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OCI미술관이 신진작가 발굴·지원 프로그램 ‘2020 OCI YOUNG CREATIVES’를 통해 6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선정된 이들은 오는 9월12일까지 3개월간 개인전을 진행한다. 그 첫 번째 주자는 조해나-송수민 작가다.
OCI미술관은 만 35세 이하 젊은 한국 작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OCI YOUNG CREATIVES’를 운영 중이다. 매년 여름 공개 모집을 진행하며, OCI미술관 학예팀 및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3차례 이상의 심사를 거쳐 작가를 선정한다. 올해는 박윤지·송수민·정덕현·정수정·정해나·조해나 등 6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신진 작가 6명
“가지런히 늘어선 형광등이 켜진다. 차례대로 하나씩, 곧이어 여기저기 점등과 소등을 반복한다. 종종 리듬감이 느껴진다. 무슨 순서라도 있는 걸까? 한참을 갸웃거리다 다른 작품으로 눈을 돌리는 찰나, 문득 이상하다. 저 프로젝터는 왜 형광등을 비추고 있지?”
조해나 작가는 개인전 ‘유사위성’ 전을 선보인다. 안정적인 상황을 뜻하는 말로 ‘궤도에 올랐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궤도에 오른 위성을 바라보며, 타성서 벗어나려 공명하는 유사위성의 칠전팔기가 전시장에 펼쳐진다.
조해나의 이번 개인전은 사진과 영상, 키네틱, 음향 등 다양한 기술 매체의 작용 양태서 삶의 통찰과 철학을 발견하는 사색의 시간이다. 바닥의 TV에 묶인 낙하산이 펄럭이고 표면엔 영상이 흐른다. 빙글빙글 도는 선풍기는 날개 대신 전구를 달고 바람 대신 빛을 불어댄다.
젊은 작가들 지원
6명의 작가 선정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모니터는 풍차처럼 빙빙 돈다. 하지만 모니터 속 화면은 돌지 않아 보기엔 불편하지 않다. 수많은 장치들은 일종의 ‘척’ 놀이를 한다. 모니터 속 화면은 ‘돌지 않는 척’ 모니터와 반대 방향으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레일을 왕복하는 소리쇠는 서로 닿지도 않으면서 스칠 때마다 ‘닿은 척’ 소리를 낸다.
조해나는 작품 설치 시간의 대부분을 싱크 맞추기에 투자했다. 서로 별개의 채널이면서 단일인 척 하기는 이 전시를 꿰뚫는 메커니즘이다. 동시녹음이 위성이라면, 싱크를 잘 맞춰 동시녹음인 척 하기는 유사위성인 셈이다. 탈출을 시도하지만 완전하진 못한 탓에 결국 위성과 유사하게 떠돈다.
조해나는 “궤도는 안정성을 보장하는 제도권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론 항거할 수 없는 규범에 사로잡힌 처지거나 곡절이 있어 선뜻 발을 뺄 수 없는 일종의 볼모 신세기도 하다”며 “선망의 대상이면서 또한 벗어나고픈 족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멀리 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 푸르고 누런 논밭이 뻗었다. 알 수 없는 농작물이 보인다. 코가 맞닿을 만큼 가깝게 들여다보니 황토색 바탕에 유기체적 형태의 희고 푸른 무늬가 옷감의 패턴처럼 일렁인다. 화면 속 화면에 들어찬 구름은 문득 석고상의 수염 같다.”
하나의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다른 이에겐 비극의 현장일 수 있다. 그런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제 3자에겐 당사자가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장면으로 다가올 것이다. 송수민 작가의 개인전 ‘○○이 머문 자리’ 전은 이미지가 맥락을 벗고 홀로 서는 전시다.
송수민은 이번 전시를 통해 시청각적 경험서 정황을 걷어내 순수한 이미지를 유리하는 다양한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려 했다. 이른바 회화의 체계 탐구에 힘을 실은 전시다. 특정한 시기와 장소, 맥락서 포착된 장면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정황과 기억은 점차 흐려지고 감회는 퇴색한다. 본 적 있는 풍경도 새삼스레, 낯설게, 색다르게 와 닿기를 거듭한다.
인상과 기억은 처음의 그것과 딴판으로 멀어지고 장면은 정황과 유리돼 단지 이미지로 남는다. 이미지는 이미지 자체로서의 시각적인 감흥을 부르고 또 다른 이미지로 전이한다. 맥락의 족쇄를 풀고 이미지의 이미지로 점차 그 순도를 더한다. 작가는 수없이 많은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가 단단하게 뒤얽힌 사건이란 광석서 이미지를 증류해내는 일종의 회화 실험에 몰두하는 셈이다.
타성서 벗어나려는 시도
사라진 정황, 남은 이미지
식물로 뒤덮인 화면은 대개 녹색 계열의 주조색을 바탕으로 흰 방울이나 거품, 격자, 시각적 질감을 강렬히 풍기는 다양한 모양새의 구름, 산자락, 바위로 이어진다. 희고 누런 줄기로 거미줄처럼 엮이기도 하고 화면 속에 또 다른 화면이 나란히 들어차거나 겹치면서 다층적 구조를 획득하기도 한다.
어딘가서 떠오른 크고 작은 흰 방울은 프레임의 경계에 가려지다가 때론 경계를 넘어 다른 화면으로 자유롭게 넘어간다. 자유로운 화면 분할을 암시하듯 사방으로 구획한 논밭이 들어차고 그 앞을 사선으로 가르며 누렇게 뻗은 밭두렁은 땅의 모양새인지 또 다른 화면의 구획인지 모호한 모습으로 관람객의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한다.
송수민이 표현하는 이미지는 자립한다. 이미지가 맥락서 분가하면 빈자리는 곧이어 전혀 다른 이야기들로 들어찬다. 송수민의 이번 작업들은 작업 과정서 마주친 수많은 청각적 심상들이 빈칸을 채웠다.
이미지가 새로운 이야기를 섭외하고, 그에 영향을 받은 이미지가 또 다른 생각을 불러 새로운 이미지로 전이 혹은 변모한다. 주변 정황과 맥락에 기대지 않고 이미지 자체로 전면에 나서는 일종의 독립선언이다.
한국미술의 미래
OCI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2020 OCI YOUNG CREATIVES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6명 작가의 개인전서 관람객들은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 신세대 작가들의 향방을 가늠해볼 기회”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조해나는?]
▲학력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석사(2017)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학사(2013)
▲개인전
‘유사위성’ OCI미술관(2020)
‘탈출속도’ space9(2017)
‘궤도공명’ 팔레드서울(2016)
‘타원궤도’ 갤러리 정미소(2016)
[송수민은?]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석사(2018)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2015)
▲개인전
‘○○이 머문 자리’ OCI미술관(2020)
‘하얀 자국’ 아트사이드 갤러리(2019)
‘플라스틱 이파리’ space55(2019)
‘膜막: 가려진 풍경’ 예술공간 서:로(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