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아픈 손가락’ 계륵 신세 네파, 왜?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MBK파트너스의 아픈 손가락인 네파가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체된 실적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최대한 빨리 인수자를 찾아야 하지만, 하향세에 접어든 업황을 감안하면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 네파 구스코트 ⓒ네파

2005년 설립된 MBK파트너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투자펀드사로 분류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덩치를 자랑하고, 자산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긴다. MBK라는 회사명은 창립자 김병주 회장의 이름(Michael Byungju Kim)에서 따온 것이다.

꺾여버린 기대

MBK파트너스는 기업을 인수해 5년 내 시장 가치를 높여 이익을 내고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실현해왔다. 연간 10~20%대 수익률을 내고 있으며, 주로 내실이 탄탄하고 현금 흐름이 원활한 내수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삼는다.

물론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모든 회사가 수익을 창출한 건 아니다. 몇몇 회사는 엑시트 시기를 잡지 못한 채 투자금 회수가 기약 없이 밀리기도 했다. 국내 수위권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대표적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국내 의류기업인 독립문으로부터 네파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티비홀딩스가 48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고, MBK파트너스가 만든 펀드에서 나머지 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1조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에 대한 우려가 제법 나왔지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MBK파트너스의 네파 인수를 합리적인 투자 정도로 바라봤다. 네파가 아웃도어 유행을 등에 업고 매년 가파른 실적 우상향을 나타내던 브랜드였기에 가능한 평가였다.

그러나 최근 네파의 행보는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의 기대치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 아웃도어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실적 뒷걸음질이 거듭되는 양상이다.

네파의 영업이익은 2014년 1182억원을 정점으로 급감하더니, 2016년에는 385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채권단과 맺었던 재무약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환위기에 몰리기까지 했다.

황금알 낳는 오리인 줄 알았더니…
7년째 소득 없이 ‘돈 먹는 하마’

상환위기를 무사히 넘긴 이후에도 사정은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2016년에는 10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5410억원까지 쌓아놓았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돌려 결손금을 채워야 했다.

2017년에는 영업이익이 329억원까지 줄면서 327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최근 다소 호전된 실적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한창때 수준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 ⓒmbk파트너스

네파는 지난해 매출 3270억원, 영업이익 4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4703억원, 영업이익 1182억원을 냈던 2013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5%, 76.1% 감소한 상황이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의류 소비 감소, 브랜드 난립에 따른 경쟁 심화로 당분간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네파의 예상치 못한 실적 정체는 MBK파트너스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골든 타이밍’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게 했다. 네파는 MBK의 2호 펀드 중 유일하게 엑시트하지 못한 포트폴리오로 남아 있다. 인수한 기업을 5년 내 재매각하는 일반적인 사모펀드투자회사의 경영 방침을 감안하면, 네파 인수는 MBK파트너스의 투자 실패 사례나 마찬가지다.

올해 초 상환 압박을 일부 해소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점이다. 지난 4월 MBK파트너스는 만기 예정이던 네파의 약 1000억원 규모 RCPS 상환일을 3년 후인 2023년 4월로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인수 금융에 대한 리파이낸싱도 이뤄지면서 상환일이 2023년 4월로 조정됐다. 

출구는 언제쯤

남은 건 3년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네파의 새 주인을 찾는 일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물산, LF 등 패션 대기업도 아웃도어 시장에서 철수할 만큼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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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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