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 골퍼 부친 사기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28 10:20:05
  • 호수 1290호
  • 댓글 0개

“딸이 프로 데뷔하면 갚을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내서 골프선수 한 명을 키우는 데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돈이 많이 들어가서였을까. 한 골프 대디는 딸을 우승 선수로 키우기 위해 무리해서 거액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딸이 골프대회서 우승하고 홍보모델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와 법정 공방을 치르고 있다. 
 

▲ ⓒpixabay

A(여)씨는 골프선수 딸을 둔 B씨가 거액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A씨와 B씨가 처음 연을 맺은 건 20여년 전이다. A씨는 술자리서 지인의 소개로 B씨를 처음 만났다. A씨는 “처음 본 B씨의 이미지는 굉장히 젠틀하고 스마트했다. 말도 적었을뿐 아니라 배려심이 있어 보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에도 A씨는 B씨와 가끔씩 연락만 주고받았을 뿐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지인 소개

이후 B씨는 A씨에게 연락해 같이 동업할 것을 제의했다. B씨의 사업은 유흥주점이었으며 A씨에게 돈을 투자하고 같이 운영했다. 그러나 A씨는 1년 넘게 유지하던 동업을 그만뒀다. B씨와 연이 끊긴 A씨는 결혼도 하며 평범한 주부의 삶을 보냈다.

2006년 1월경 지인들을 통해 B씨의 소식을 듣게 된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카페서 만났다. A씨는 “사업 잘되느냐”라며 근황을 묻는다. 이 때 B씨는 저축은행 이자를 언급하면서 “(사업을 키우는 데) 여유자금을 빌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결국 A씨는 B씨에게 5억원씩 2번, 2억5000만원 1번 등 총 3회에 걸쳐 12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A씨는 “B씨가 이자를 싸게 해달라고 했던 만큼 공증서류와 함께 담보를 요구했다. B씨의 사업이 잘되는지 면전에 대고 물어보지 않고 뒷조사를 하는 업체를 통해 알아봤다”며 “당시에 유흥주점 2곳, 옷가게 1곳 등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유흥주점서 매달 1000만원서 1억원 정도 사이의 수익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한 건 아니겠지만 어림 잡아도 그 수익금 액수를 듣고 나서 믿고 빌려줬다”고 말했다.

금전소비대차계약공정증서에는 ▲2009년 3월20일에 12억50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이자는 매월 10일에 연 12%의 비율로 지급한다 ▲채무 변제 장소는 채권자의 주소지로 한다 등 7개의 항목이 표기됐다. 

B씨는 다음달인 2월부터 채무 금액에 대한 이자를 송금했다. B씨는 A씨에게 2006년 2월7일 800만원, 4월20일 900만원, 6월29일 600만원 등 꾸준히 이자를 갚아왔다. 2008년 12월19일에 500만원을 마지막으로 송금했다. 

A씨는 “2살짜리 아들이 뇌수막염으로 골수체취를 하고 있었고, 어머니도 몸이 좋지 않아 돈이 많이 들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신이 없었을 때 B씨에게 연락이 와서 ‘(B시의 채무에 대한) 담보를 풀어주면 8억을 일시불로 갚고, 나머지는 골프선수로 키우는 딸이 프로 데뷔를 하면 스폰서를 받아 갚는다’고 했다. ‘전도유망한 골프선수니 알아보면 된다’는 말을 믿고 인감과 인감증명을 내주자 사인한 뒤 이후 B씨는 고의적으로 피신하고 잠적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담보 풀어주자마자 잠수 
SNS 명예훼손 법적 공방

이어 “수소문 해서 알아 보니 이미 B씨는 파산한 뒤였다. 나 말고도 다른 피해자들이 엄청 많아서 돈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는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경제적 어려움을 느낀 A씨는 각종 채무로 인해 이혼, 자택 압류, 신용불량, 파산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했다. 지옥같은 삶을 버텨내며 연락을 시도했지만 B씨는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의 딸인 C씨가 골프대회서 두각을 나타내는 걸 알게 된다. 우승을 통해 상금과 함께 모회사 홍보모델로 발탁되기도 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도 보도를 통해 접하게 됐다.  
 

A씨는 “기사를 통해 C씨의 활약상을 봤다. 인터뷰서 가족끼리 외국으로 여행 간다고 했을 때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며 “받은 상금만 해도 10억원이 넘는 걸로 아는데 돈을 왜 안 갚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1년 간 연락이 되지 않았던 B씨는 갑자기 연락 와서 돈을 갚겠다고 하더니 C씨 이름으로 200만원 2번 송금됐다. 그 이후로 또 잠적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억울한 나머지 지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그 지인은 A씨의 허락 없이 SNS에 위 사실을 게시하고 B씨에게 문자로 욕을 한 것. 이후 B씨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A씨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 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유예를 받았다. 검찰은 B씨가 인터넷에 게시된 글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묵묵부답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A씨에게 12억5000만원 및 이에 대해 2008년 9월10일부터 같은 해 10월10일까지는 연 12%,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한다. <일요시사>는 B씨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