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 아파트'의 불편한 진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24 11: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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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지 아닌지 일단 한 번 살아봐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동전의 양면'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불행한 사람이 있고, 만족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만족하는 사람이 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이른바 '워터파크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각종 물놀이 공간 조성으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일부 입주민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요시사>가 워터파크 아파트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봤다.

 

경기도 광명의 첫 '워터파크 아파트'인 '광명e편한세상센트레빌'은 현재 워터파크에 따른 몇 가지 문제점으로 주민 간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2010년 1월 입주가 시작된 총 2815세대의 최신형 아파트다. 아파트 시공사인 대림건설과 동부건설은 201동, 202동, 203동, 204동, 206동 사이 공간에 물놀이장을 도입했다.

수영장 갖춘 아파트

'물첨벙놀이터'라는 이름의 이 물놀이장은 매년 여름 방학시즌에 맞춰 매일 12시부터 5시까지 워터파크로 사용된다. 무더운 여름, 집 가까이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대형 놀이공원이 부럽지 않겠지만 일부 입주민들은 심각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소음이다. 놀이터라는 좁은 공간을 활용하다보니 놀이터를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와 불과 1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소음이 빠져나갈 만한 공간도 여의치 않다.


놀이터와 가장 가까운 204동의 한 입주민은 "평일은 그렇다 쳐도 주말만큼은 휴식환경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매주 주말마다 마치 시끄러운 유원지에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호프집을 운영한다는 한 주민은 "나처럼 밤에 일하고 낮에 쉬는 사람들은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도대체 이곳이 거주지역인지 유흥지대인지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소음만 있는 게 아니었다. 높은 습도도 문제였다. 지난 14일 취재기자가 직접 찾은 이 놀이터 주변은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마치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냄새가 심해져 제습기를 구매한 집도 여럿이었다.

입소문을 들은 타지역 사람들도 종종 찾아오는 통에 아파트 주변 교통문제도 심각하다. 등록이 되지 않은 차량도 아파트 출입이 가능해 주차공간이 부족해진 입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아파트 주변 도로 불법 주차로 아이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시끄럽고 눅눅하고 위험하다" 문제 산더미
아파트단지 내 물놀이 시설 득인가? 실인가?

관리비 상승도 문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하루 평균 소모되는 물은 15톤, 수도요금은 약 4만원에 이른다. 물을 보관하고 공급하는 데 드는 전기요금은 수도요금보다 더 비싸다. 아파트 2815세대가 공동부담하기 때문에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입주 후 놀이터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는 일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찝찝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물놀이 시설을 찬성하는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의견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를 찾은 주부 신모씨는 "물놀이시설 때문에 아파트에 입주했다"며 "내가 사는 동도 소음에 시달리지만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는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신씨는 "시공 당시부터 설계도상에 버젓이 있던 시설을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소음이 싫다면 산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파트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돼 물놀이시설을 계속 가동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을 먹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폐쇄나 이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포함한 공청회를 내달 내로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단지 내 물놀이 시설을 갖추고 있는 다른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해 10월 입주가 시작된 경기 수원 '권선자이e편한세상'에서도 소음문제 때문에 주민 간 마찰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개장한 직후 문제가 발생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주민 간의 극명한 찬반 대립으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다가 조합과 시공사에 방음시설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입주한 GS건설의 반포자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물놀이 시설을 갖춘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분양에 들어간 '광주 유니버시아드 힐스테이트'는 단지 내 실내수영장을 조성할 예정이며 포스코건설이 이달 분양하는 '송도 더샵 그린워크3차'에는 야외 어린이 풀장이 조성된다. SK건설이 오는 10월 분양하는 '신동탄 SK뷰파크'는 해수풀 시설을 갖췄으며 중흥건설의 '광주 첨단 2지구 중흥 S-클래스'도 테마형 물놀이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건설사 사후관리 중요

이 같은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주택시장 상황이 안 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트렌드 자체가 투자 목적에서 실수요 쪽으로 이동하면서 건설사들이 실수요자를 잡기 위한 상품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하지만 워터파크 아파트에 대한 문제점들이 속속들이 나오는 상황을 미뤄볼 때 분양 후 건설사들의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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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