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잇츠한불의 허상

재고 쌓이고 현금 말라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잇츠한불이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현금 흐름은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통해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게 급선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 ⓒ잇츠한불

‘잇츠한불’은 1989년에 설립한 ‘한불화장품’에 뿌리를 둔 화장품 업체다. 2006년 자회사 ‘잇츠스킨’을 설립, 2015년 ‘네오팜’ 인수를 통해 종합화장품기업으로의 도약을 도모한 한불화장품은 2017년 5월 잇츠스킨과의 합병을 거치며, 잇츠한불로 재탄생했다. ‘달팽이크림’을 내세워 시장에 안착한 자회사가 모회사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내실은…

잇츠한불은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내세워, 건실한 재정을 유지해왔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총자산 5221억원 가운데 총자본이 4686억원을 차지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11.4%에 그친다. 이마저도 합병 직전년도(2016년)의 잇츠스킨 부채비율(8.6%)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 역시 798.9%로 매우 안정적이다.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낮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잇츠한불의 총차입금은 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장기차입금이 44억원이고, 나머지 302억원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

전년 동기(319억원) 대비 총차입금이 27억원가량 증가했지만,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6%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통상 차임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으로 인식한다.


다만 최근 영업 흐름이 악화일로를 걷는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합병이 이뤄진 2017년에 2457억원이던 잇츠한불의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영업이익의 감소는 한층 더 심각했다. 2017년 454억원에 달했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이듬해 200억원대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0억원을 겨우 넘기는 데 그쳤다. 이 여파로 2017년 18.5%였던 잇츠한불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3%까지 떨어지기에 이른다.

잇츠한불은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오프라인 매장 정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100개를 넘겼던 매장 수는 1년 새 60개 가까이 줄었고, 대신 온라인 등 신규 채널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졌다. 

그럼에도 수익성 악화 추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1036억원으로, 전년 동기(1513억원) 대비 3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0에도 못 미치는 7억1000만원에 머물렀다. 758억원이던 판관비를 200억원 가까이 줄였지만 어닝쇼크에 가까운 성적표를 피할 수 없었다. 

건전한 재정…구멍난 실적
불안한 현금창출력

눈여겨볼 부분은 영업 활동에서의 부진한 성과가 잇츠한불의 현금 창출력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잇츠한불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6억원으로, 전년 동기(125억원) 대비 1/5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3분기까지 74억원이던 누적 순이익이 1년 새 순손실 32억원으로 돌아선 영향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계산하는 잣대로 사용된다.


잇츠한불 측은 예상치 못한 외부의 악조건이 실적 악화와 현금창출락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입장이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의 확산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면세점 채널의 매출이 감소해 전체 실적이 악화됐다”며 “지난해부터 효율적인 비용 관리로 판관비를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채권 역시 현금창출력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196억원이던 매출채권은 올해 2분기에 138억원으로 감소했지만, 3분기에는 155억원으로 다시 확대된 상황이다. 
 

▲ 이주형 잇츠한불 대표 ⓒ잇츠한불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매출채권은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매출채권회전율은 하락이 예상된다. 2017년 8.45였던 매출채권회전율은 지난해 10.4로 올랐지만, 다시 1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출채권회전율이 낮게 되면 매출채권의 회수기간이 길어지므로, 그에 따른 대손발생의 위험 증가 및 수익 감소의 원인이 된다.

재고자산도 골칫거리다. 2014년 110억원 수준이던 잇츠스킨의 재고자산은 법인 통합이 이뤄진 2017년 이후 꾸준히 300억원 이상을 기록 중이고, 올해 3분기 기준 재고자산은 311억원이다. 

300억원대 이상의 재고자산은 ‘재고자산회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상태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연간매출액을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상품의 회전 속도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상품의 생산과 판매가 빠르게 이뤄진다고 이해되기 때문에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방안으로 쓰인다. 

곳곳 헛점

2017년 7.26을 나타낸 잇츠한불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018년 5.30, 지난해 5.95로 집계됐다. 남은 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는 연말 기준 재고자산회전율이 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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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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