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웅의 영사기] <킹스 스피치> 진정한 지도자를 말하다

  • 박대웅 bdu@ilyosisa.co.kr
  • 등록 2012.08.09 14: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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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박대웅 기자] 2012년 12월 19일. 제 18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그 때문인지 2012 런던 올림픽의 열기 속에서도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들은 누가 진정 이 나라를 위한 지도자이자 대통령감인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올림픽을 지켜보다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손녀딸이 승마에서 왕실 가족의 응원 속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기사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외동딸인 앤 공주의 딸, 자라 필립스는 사촌인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해리 왕자 등 왕실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메달을 땄다. 영국 언론들은 '승마 경기가 마치 왕실의 가든 파티와 같았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참 재밌는 나라다. 민주주의 상징이라지만 아직도 왕실(지금은 여왕)을 모시고 있다. 특히 여왕은 상징성만 가질 뿐 전쟁을 선포할 권한도, 세금을 더 거둘 권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영국민들은 왕실의 말과 행동에 귀 기울인다. 그 어떤 스타보다 왕실 가족은 영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대통령 가족이 승마장을 찾아 일가 친척의 선전을 기원했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진정한 지도자를 역설한 영화 <킹스 스피치>가 머리 속을 스쳤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전 세계적 위기 속에 조지 5세에 이어 왕위에 오른 '말더듬이' 조지 6세(1895-1952)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당시는 라디오라는 뉴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대중은 위기 상황 속에서 자신들에게 힘과 용기와 안정을 줄 왕의 목소리를 원했다. 때문에 조지 6세의 말더듬증은 왕의 위엄을 해치는 심각한 콤플렉스였다. 이는 초창기 조지 6세가 미국인 이혼녀와 사랑에 빠지는 등 숱한 스캔들로 얼룩진 형 에드워드 8세보다 인정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결국 조지 6세는 말더듬증을 극복하고 2차 세계 대전의 전범인 독일을 향한 감동적 방송 연설로 국민들을 마음을 다잡고 대독 선전포고를 알렸다. 이후 그 누구보다 더 영국을 걱정하고 의무와 직무에 충실했다. 더욱이 조지 6세는 독일의 포격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궁을 지키며 영국민을 다독이고 격려했다. 영국민은 누구보다 큰 용기와 위엄을 갖춘 조지 6세를 사랑했고, '그레이트 킹 조지'(위대한 왕 조지)는 영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왕이 되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진정한 대통령감이라고 말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야말로 국민들의 어려움과 희망을 잘 헤아리는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대화'와 '소통'이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라며 목청 높여 외친다. 문제는 그 말의 진정성을 가리기가 여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대중이 듣고 싶어하고, 원하는 말만하는 포퓰리즘적 선동정치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데마도그(선동가)가 판치는 우리의 정치판에서 진정한 지도자라는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오롯이 국민의 판단에 달려있다.

영화 <킹스 스피치>에 이런 장면이 있다. 조지 6세는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대관식 장면이 녹화된 영상을 보고 난 후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 영상이 담긴 장면을 본다. 조지 6세를 연기한 콜린 퍼스는 "말 한번 잘하네"라며 히틀러의 연설을 일갈한다. 영상 속 히틀러는 힘이 넘치고 강렬한 연설로 대중을 사로 잡았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 히틀러라는 강력한 데마도그는 인류에 갚을 수 없는 빚을 남기고 조국 독일을 잿빛으로 물들였다. 반면 내면의 진정한 용기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진심으로 다가선 조지 6세는 영국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왕중의 한 명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2012년 12월 19일. 선택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선택은 이제 우리 각자의 몫이다.

# 한 줄 정리

말더듬이, 리더의 자격을 말하다

#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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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