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문의 가신들은 지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09:57:45
  • 호수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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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끝나기 전에 한자리씩 안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문캠’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경선 캠프의 이름이다. 더불어문재인캠프의 약칭이다. 더문캠이 세상에 알려진 지도 4년여가 다 돼간다. <일요시사>는 살아있는 권력의 ‘개국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더문캠 출신 인사들의 현주소를 추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박병석 국회의장,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곤 서울교육감 ⓒ고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신분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경선캠프를 꾸렸다. 민주당 손혜원 당시 의원은 경선캠프의 이름이 ‘더문캠’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손 의원은 캠프에서 홍보부본부장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었다. 

2실 7본부
중추 역할

더문캠 조직은 2실(비서실·종합상황실) 7본부 체제로 꾸려졌다. 전·현직 친문 정치인 다수가 더문캠에 합류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후 청와대 비서진으로, 내지는 21대 국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더문캠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6선에 성공,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추대됐다. 국회의장은 삼권 중 입법부의 수장이다.

박 의장 외에도 더문캠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린 인사는 6명이 더 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 민주당 김진표·김두관 의원, 이미경·김효석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그들이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문재인정부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지난 2018년 10월 교육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달 13일부터 교육부 산하단체인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미경 전 의원은 더문캠에서 여성, 가족 정책 입안을 담당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한국국제협력단은 1991년 4월 설립된 정부 차원의 대외무상협력사업 전담기관으로, 해외봉사단 파견사업 등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김효석 전 의원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등 당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정치인이다. 문 대통령 당선 후인 지난 2017년 11월부터 대한석유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다가, 2020년 5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김진표·김두관 의원은 21대 총선에 당선돼 민주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서 활동 중이다. 그중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의원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 핵심 인사다. 

전·현직 친문 정치인 다수
국회의장·부총리 등 요직에

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김진표 의원은 일본 정관계 지도자들과 만난 후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북한이 승낙할 가능성이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두관 의원은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후 부산·경남(PK) 지역 차기 대권주자로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몸값이 상승했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의 요청을 받아 문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곳이자 낙동강 벨트의 최전선인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두관 의원은 최근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이 대표적이다. 김해신공항안의 백지화로 가덕도신공항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PK 대권주자인 김 의원이 가덕도신공항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부산 시민들이 오랫동안 염원한 사업이다. 

김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교롭게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리게 됐지만, (가덕도신공항 사업 추진을)더 늦출 수 없다”며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국토 다극화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 이미경 국제한국협력단 이사장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윤 총장은 국가와 공공에 충성하는 데 실패했다. 자신과 검찰조직에 충성하고 말았다. 윤 총장은 사법부를 사찰했고, 대통령 원전정책을 수사했다. 그는 국가의 검찰, 민주주의의 검찰이기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을 파면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경제계 원로로서 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에 관해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문 대통령은 전 전 원장 등을 청와대 본관에 초청해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로 상징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추진에 대한 보완 의견을 청취했다. 

더문캠 
보은인사 

이 자리에서 전 전 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나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하여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하여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주 52시간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더문캠 총괄선거대책본부장, 같은 당 박정 의원은 부본부장으로서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중 송 의원은 이낙연 체제 이후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의 ‘인천 맹주’다. 호남 출신의 인천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인 송 의원은 문재인정부 들어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체급을 키워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당선 후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박병석 국회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원과 함께 4대 열강 특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 뛰어든 일이 대표적이다. 호남 출신의 수도권 의원이 영남권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는 김해신공항의 한계를 지적하며 가덕도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10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며 “대선 공약집에 들어있지 않다는 형식적 이유로 대선공약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부산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송 의원은 부산에서 ‘가덕도신공항과 조선 산업 그리고 부산경제’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기도 했다.
 

