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의 '이유 있는 추락'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0: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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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코스트 킬러' 회생 성공하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팔만한 차'가 없었고 그에 따라 지난해에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당분간 나아질 가능성도 없다. 매각설과 한국 철수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한 르노삼성차 얘기다. 당연 노조는 사측의 희망퇴직 방침에 반발하며 구조조정 중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10일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00년 회사 출범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희망퇴직 신청은 내달 7일까지 받으며, 생산직 3000여 명, 사무직 1500여 명, 연구·개발(R&D) 부문에 1000여 명 등 5500여 명의 직원 중 연구·개발과 디자인 부문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팔 만한 차 없다

사측은 희망퇴직자에게 퇴직금과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분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이직을 위한 전문 상담도 실시할 예정이다. 자녀 1인당 최대 500만원대의 학자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2000년 르노그룹에서 퇴출 위기의 삼성자동차를 인수해 출범한 르노삼성차는 품질경쟁력을 앞세워 한때 판매 기준 국내 2위의 자동차 회사로 부상하는 등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수출과 내수판매가 급감하면서 르노삼성차의 위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발표한 SUV 'QM5'와 준대형 세단 신형 'SM7'이 고전하면서 결국 지난해 29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악재가 끊이지 않차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말 자동차 업체로서는 유례없는 장기간 휴업에 들어가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부진은 올해도 이어졌다. 1월부터 7월까지 내수가 43%, 수출이 26.6%로 줄어들었다. 현금보유 규모도 2011년 초 5184억원에서 지난해 말 150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업체 중 내수판매 '꼴찌'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 역시 사상 최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르노그룹에서 르노삼성차를 매각하거나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등 악성 루머까지 나돌면서 회사 안팎의 위기상황은 이어졌다.

사정이 이렇자 르노닛산그룹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지난달 한국을 직접 방문, 2014년부터 닛산의 신형 SUV '로그'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한다는 경영 개선 방침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 1억6000만달러(약 1700억원)을 투자하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인 부품 국산화비율도 내년까지 80% 끌어올리기로 했다.

곤 회장은 꾸준히 제기돼온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 "현재로선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며 "그럴 생각이었으면 이번 투자(닛산 로그 차량 위탁생산 및 1700억원 투자)를 결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영악화 르노삼성, 결국 '희망퇴직' 카드 꺼냈다
노조, 구조조정 반대 첫 부분 파업, 갈등 본격화

하지만 곤 회장의 이력은 르노삼성차가 구조조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곤 회장은 지난 1999년 닛산 최고업무책임자로 재직 당시 수억엔이 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2만명의 인원을 감축하고 5개의 공장을 폐쇄한 전력이 있다. 이런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곤 회장은 '코스트 킬러(cost-killer)' 또는 '코스트 커터(cost-cutter)'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에 앞선 6월27일에는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이 "최근 르노삼성차의 부진은 디자인 때문이다"며 "곧 외관을 바꾼 SM시리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소형 SUV를 출시해 곧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해결책들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르노삼성차의 공장 가동률을 장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이지만 당장 시급한 내수부진과 적자해소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 르노삼성차가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희망퇴직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최근의 국내외 어려운 경영환경으로 인해 더 이상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미래의 재도약을 위한 내부적인 자구책으로 직원 의사를 반영한 인력재조정 작업 중 하나인 희망퇴직을 통해 간결하고도 강한 조직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노조 설립 이후 첫 파업에 나서는 등 강경한 모습이다. 전국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는 지난 13일 부산공장에서 오후 2시45분에서 4시45분까지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오후 3시에는 주간파업 조합원과 야간 출근 조합원이 모여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도 가졌다.

이날 파업으로 SM3, SM5, SM7 등 모두 5개 차종을 만드는 부산공장의 단일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컨베이어로 돌아가는 생산라인의 특성상 일부 생산공정이 빠지면 조립자체가 불가능해 파업 비참여자도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구조조정 없다더니"

노조 측은 "사측이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발표했다"며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려는 근로자가 많지 않아 사측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이 조합원의 대규모 정리해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이 지난달 방한해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는데 한 달 만에 결정을 뒤엎었다"며 "회사가 생산물량을 확보해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희망퇴직을 철회할 때까지 파업을 비롯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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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