 넘기는 코스요리를 선택하는 등 허영과 자만심에 빠진 한국여성들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몇 년 전 한 여대생이 쇼프로그램에 출연해 키 180cm를 넘지 않는 남자는 루저(loser)라며 비아냥대 한동안 남성들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이후 당사자와 방송 관계자는 재미를 돋우기 위한 방송 콘셉트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기차는 떠나버린 후였다.

결혼적령기인 대한민국 평범한 여대생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게시판에 자신의 배우자 조건을 차례대로 나열했다. 내용에는 외모부터 경제적 능력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저는 된장녀도 사치녀도 아닙니다. 극히 평범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결혼적령기의 한 여성으로서 저의 배우자를 찾습니다. 나이는 33살 이하면 적당하고, 키와 몸무게는 180cm에 75kg 정도면 괜찮습니다. 서울시내에 24평 이상 아파트 소유해야 하고 승용차는 SM7 이상이면 좋겠습니다. 물론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것은 안 되고요. 연봉 7000만원 이상 남성을 찾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키 168cm에 몸무게 47kg이고 유치원 교사며, 탤런트 조여정과 비슷한 인상입니다. 연봉 5000만원 이하인 남성분들은 결혼 생각 함부로 안 하셨으면 합니다.”    


또 다른 사례자는 한 유머게시판에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여성에게 바가지 씌울 뻔 했던 사례를 게재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여성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여성의 연고가 있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그 여성은 남성이 화장실을 간 사이 코스요리를 주문했고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계속 의심스러웠던 남성은 여성이 자리를 비운 사이 계산서를 확인한 후 깜짝 놀랐다. 그들이 먹은 음식은 1인당 30만원짜리 A급 코스요리였던 것. 데이트 상대가 작정하고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생각이 들 쯤 바가지의 소굴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해 실제로 이런 사건들이 비일비재해 전국에 있는 한국남성들을 긴장하게 하기도 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바(Bar)나 레스토랑,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들이 업주와 미리 짜고 순진한 남성들을 꼬드겨 바가지를 씌운 사건들이 있었다. 그들은 소위 ‘꽃뱀’과 같은 행동을 일삼았는데, 남성과 식사를 한 후 계산서만 남기고 자리를 뜨는 것이다. 이후 연락은 절대 받지 않거나 휴대폰 번호를 바꾸는 등의 수법을 쓰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업주들이 챙긴 하루 매출만 해도 300만원이 넘었다. 

보슬녀·된장녀들의 만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기 힘들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여대생들은 대출금을 대신 갚아줄 남성을 찾고 있다고 당당하게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며, 교통사고를 낸 후 보험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아 피해남성과 하룻밤 잠자리로 합의를 본 여성도 있었다.

한국여자 혐오카페에 한국녀 비하하는 수식어 생기기도
보슬녀, 원하는 것 못 받으면 인격모독에 이별통보까지

이와 같은 사례들을 한데 모아 개념 없는 일부 한국여성들을 고발한 사이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이트에 게재된 게시물에는 물질만능주의로 전락한 한국여성들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더불어 보슬녀·된장녀·김치녀들을 감별할 수 있는 감별법에 관한 글도 목격됐다.

“국산차나 경유차 몰고 다니는 남자 밥맛이다” “돈 잘 버는 운동선수와 결혼하고 싶다” “대학교 청소부 아주머니가 능력 없어서 청소나 하는 주제에 감히 내게 반항 한다” 등의 글은 애교스러운 정도다.

“군대는 그냥 총싸움하러 가는 곳 아닌가. 그깟 2년 바람 쐬고 오는 주제에 출산의 고통을 알기나 하나?”면서 일반남성의 국방의무를 비하한 반면 “국위선양하는 한류스타들은 군 면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의견을 달리했다.


이에 격분한 한국남성들은 더 이상 보슬녀들에게 당하지 말자는 의지를 담아 ‘보슬녀 감별법’을 소개했다. 이중엔 한국여성을 싸잡아 ‘김치녀’라고 욕하는 등 원색적인 여성 비하는 물론 ‘산부인과 검진기록, 재무상태 등부터 꼼꼼히 살펴보라’는 등의 팁(?)도 올라왔다. 

감별법 게시자인 아이디 adonis***는 “그들은 대부분 능력도 안 되면서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위의 잘나가는 남성들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명품의류나 잡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가격까지 줄줄 왼다. 덧붙여 자신이 볼 게 있다면서 명품관에 데려가거나 백화점 명품매장으로 남성을 끌고 가 ‘이쁘지?’라고 되묻곤 한다. 첫 만남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짜고짜 자동차 종류에 대해 묻는 것은 기본이고 더치페이를 하자고 제안하면 후일 ‘비매너’라는 등의 문자가 온다. 계속 울적해있다 뭐든 사주면 얼굴이 활짝 피는 경우가 허다하며 ‘여자는 시집 잘 가야지 팔자 핀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 거의 90% 이상 보슬녀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대사회에서 보슬녀·된장녀 등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불평등한 남녀 성비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외모지상주의와 학벌지상주의 사회풍토로 인해 남자 잘 만나 신분상승의 기회를 노리려는 여성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백마 탄 왕자는 없다

그러나 이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반박한다. 그들은 “한국남성들의 외모지상주의가 여성에게 간접적으로 성형을 권유하게 된 꼴이다. 솔직히 한국남성들은 어리고 몸매 좋은 여성만 보면 침을 흘리면서 명품백, 자동차 등 돈을 퍼다 주지 않은가. 그들의 만행이 한국여성들을 도리어 이렇게 만들었다”며 한국여성 비하글에 강력히 반발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 경기침체에 따라 과소비의 상징인 된장녀의 시대는 가고 바야흐로 간장녀의 시대가 도래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한국여성들도 보다 자기계발에 힘써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남성에게 기대는 구시대 사고방식은 지양해야 된다고 본다. 더욱이 최근에는 일약 신데렐라를 꿈꾸는 한국남성들도 급증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상호 간에 적절한 이해관계를 유지하고 상대에게 무조건적으로 기대는 생각만 버린다면 한국남녀의 갈등의 골은 점점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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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