민주당 강기정 전 의원과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각각 더문캠 종합상황실장과 부실장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윤 의원은 청와대로 직행,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았다. 그로부터 3년여 후 21대 총선에 나선 윤 의원은 서울 구로을에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이었던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 ‘여의도판 청와대 대변인’ 등으로 불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각종 현안에서 현 정부를 비호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친문 적자
인천 맹주

윤 총장 직무배제 결정을 두고 국민의힘 등 야당이 연일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자 윤 의원은 “(야당은)노무현 전 대통령이 뭐라고 말만 하면 온갖 독설을 퍼부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말을 공격하던 분들이 지금은 (문) 대통령의 침묵에 독설을 쏟아낸다. 180도 다른 주장을 철면피처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의 복심이다. 그가 문 대통령의 의중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한국 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왕 위원은 국회의장 예방에 앞서 윤 의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과 조찬 자리를 가졌다. 

강 전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정무수석은 국회·정당과 청와대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이에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 전 의원은 정무수석의 적임자로 평가됐다. 

강 전 의원은 정치적 위기에 놓여있다. ‘라임 사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강 전 의원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강 전 의원은 김 전 회장을 위증죄로 고소했다.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의 비서실장,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부실장으로 활동했다. 원조 친문과 신친문의 조화다. 두 사람은 많은 ‘정치적 교집합’을 가졌다.

임 전 부시장은 문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친문으로 분류되기 시작해 정치권에서는 그를 신친문으로 본다. 반면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2011년 정치에 참여한 이후 지난 대선 때까지 줄곧 곁을 지켜온 최측근이다.

임 전 부시장의 더문캠 합류는 양 전 비서관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비서실에서 함께 일했다. 또 다른 교집합은 ‘광흥창팀’이다. 광흥창팀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실무그룹이었다. 양 전 비서관은 광흥창팀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대선 후 광흥창팀은 청와대 1기 참모진으로 이어졌다.

잠룡 후보 오르락내리락 
‘호위무사’ 자처 세력도

정치권이 양 전 비서관의 복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권력과 거리를 두겠다”며 21대 총선 이후 잠행에 들어갔던 양 전 비서관의 등장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년 4월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민주당은 야권과 민심의 지탄을 무릅쓰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양 전 비서관은 민주연구원장을 역임하는 등 민주당에서 손꼽히는 선거 전략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전 비서관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부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선 기간 더문캠의 대변인단은 화려한 면면으로 주목받았다. MBC 보도국장 출신의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미디어본부장 겸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당 사무총장과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더문캠의 대변인이었다. 지난 2018년 6월에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는 지금의 경남도지사로 당선됐다. 친문 대권주자 중 한명인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과 관련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며 정치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대법원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김 지사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멀어질 전망이다.

고 전 아나운서는 21대 총선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으로 거듭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는 야권의 거물과 맞붙어 승리했다. 지난 4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으로부터 허위 사실 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고 전 아나운서는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 정치적 짐을 덜어냈다.

이지수 전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더문캠의 외신담당 대변인이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서울 중구·성동을 후보로 공천받는 등 정치에 뜻이 있었던 이 전 위원은 현재 대통령비서실 해외언론비서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돌아가며
BH 직행

권혁기 전 국회 부대변인은 더문캠에서도 부대변인을 맡았다. 이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실 춘추관장을 거쳐 지난 5월부터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민주당은 당시 권 전 부대변인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며 “민주당을 대표하는 공보맨이자 기획통으로 당과 청와대의 최일선에서 언론과 소통해왔다”고 그를 소개했다.

민주당 노영민 전 의원은 더문캠의 조직본부장이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주중대사를 거쳐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앞서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노 전 의원은 청와대 교체 대상자 중 1순위로 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못 말리는 수석님의 축구 사랑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에서도 축구 경기에 참여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최 수석은 최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학교에서 열린 조기축구회에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전반전 20분, 후반전 20분 등 총 40분가량 진행된 경기에서 최 수석은 직접 경기를 뛴 것으로 전해진다.

최 수석은 정치인 중 대표적인 ‘축구광’이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정무수석이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를 준수하지 않고 단체 모임에 간 사실이 크게 지적받고 있다.

앞서 최 수석은 방역 수칙을 이유로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의 면담을 거절한 바 있다. 

결국 최 수석은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죄송하다”며 “정부 기준보다 더 강력한 방역 수칙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준수하는 분들을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더 신중해야 했다”고 사과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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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