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대출서류 위조 진실공방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30 14: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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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도 위조? "은행장 문책해야"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중도금 대출서류 조작 등으로 시중은행들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행에서도 대출서류와 이율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혹을 제기한 금융소비자원은 기업은행의 대출서류가 본부와 지점에서 발급한 내용이 다르고 고객이 요구한 서류도 발급을 미루면서 관련 내용을 위조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사실과 다르다”며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권 신회회복을 위한 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던 지난 21일 기업은행에서 대출서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문제가 되었던 은행들의 대출서류 위조가 중소기업은행에도 나타났다"며 "대출서류 조작이 은행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코리보냐 CD냐

금소원이 이날 함께 공개한 서류에 따르면 A씨는 기업은행으로부터 시장금리 연동대출로 4억5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해당지점에서 A씨에게 보낸 대출서류와 본점에서 제공한 대출서류가 달랐다.

본점에서 제공한 서류에는 가감금리와 지연배상금률 항목에 아무런 체크도 돼있지 않지만 지점서류에는 가감금리가 2%로 적혀있고 지연배상금률 항목에도 ‘약정이자율+지연가산금리’ 부분에 체크가 돼 있다.


또한 금소원은 "서류에는 코리보 이율적용으로 되어 있지만 이자 징수는 CD금리를 적용해왔다"며 거래조건변경·추가약정서와 거래내역 사본을 공개했다.

코리보(KORIBOR)는 국민·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 8곳과 기업은행·농협 등 특수은행 2곳, 대구·부산은행 등 지방은행 2곳, 씨티·HSBC 등 외국계 은행 2곳 등의 기간별 금리를 통합 산출한 단기 기준금리를 말한다.

금소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고객에게 적용된 이율을 묻자 지점장은 "기업은행만이 갖고 있는 내부 금리"라고 하고 영업부 직원은 "코리보 금리", 나눔행복부 직원은 "3개월 CD연동 금리", 콜센터 영업점 직원은 "코리보 금리"라고 말하는 등 은행 내에서 직원마다 다르게 말했다.

A씨가 7년여간 잘못된 가산금리를 적용해 입은 피해는 7000여만원에 달한다는 것이 금소원 측의 주장이다.

금소원은 "3개월 CD기준이든 코리보 금리이든 기준금리에 얼마의 가산금리로 이자를 낸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지만 그것 하나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다"며 "기업은행의 모든 고객들은 대출서류와 이율이 위조, 조작됐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점서류와 본점 서류 달라 "직원 실수다" 주장
금소원 "거짓 해명" VS 기업은행 "사실과 달라"

또 "기업은행의 서류조작, 이율조작, 비서실장, 부장 등의 응대는 어떤 은행에서도 볼 수 없는 행태"라며 "기업은행에 대한 행장 고발 등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행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이다. A씨가 대출을 체결한 2005년 당시에는 코리보 이율이 아닌 '3개월 CD변동금리'로 대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후 지난해 A씨가 거래조건 변경을 통해 '12월물 코리보 이율'로 금리를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 측은 "A씨가 대출서류를 작성한 2005년에는 기업은행이 코리보 이율을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기업은행은 2006년 8월 코리보 이율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은 또 "2011년이 돼서야 A씨가 3개월 CD금리에서 코리보 이율로 변경했다"며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이율이 조작됐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기업은행은 또 "가감금리는 직원이 처음 대출할 때 기재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며 "최근 지점에서 대출서류를 교부하면서 직원이 가감금리 수치를 임의로 기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고객에게 금전적인 손해는 없다"고 전했다.
금소원은 기업은행의 해명에 대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기업은행이 대출서류 위조와 이율조작에 대한 해명을 거짓말로 일관하는 등 비도덕적인 국책은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즉시 기업은행에 전면감사를 실시해 실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행 측에서는 대출이 체결된 2005년에는 코리보 이율이 없었다고 하지만 2005년도 대출서류에는 엄연히 '코리보 이율'이라고 표시돼 있다”면서 "만약 기업은행 측 주장대로 2005년에 코리보 이율이 없었다면 가산금리를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1%로 적용했다가 1.5%로 적용했다가 2%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전했다.

특단의 조치 필요

또한 "2011년 이후에 A씨가 코리보 이율 12월물로 변경했다면 코리보 금리 3.6%로 적용해야 하는데 5.1%로 적용한 것도 문제다"면서 "기업은행은 거짓해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장이 직접 밝히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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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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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