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또 다른 금메달' 사냥 나선 기업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15 09: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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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마케팅'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런던올림픽 때문에 난리다. 한국선수단은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를 일찌감치 돌파했고 연이은 승전보로 대회기간 동안 국민들을 즐겁게 하고 무사귀환했다. 런던에서 벌어졌던 '총성 없는 전쟁'은 국내 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에도 불을 지폈다. 대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대거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선수들에 대한 각 기업의 메달포상금도 연일 '억'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선수가 평생 먹을 라면을 제공하겠디는 기업도 생겨났고 아예 아파트 한 채를 주겠다고 약속을 한 기업도 있었다.

지난 8일 새벽 5시30분께 한국-브라질 4강전이 끝난 뒤 아파트 주차장이나 주택가 골목에는 담배를 꺼내 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날 시청률은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4.2%의 높은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아쉬움은 컸다.

축구·사격으로
활짝 웃은 KT

2001년부터 연간 34억원을 지원하면서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하고 있는 KT도 아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KT는 큰 아쉬움만큼이나 큰 홍보효과를 보고 있다. KT가 추산한 4강 진출에 따른 홍보효과는 약 2000억원. 지상파 방송뉴스 시간대 광고비를 15초당 1000만원으로 계산하면 대표팀 관련 뉴스가 2분만 나와도 약 1억원의 간접광고효과를 얻게 된다. 선수들의 경기복에는 KT로고가 들어가지 못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입는 평상복과 연습복에는 로고가 박혀있다. 이 로고는 선수들의 연습장면이나 기자회견장면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KT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국내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파트너를 맡아 5조원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T는 사격에서도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2관왕을 달성한 진종오 선수는 KT직원이다. 진종오는 지난달 28일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과 지난 5일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승에서 2관왕에 올랐다. 진종오는 한국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뒤 "그동안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이석채 KT 회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이제는 회장님 얼굴을 떳떳이 뵐 수 있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남자 50m 권총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도 그는 KT에 대한 고마움을 전달했다.


이 회장도 진종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올림픽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한국선수 사상 첫 여름 올림픽 개인 종목 2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장하고 대단하다. 대한민국 선수단 금메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축하메시지를 전달했다.

역풍 맞은 '농심' 라면 평생 무상제공이 뭔 말?
구본무 LG그룹 회장 양학선 선수에 5억 쾌척

사격 덕분에 브랜드 가치 상승의 호재를 맞은 기업은 또 있다.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아 전폭적인 지지를 해오고 있는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사격연맹 창설 이후 기업이 주최하는 최초의 사격대회인 '한화회장배 전국하계대회'를 개최해 국내 사격선수들의 실력향상과 유망주 발굴에 기여해오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한화회장배 사격대회는 국내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전 종목 전 부별로 종이표적이 아닌 전자표적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쌓은 경험은 국제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사격대표팀에게 통 큰 포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의 올림픽 마케팅은 '국내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SNS 마케팅 프로젝트 '골드러시'가 대표적이다. 고객의 참가 접점을 넓히고 재미를 곁들인 기법으로 폭염에도 120만명 이상을 끌어들이면서 전자나 광고업계에 성공사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광고모델로 선정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자사 제품의 이미지와 맞는 선수를 선정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분야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를 통해 마라톤, 경보 등 육상을 지원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삼성전기는 배드민턴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회사 차원의 지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부터 부인 홍라희 여사,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일가족이 총출동해 열렬한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종목에서 후원 효과를 누린 기업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2008년 최태원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부임하면서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왔다. 지난해 434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 첫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건립했고 올 1월에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던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을 그룹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가 인수해 재창단하기도 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준결승 진출로 이에 화답했다.

앞서 최 회장은 올림픽 개막 전 한국선수단 전체의 선전을 기원하며 임직원들과 함께 격려금 2억원을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최 회장과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핸드볼 대표팀에 메달을 딸 경우 추가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억' 소리 나는
격려금·포상금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대한펜싱협회장을 맡아 우수선수 발굴과 선수들의 기량향상 지원, 국제대회 유치 등 다양한 후원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여자개인 사브르에서 김지연이 금메달을 땄으며, 여자단체 에페에서 은메달을, 여자단체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땄다. 남자개인 플뢰레와 에페에서도 각각 동메달을 땄으며 남자단체 사브르에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SK텔레콤은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마린보이' 박태환도 2007년부터 'SK 박태환 전담팀'을 통해 후원해 왔다. 

스마트TV 광고에서 런던올림픽 단어를 사용했다가 제약으로 해당 단어를 삭제하는 등 올림픽 마케팅을 거의 하지 못한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통 큰 격려금 쾌척으로 설움을 한방에 씻어냈다.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에게 5억원을 전달하기로 한 것.

