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황령산 혀 절단 설왕설래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0.11.09 11:08:33
  • 호수 12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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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잘려도 모자랄 판에…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주는 ‘황령산 혀 절단’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 ⓒpixabay

성추행하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여성에 대해 경찰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남성의 혀를 절단해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고소당한 여성 A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합의?

사건은 이른바 ‘황령산 혀 절단’사건으로 지난 7월19일 발생했다. 이날 부산 남구 황령산 산길에 주차된 차량 내에서 여대생 A씨가 남성 B씨의 혀를 깨물어 혀끝 3㎝가량이 절단됐다.

당시 여행 차 부산을 찾은 A씨는 술에 취해 숙소를 찾아가지 못하고 서면의 한 골목 길가에 앉아 졸고 있었다. 이때 B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고, 잠시 후 차량에 A씨를 태웠다.

이후 B씨는 A씨를 데리고 숙소 방향과 정반대인 부산 남구에 있는 황령산 등산로 쪽으로 갔다. A씨는 황령산 등산로에 차를 세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혀를 깨물었다. 


B씨는 합의에 의한 행위였다며 A씨를 인근 지구대로 데려가 중상해로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B씨가 강제추행을 하려 했다며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B씨는 곧바로 중상해 사건으로 고소했다. A씨는 지난 8월 B씨를 강간치상으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B씨의 강제추행 사실을 확인했고, A씨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결과 A씨가 B씨의 혀를 절단한 건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선 과잉방위에 해당하긴 하지만, 형법 제21조3항에 따라 면책되는 행위란 판단을 내렸다.

강제추행 남성 혀 깨물어 3㎝ 절단
중상해 고소…강간치상으로 맞고소

형법 21조3항은 ‘방어 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도, 그 행위가 야간에 발생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발생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를 ‘면책적 과잉방위’라고 부른다.

경찰은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A씨의 행위는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돼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B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방귀뀐 놈이 성낸다고…’<reff****> ‘산으로는 왜 간 건데?’<done****> ‘당연한 건데… 일반 폭행에서는 왜 정당방위 인정을 안 함? 범죄자 인권보호?’<eung****> ‘혀만 잘린 걸 다행으로 알아라’<bbok****> ‘범죄 저질러 놓고 지가 다쳤다고 고소하는 건 뭔 양심이냐?’<wnah****>


‘쌍방폭행으로 처리 안 된 게 다행입니다’<halo****> ‘정당방위 기준을 미국으로 완화하자. 적어도 공격자로부터 방어하는 게 왜 처벌 대상이야. 도둑질하다가 때려잡으면 왜 폭력이야? 멱살 잡고 친 사람 방어하면 왜 쌍방이야?’<obba****> ‘얼마나 무서웠을까’<45kg****>

‘상식적으로 생각해야지∼ 누가 협의하에 하는데 혀가 잘릴 정도로 깨물겠냐?’<yuki****> ‘술을 먹고 골목에서 자다니… 세상이 험합니다. 고양이 앞에 생선 준 꼴이에요’<piar****> ‘과잉방어라는 거 자체를 없애야 한다. 당할 뻔했는데 무슨 과잉방어?’<june****>

“처벌 대상 아니다”
경찰 정당방위 결론

‘남자든 여자든 성범죄자들에게 강력한 처벌 내려주세요’<sala****> ‘어떻게든 자신을 방어해야죠. 당하고 신고하면 뭐하겠어요?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릴 텐데요’<herb****>

‘과잉방어가 아니라 정당방위로 봐도 무방하다. 술에 취한 30대 남성의 성폭력에 여성이 방어하기 위해 혀를 깨문 건 지극히 자신을 방어하기 위함이라 봐야 한다. 그나저나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남성에 대한 형벌이 너무 가벼운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네. 혀가 잘린 원인 제공은 남성이 한 것이고, 성폭행을 하려 한 것은 범죄 사실이 아닌가?’<drak****>

‘폭력에 저항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용기와 힘에 존경을 표합니다’<scho****> ‘같은 남자로서 정말 창피합니다. 인간이라면 욕망을 억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면 짐승이죠’<gudx****>

강제?

‘정당방위를 피해자의 행위에 초점을 두니까 황당한 판결이 나오지. 가해자의 행위에서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본인의 기본권도 포기했다는 전제로 판결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해 맹수들은 사냥을 할 때 자신 또한 죽을 거란 걸 알고 사냥을 한다. 범죄자도 마찬가지. 상대의 기본권을 해치는 행위는 자신도 그에 맞는 처벌을 각오하고 하는 거란 걸 안다면 간단한 거 아닌가?’<phil****>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964년 혀 절단 사건 재심은?

부산에선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대 여성이 56년 만인 지난 5월 재심을 청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18세이던 1964년 5월, 해당 여성은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A(당시 21세)씨의 혀를 깨물어 1.5㎝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여성은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고, A씨에겐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로 여성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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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