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또 다른 금메달' 사냥 나선 기업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15 09: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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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마케팅'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런던올림픽 때문에 난리다. 한국선수단은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를 일찌감치 돌파했고 연이은 승전보로 대회기간 동안 국민들을 즐겁게 하고 무사귀환했다. 런던에서 벌어졌던 '총성 없는 전쟁'은 국내 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에도 불을 지폈다. 대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대거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선수들에 대한 각 기업의 메달포상금도 연일 '억'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선수가 평생 먹을 라면을 제공하겠디는 기업도 생겨났고 아예 아파트 한 채를 주겠다고 약속을 한 기업도 있었다.

지난 8일 새벽 5시30분께 한국-브라질 4강전이 끝난 뒤 아파트 주차장이나 주택가 골목에는 담배를 꺼내 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날 시청률은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4.2%의 높은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아쉬움은 컸다.

축구·사격으로
활짝 웃은 KT

2001년부터 연간 34억원을 지원하면서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하고 있는 KT도 아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KT는 큰 아쉬움만큼이나 큰 홍보효과를 보고 있다. KT가 추산한 4강 진출에 따른 홍보효과는 약 2000억원. 지상파 방송뉴스 시간대 광고비를 15초당 1000만원으로 계산하면 대표팀 관련 뉴스가 2분만 나와도 약 1억원의 간접광고효과를 얻게 된다. 선수들의 경기복에는 KT로고가 들어가지 못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입는 평상복과 연습복에는 로고가 박혀있다. 이 로고는 선수들의 연습장면이나 기자회견장면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KT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국내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파트너를 맡아 5조원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T는 사격에서도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2관왕을 달성한 진종오 선수는 KT직원이다. 진종오는 지난달 28일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과 지난 5일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승에서 2관왕에 올랐다. 진종오는 한국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뒤 "그동안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이석채 KT 회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이제는 회장님 얼굴을 떳떳이 뵐 수 있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남자 50m 권총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도 그는 KT에 대한 고마움을 전달했다.


이 회장도 진종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올림픽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한국선수 사상 첫 여름 올림픽 개인 종목 2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장하고 대단하다. 대한민국 선수단 금메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축하메시지를 전달했다.

역풍 맞은 '농심' 라면 평생 무상제공이 뭔 말?
구본무 LG그룹 회장 양학선 선수에 5억 쾌척

사격 덕분에 브랜드 가치 상승의 호재를 맞은 기업은 또 있다.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아 전폭적인 지지를 해오고 있는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사격연맹 창설 이후 기업이 주최하는 최초의 사격대회인 '한화회장배 전국하계대회'를 개최해 국내 사격선수들의 실력향상과 유망주 발굴에 기여해오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한화회장배 사격대회는 국내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전 종목 전 부별로 종이표적이 아닌 전자표적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쌓은 경험은 국제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사격대표팀에게 통 큰 포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의 올림픽 마케팅은 '국내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SNS 마케팅 프로젝트 '골드러시'가 대표적이다. 고객의 참가 접점을 넓히고 재미를 곁들인 기법으로 폭염에도 120만명 이상을 끌어들이면서 전자나 광고업계에 성공사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광고모델로 선정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자사 제품의 이미지와 맞는 선수를 선정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분야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를 통해 마라톤, 경보 등 육상을 지원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삼성전기는 배드민턴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회사 차원의 지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부터 부인 홍라희 여사,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일가족이 총출동해 열렬한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종목에서 후원 효과를 누린 기업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2008년 최태원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부임하면서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왔다. 지난해 434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 첫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건립했고 올 1월에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던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을 그룹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가 인수해 재창단하기도 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준결승 진출로 이에 화답했다.

앞서 최 회장은 올림픽 개막 전 한국선수단 전체의 선전을 기원하며 임직원들과 함께 격려금 2억원을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최 회장과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핸드볼 대표팀에 메달을 딸 경우 추가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억' 소리 나는
격려금·포상금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대한펜싱협회장을 맡아 우수선수 발굴과 선수들의 기량향상 지원, 국제대회 유치 등 다양한 후원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여자개인 사브르에서 김지연이 금메달을 땄으며, 여자단체 에페에서 은메달을, 여자단체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땄다. 남자개인 플뢰레와 에페에서도 각각 동메달을 땄으며 남자단체 사브르에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SK텔레콤은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마린보이' 박태환도 2007년부터 'SK 박태환 전담팀'을 통해 후원해 왔다. 

스마트TV 광고에서 런던올림픽 단어를 사용했다가 제약으로 해당 단어를 삭제하는 등 올림픽 마케팅을 거의 하지 못한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통 큰 격려금 쾌척으로 설움을 한방에 씻어냈다.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에게 5억원을 전달하기로 한 것.

