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개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 Part.2

한국미술, 100년의 시간여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개관 5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전 ‘현대 HYUNDAI 50’ 2부가 관람객들을 찾아온다. 2부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갤러리현대와 동행한 한국 작가 16명과 해외 작가 13명의 작품 70여점이 소개된다. 
 

▲ 곽덕준 작

갤러리현대는 1980년대 초중반부터 세계화 비전을 전시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1981년 3월 호안 미로를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마르크 샤갈, 1983년 3월 헨리 무어의 개인전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80년∼현재

1987년 한국 갤러리 최초로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한국미술을 국제무대에 알렸다. 장르와 매체가 다변화하고 작품 규모가 확대된 1990년대에는 동시대 미술의 최신 경향을 반영해 전시장을 새롭게 마련했다. 2000년대는 윈도우갤러리, 두아트, 16번지 등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운영하면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했다. 

갤러리현대 개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 2부에서는 이승택·곽덕준·박현기·이건용·이강소 등 한국의 주요 실험미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서 만날 수 있다. 갤러리현대는 10여년에 걸쳐 다섯 작가의 기념비적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연이어 개최했다. 세계 미술사의 거대한 흐름과 맥락에 맞춘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3년 이승택의 ‘고드랫돌’과 2016년 이건용의 퍼포먼스 사진 ‘장소의 논리’는 런던 테이트미술관에, 2018년 박현기의 대표작 ‘무제(TV돌탑)’는 뉴욕 현대미술관서 소장하는 등 이들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갔다. 


다섯 작가는 한 장르나 특정 사조에 포섭되지 않는 전위적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이들의 작품에는 자연과 인공, 삶과 예술, 물질과 관념, 전통과 혁신, 실재와 환영 등 미술사를 가로지르는 첨예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4∼5월 1부 전시 이어
7월19일까지 2부 전시

다섯 작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중반의 한국미술계는 한국의 실험미술이 꽃 핀 시기라 할 수 있다. 앵포르멜 이후 한국 화단의 새로운 조형질서를 모색하고 창조하려던 작가들로 구성된 그룹이 동시다발적으로 결성됐다. 

이승택은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비조각이라는 자신만의 핵심 개념을 담은 전위적 작품을 발표해왔다. 이번 특별전에 출품된 ‘무제’에는 이승택의 비조각 개념은 물론 작품이 놓이는 환경에 관한 작가의 관심이 녹아 있다. 1982년 관훈미술관서 열린 개인전서 처음 발표한 이 작품은 40년 만에 관람객들과 다시 만난다. 

한국과 일본 미술계서 활약한 곽덕준은 명확하고 자명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의 구조와 질서에 난센스의 미학으로 답했다. 이런 창작 활동의 배경과 태도는 그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 박현기 작

일본 국적으로 일본서 거주하던 작가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일본 국적을 박탈당했다. 재일한국인이 된 그는 1960년대 말 석고와 호분, 수지 등이 들어간 독특한 회화로 미술계에 데뷔한 이후 사진, 이벤트, 영상, 퍼포먼스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한 작업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박현기는 돌과 나무, 흙과 같은 자연의 물질과 TV, 거울, 유리와 같은 인공의 물질을 병치하거나 자연 풍경을 담은 영상을 건축적 설치와 결합하는 등 관념적인 비디오 아트의 세계를 구축했다. 


2010년 갤러리현대는 박현기의 10주기를 기념하며 회고전을 개최, 그의 작품 세계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박현기가 제15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한 대표작 ‘무제(TV돌탑)’와 ‘물 기울기’를 내놨다. 자연물과 복제된 자연물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또 실재와 허상의 경계를 질문하는 작품들이다. 

실험미술의 선구자들 작품
해외 유명 작가들도 조명

이강소는 누구보다 새로운 실험미술에 몰두한 작가다. 1970년 소규모 미술 그룹인 ‘신체제’를 결성했고 1973년 현대미술초대 작가전을 개최, 1974년부터 시작한 ‘대구현대미술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갤러리현대는 2018년, 1970년대 실험미술을 재조명하는 개인전 ‘소멸’서 갈대를 석고와 시멘트로 고정해 실내에 전시한 설치작품 ‘여백’, 화랑을 주막으로 변신시키는 ‘소멸(선술집)’ 등을 재현했다. 

이건용은 한국 실험미술 운동을 대표하는 S.T. 설립 멤버이자 A.G. 주요 작가로서 전방위적 활동을 펼쳤다. 두 그룹에 모두 몸담은 작가는 이건용이 유일하다.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흐름의 최전선에 있던 이건용은 1973년 파리 비엔날레,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해 1970년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았다. 
 

▲ 이강소 작

본관 전시장을 실험미술의 선구자들인 다섯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몄다면 신관은 현대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대표하는 해외 작가와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 등 한국 동시대 미술가의 다채로운 작품으로 구성됐다. 

1층 전시장에는 지그재그를 그리는 12개의 네온 빛이 공간을 재정의하는 프랑스와 모틀레와, 밤하늘의 무수한 별자리가 한 장의 지도처럼 화면에 쏟아지는 이반 나바로의 아름다운 신작이 전시된다. 관람객들은 2층 전시장서 색과 형태, 언어와 이미지, 기호와 의미 사이의 다층적인 상호 작용이 만들어낸 놀라운 시각적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새로운 50년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개관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통해 갤러리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 미술사 100여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한국 최초로 서양화가 도입된 시기에 제작된 구상회화부터 새로운 조형 언어를 꿈꾼 추상미술 1세대, 한국적 추상미술을 완성한 모노크롬 회화, 미술의 본질을 끊임없이 질문한 실험미술, 격변하는 시대의 아픔을 기록한 민중미술, 동시대 미술까지를 포괄하는 뜻깊은 시간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며 “갤러리현대는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 미래 나아가 국제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함께 호흡해 나갈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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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