구 회장은 양학선이 가진 불굴의 의지와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심에 감동받았다고 전했고 한국 체조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기량 향상과 기술연마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훈훈한 뉴스다" "LG의 기업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등 호평이 이어지면서 LG로서는 올림픽 막바지에 금메달을 딴 셈이 됐다.

대한체조협회 회장인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이미 양 선수에게 1억원의 포상금을 약속했으며 SM그룹도 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 가로 20m, 세로 10m 규모의 옥외광고판을 설치해 전 세계 스포츠팬의 관심을 집중시킨 현대차그룹도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써왔다.

현대차는 '양궁사랑'으로 유명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했고 정 회장이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 양궁발전에 이바지했다.


현대모비스는 레이저를 활용한 연습용 활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고, 정 회장은 사비를 털어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를 구매해 양궁협회에 보내기도 했다.

휠라, 선수단복으로
매출 20% 신장

특히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하자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준 일화는 유명하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한국 양궁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여자단체전을 비롯, 남자와 여자 개인전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는 등 3종목을 석권했고 남자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궁사들은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정 부회장이 있는 관계자석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양궁대표선수들에게 6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던 정 부회장은 이번 올림픽 역시 대표팀에게 적잖은 포상을 할 예정이다.

양궁 덕분에 '착한기업'으로 떠오르는 인터넷 쇼핑몰도 화제가 되고 있다. 런던올림픽 양궁 경기에 출전한 국내 선수들과 외국선수들이 귀여운 캐릭터 그림과 함께 '바가지머리'라는 한글이 적힌 가슴보호대를 착용한 모습이 연일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부터다. 바가지머리 가슴보호대는 한국 뿐 아니라 덴마크,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선수들도 착용해 단숨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가슴보호대는 한국의 의류업체 바가지머리가 2009년 울산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무상으로 지급한 것. 바가지머리는 2009년 당시 티셔츠와 가슴보호대를 선수들에게 지원했고 외국 선수들이 해당 보호대가 마음에 들어 이번 올림픽에도 착용하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이 입고 있는 시상복, 트레이닝복, 신발, 모자, 가방 등을 총괄 제작한 휠라도 20% 가까이 매출이 늘어나는 등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휠라는 단복 시연회 당시 우수한 품질에 태극·단청 등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여 국가대표 선수들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미국 주간지 <타임>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단 단복이 '베스트 유니폼'으로 뽑히기도 했다.

삼성·현대차·SK·한화·KT '메달' 뒤엔 이들이
런던올림픽에서 대박 난 기업들 연신 '함박웃음'

휠라 관계자는 "의류업계가 전반적으로 비수기지만 휠라는 올림픽 개막 이전보다 20%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며 "한국선수단의 선전에 힘입어 브랜드 홍보효과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휠라는 또 "금메달을 딴 한국선수가 시상식 때 입어 '금메달 점퍼'로 불리는 시상복의 경우 일부 사이즈가 동나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정판으로 내놓은 국가대표 선수단복이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업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단 단복에 대한 문의가 늘자 휠라는 '금메달 점퍼'나 트레이닝복을 20벌 이상 단체 주문할 경우 특별 제작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처럼 올림픽 마케팅에 나선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 향상이나 기업 이미지 상승 등 호재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의도와는 다르게 악재를 맞고 있는 기업도 있다. 양학선 선수에게 평생 먹을 라면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농심이다.

사연은 이렇다. 양 선수 어머니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 (집에) 오면 뭘 제일 빨리 먹고 싶을까? 라면? 너구리라면? 너구리라면 말고 칠면조 고기로 맛있게 요리해줄게"라는 말을 했다.

이 장면을 본 농심 측은 양 선수의 집에 전화를 걸어 "너구리라면을 평생 무상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인터넷에 '양학선네 집으로 너구리 배달완료'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사진에는 양 선수의 어머니가 농심 측으로부터 너구리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농심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800원짜리 너구리를 하루에 한 봉지씩 먹는다고 가정해도 1년에 29만원, 차라리 CF를 줘라" "금메달을 딴 선수 이름을 빌려 라면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 "목적이 훤히 보이는 명백한 생색내기" 등의 반응에 농심은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농심 측은 "양 선수 부모님께 평생 동안 농심라면을 제공한다는 제의를 한 것은 맞지만 제의에 대한 확답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농심의 생색내기
누리꾼 '뿔났다'

20여 가구가 사는 전북 고창군 남동마을에 양 선수 금메달 획득 기념 마을잔치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을 이장님께 떡 2말, 라면 100박스, 음료 등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너구리의 경우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200여 종의 라면 가운데 판매 순위 상위권을 다투고 있어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 없다"고 마케팅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양 선수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농심이 마을잔치에 라면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 "굳이 마케팅이 아니라고 부인할 것도 없다"는 등 곱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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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