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후반에 일이다. 그해 8월 장충체육관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투표로 출범한 전두환 정권은 정치 해금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신군부가 참여한 중앙정보부 주도하에 다당제를 목표로 정치판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유치송과 신상우 체제로 민주한국당(이하 민한당)이, 김종철과 이만섭이 이끄는 한국국민당(이하 국민당)이 등장했다.
지면 관계상 창당 과정에 신군부 세력이 실행했던 공작들에 대해 상세하게 나열할 수 없으나, 당시 정당들은 관제 정당이었었음을 밝힌다.
심지어 새로 판을 짜고 실시됐던 제1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 민주정의당(민정당) 사무총장인 권정달은 “이제는 여당과 야당이 없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형성하는 시점”이라고 공표할 정도였다.
결국 시간이 흐름으로 인해 관제 야당이었던 두 정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민한당은 김영삼과 김대중이 이끄는 신한민주당(신민당)에, 한국국민당은 김종필 주도로 창당되는 신민주공화당으로 흡수 통합된다.
그런데 이 시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살피면, 혹시나 관제 야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어나곤 한다. 물론 과거 존재했던 정당들처럼 실제로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하는 행태가 그와 유사하다는 말이다.
필자가 살필 때 현 상태는 국민의힘에게 그 어느 때보다 호기다. 10년 주기를 거스르고 차기에, 즉 5년 만에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필자가 <일요시사>를 통해 누차에 언급했던 문재인 정권의 실정 때문에 그렇다.
문 정권은 한마디로 ‘걸면 걸리게 돼있다’고 언급해도 될 정도로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그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문정권을 살려주고 있는 형국을 취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달 말 <일요시사>에 게재했던 ‘추미애 아들 과거 의혹이 국정이냐!’라는 글에서도 밝혔듯, 추 장관 아들의 과거 군 복무 중 발생했던 특혜 의혹은 대정부질문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대정부질문 기간 내내 이를 물고 늘어졌다. 물론 여타에 사안도 거론했으나, 그를 제외한 다른 사안들은 현재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사안이 발생했다.
최근 국정감사 현장서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더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외유 문제가 도마에 오른 일에 대해서다.
언론 보도를 살피면 강 장관의 남편이 요트를 구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는데 국정감사장서 그를 정식으로 문제삼았다.
이를 살피면 국민의힘이 정당인지, 국정감사가 무엇인지 초차도 모르고 있어 보인다.
단지 정부를 상대로 질문하는 대정부질문과는 달리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감독권까지 지닌 일종에 특권이다. 비교하면 학생들의 숙제를 검사하는 교사의 위치에 서는 격이다.
아울러 국정감사는 반드시 현 정권과 연계시켜야 하고, 궁극으로는 문정권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맥락서 살피면 추 장관의 아들과 강 장관 남편의 외유 문제는 개인사로, 국정감사장에서는 절대 거론돼선 안 될 사안이다.
이는 결국 국민의힘의 전략부재, 즉 무능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차라리 함구하고 그냥 지켜보느니만 못하다. 결국 국민의힘은 무능하지 짝이 없는 문정권을 도와주는 격이니 관제 야당이라 칭하지 않을 수 없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