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선 현대BS&C 대표 광고대행업 진출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0: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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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3세들 '밥그릇' 싸움 벌이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정대선 현대BS&C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자회사인 현대BS&I를 통해 광고대행업에 뛰어든 것.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날카롭다. 안 그래도 대기업의 광고대행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기반의 또 다른 광고회사가 발을 들여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 중 하나인 이노션과의 관계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이서현 부사장이 이끄는 제일기획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 고문이 이끄는 이노션이 사실상 국내 광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기반의 또 다른 광고회사가 발을 들여놨다.

자칫하다 '집안싸움'

그런데 모양새가 좀 이상하다. 현대가 3세인 정대선 현대BS&C 대표가 광고대행업에 진출한 것. 정대선 대표는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사촌동생이다. 자칫하다가는 집안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대BS&C에서 분사해 설립된 현대BS&I는 올해 초 광고·디자인사업부를 신설하고 사업진출을 위한 전문인력 확보 등 광고대행업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기획,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등 광고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정확한 영입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정이 어려운 몇몇 중소 광고대행사가 팀단위로 현대BS&I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BS&I 측에 따르면 광고·디자인사업부 인원은 약 10명이다.


현대BS&I 관계자는 "올 초부터 광고대행과 관련된 사업부를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등 사업을 준비해 왔다"면서 "사업진출에 대한 준비가 마무리되어 대외 영역에 대한 본격적인 광고영업에 나선 상태"라고 밝혔다.

현대BS&C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ERP(SAP), IT 아웃소싱, 시스템 통합(SI), 유비쿼터스 관련 기술 등을 연구개발해 공급하는 IT서비스업체로 지난 1995년 설립된 유씨테크가 모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셋째아들인 정 대표는 미국 버클리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서 친형인 정일선 사장이 경영하는 현대비앤지스틸에 근무했다. 이후 2008년 유씨테크(현 현대BS&C)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관련업계 날카로운 시선…중소 광고대행사 죽어나간다
현대BS&I "틈새시장 공략일 뿐, 아직 속단은 이르다"

2009년 3월 지금의 현대BS&C로 사명을 바꾼 정 대표는 2010년 4월 현대정보시스템, 지난해 11월 조선 IT 기자재 및 항해·통신 분야 전문업체인 이마린로직스(현 현대이마린)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현대BS&C는 현대종합상사, 현대자동차,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중공업 등의 각종 IT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해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BS&I는 현대BS&C의 CAD.PLM·복합기 운영 부문이 분사해 지난 2010년 설립된 회사로 현대BS&C 출신의 김세규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 대표는 현대BS&I의 사내이사다.


정 대표의 부인은 전 KBS 아나운서인 노현정씨인데 노씨는 현대BS&C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정 대표의 광고대행업 진출에 대한 가장 큰 논란은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과의 관계구도다. 국내 광고시장은 매출의 대부분을 계열사로부터 얻는 인하우스에이전시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노션은 현대자동차 1011억원, 기아자동차 428억원, 기타 계열사 3787억원 등 매출을 자사 계열사들로부터 얻었다. 이는 총 매출 6941억원의 75%에 달한다. 정 대표의 광고대행업 진출이 현대가 내부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또 다른 국내 대형 광고사인 제일기획과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노션의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다.

업계도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안 그래도 대기업의 광고대행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범현대가 지원을 받는 또 다른 광고회사가 발을 들여놓아 중소 광고대행사들의 설자리가 더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사업영역 다르다"

하지만 현대BS&I 관계자는 이노션과의 관계에 대해 "(현대BS&I 광고·미디어 사업부는) 대외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현대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이노션 측과의 협의도 끝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광고시장 장악에 대해 이 관계자는 "현대BS&I는 디지털사이니지·온라인광고&미디어랩·건설분양광고 등에 특화한 광고사업을 진행한다"면서 "이는 기존 광고대행사가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에 사업분야가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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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