구 회장은 양학선이 가진 불굴의 의지와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심에 감동받았다고 전했고 한국 체조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기량 향상과 기술연마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훈훈한 뉴스다" "LG의 기업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등 호평이 이어지면서 LG로서는 올림픽 막바지에 금메달을 딴 셈이 됐다.

대한체조협회 회장인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이미 양 선수에게 1억원의 포상금을 약속했으며 SM그룹도 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 가로 20m, 세로 10m 규모의 옥외광고판을 설치해 전 세계 스포츠팬의 관심을 집중시킨 현대차그룹도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써왔다.

현대차는 '양궁사랑'으로 유명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했고 정 회장이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 양궁발전에 이바지했다.


현대모비스는 레이저를 활용한 연습용 활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고, 정 회장은 사비를 털어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를 구매해 양궁협회에 보내기도 했다.

휠라, 선수단복으로
매출 20% 신장

특히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하자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준 일화는 유명하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한국 양궁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여자단체전을 비롯, 남자와 여자 개인전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는 등 3종목을 석권했고 남자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궁사들은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정 부회장이 있는 관계자석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양궁대표선수들에게 6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던 정 부회장은 이번 올림픽 역시 대표팀에게 적잖은 포상을 할 예정이다.

양궁 덕분에 '착한기업'으로 떠오르는 인터넷 쇼핑몰도 화제가 되고 있다. 런던올림픽 양궁 경기에 출전한 국내 선수들과 외국선수들이 귀여운 캐릭터 그림과 함께 '바가지머리'라는 한글이 적힌 가슴보호대를 착용한 모습이 연일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부터다. 바가지머리 가슴보호대는 한국 뿐 아니라 덴마크,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선수들도 착용해 단숨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가슴보호대는 한국의 의류업체 바가지머리가 2009년 울산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무상으로 지급한 것. 바가지머리는 2009년 당시 티셔츠와 가슴보호대를 선수들에게 지원했고 외국 선수들이 해당 보호대가 마음에 들어 이번 올림픽에도 착용하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이 입고 있는 시상복, 트레이닝복, 신발, 모자, 가방 등을 총괄 제작한 휠라도 20% 가까이 매출이 늘어나는 등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휠라는 단복 시연회 당시 우수한 품질에 태극·단청 등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여 국가대표 선수들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미국 주간지 <타임>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단 단복이 '베스트 유니폼'으로 뽑히기도 했다.

삼성·현대차·SK·한화·KT '메달' 뒤엔 이들이
런던올림픽에서 대박 난 기업들 연신 '함박웃음'

휠라 관계자는 "의류업계가 전반적으로 비수기지만 휠라는 올림픽 개막 이전보다 20%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며 "한국선수단의 선전에 힘입어 브랜드 홍보효과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휠라는 또 "금메달을 딴 한국선수가 시상식 때 입어 '금메달 점퍼'로 불리는 시상복의 경우 일부 사이즈가 동나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정판으로 내놓은 국가대표 선수단복이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업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단 단복에 대한 문의가 늘자 휠라는 '금메달 점퍼'나 트레이닝복을 20벌 이상 단체 주문할 경우 특별 제작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처럼 올림픽 마케팅에 나선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 향상이나 기업 이미지 상승 등 호재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의도와는 다르게 악재를 맞고 있는 기업도 있다. 양학선 선수에게 평생 먹을 라면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농심이다.

사연은 이렇다. 양 선수 어머니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 (집에) 오면 뭘 제일 빨리 먹고 싶을까? 라면? 너구리라면? 너구리라면 말고 칠면조 고기로 맛있게 요리해줄게"라는 말을 했다.

이 장면을 본 농심 측은 양 선수의 집에 전화를 걸어 "너구리라면을 평생 무상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인터넷에 '양학선네 집으로 너구리 배달완료'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사진에는 양 선수의 어머니가 농심 측으로부터 너구리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농심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800원짜리 너구리를 하루에 한 봉지씩 먹는다고 가정해도 1년에 29만원, 차라리 CF를 줘라" "금메달을 딴 선수 이름을 빌려 라면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 "목적이 훤히 보이는 명백한 생색내기" 등의 반응에 농심은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농심 측은 "양 선수 부모님께 평생 동안 농심라면을 제공한다는 제의를 한 것은 맞지만 제의에 대한 확답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농심의 생색내기
누리꾼 '뿔났다'

20여 가구가 사는 전북 고창군 남동마을에 양 선수 금메달 획득 기념 마을잔치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을 이장님께 떡 2말, 라면 100박스, 음료 등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너구리의 경우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200여 종의 라면 가운데 판매 순위 상위권을 다투고 있어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 없다"고 마케팅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양 선수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농심이 마을잔치에 라면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 "굳이 마케팅이 아니라고 부인할 것도 없다"는 등 곱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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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