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개관 50주년을 맞아 특별전 ‘현대 HYUNDAI 50’을 준비했다. 1부와 2부로 나눠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열리는 특별전에 김환기 추상회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우주’가 공개된다. 우주는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서 한국 미술 경매 최고가인 132억원에 낙찰된 작품이다.
갤러리현대는 1970년 4월4일 현대화랑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2020년 개관 50주년을 맞이한 갤러리현대가 7월까지 시대와 전시 공간, 작품별 주제에 따라 1, 2부로 나눠 특별전 ‘현대 HYUNDAI 50’을 진행한다.
거장들의 작품
1부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40명의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모든 출품작은 1970년 개관 전부터 열린 수많은 개인전과 기획전을 통해 소개된 인연서 비롯됐다. 각 작가의 작품 세계와 그 시대를 상징하는 명작들을 한자리에 모아, 갤러리현대와 한국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본관 전시장에는 한국 구상미술의 전통을 계승해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완성한 서양화와 동양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개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양화와 서양화를 비중 있게 소개해온 갤러리현대의 뿌리를 확인하는 자리다.
갤러리현대의 전신인 현대화랑은 당시로는 드물게 독립된 전시장을 갖추고 동양화와 서양화를 함께 전시했다. 동양화와 고미술품 위주로 거래되던 화랑가에 서양화를 전시하는 전문 화랑의 등장은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본관 1층과 2층 전시장은 서양화가 권옥연·김상유·도상봉·문학진·박고석·변종하·오지호·윤중식·이대원·임직순·장욱진·최영림 등의 작품을 통해 시대의 흐름과 작가의 개성에 따른 한국 서양화의 구상미술 계보, 그 다채로움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작품 ‘수련’과 ‘항구’의 오지호는 한국의 자연을 맑고 생생한 색채로 표현해 ‘한국의 인상주의 화가’로 불렸다. 항구는 갤러리현대가 1973년 ‘오지호 화백 근작전’을 위해 발행한 홍보지의 표지를 장식한 작품이다.
한국 사실주의 아카데미즘의 거장인 도상봉의 정물화 ‘정물’과 ‘라일락’, 풍경화 ‘고관설경’도 관람객들과 만난다. 1950년대 도상봉 정물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정물에는 소문난 백자 애호가였던 작가의 관심과 취향이 녹아있다. 작은 백자에 쏟아질 듯 풍성하게 담긴 라일락은 1973년 현대화랑서 열린 개인전서 구매한 소장가가 현재까지 간직하고 있다.
1970년 현대화랑으로 시작
김환기·천경자·이중섭 작품
1987년 작고 10주기 전시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간결한 선과 기하학적 형태를 바탕으로 한국적 조형성을 탐구한 김환기의 ‘답교’, 두꺼운 마티에르와 강렬한 색채로 설악의 산세를 담은 박고석의 ‘외설악’, 소와 나무, 해와 산, 사람과 새 등의 모습을 아이처럼 순수하게 그린 장욱진의 ‘동산’과 ‘황톳길’, 상념에 잠겨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부터 낭만적 분위기가 감도는 임직순의 인물화 ‘노란 스카프의 여인’, 색 스펙트럼의 무수한 선과 점으로 완성한 이대원의 풍경화 ‘못’ 등이 소개된다.
서양화가 박수근과 이중섭의 대표작도 선보인다. 갤러리는 1972년, 1999년, 2015년 3회에 걸쳐 이중섭의 전시를 개최했다. 1972년 개인전은 불운한 삶을 살았던 ‘천재 화가’ 이중섭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한 기념비적 전시로 평가받는다. 당시 전시에는 곳곳에 흩어져 행방이 묘연하던 이중섭의 주요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1999년 회고전은 9만여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아 당시까지 열린 전시 중 최다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2015년 전시에선 뉴욕 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그의 작품 ‘은지화’가 국내에 소개됐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을 상징하는 ‘황소’ ‘통영 앞바다’ ‘닭과 가족’ 등 1972년 유작전에 출품된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1970년 유작 소품전을 통해 갤러리와 인연을 맺은 박수근은 1985년 ‘박수근의 20주기 회고전’을 통해 한국적 정서의 정수가 담긴 그의 작품 세계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갤러리현대가 열화당과 협업해 공들여 제작한 화집은 박수근을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남았다.
이번 50주년 특별전에는 ‘골목 안’과 ‘두 여인’이 출품됐다.
김기창·변관식·성재휴·이상범·장우성·천경자 등 동양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갤러리는 1970년 김기창의 전시를 시작으로 동양화 전시를 지속해왔다. ‘금강산의 화가’라 불리는 소정 변관식은 생전 마지막 개인전을 1974년 현대화랑서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는 소정 말년의 대작이자 금강산을 소재로 한, 산수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작 ‘단발령’이 등장한다.
한과 꽃, 여인이라는 소재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한국 채색화의 기틀을 마련한 천경자는 1973년 첫 개인전을 포함해 총 5차례 전시를 선보였다. 특별전에는 천경자의 페르소나와 같은 작품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3년 갤러리가 창간한 미술전문지 <화랑>의 표지를 장식한 ‘팬지’, 천경자가 갤러리 개관 선물로 전달한 ‘하와이 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1·2부로 나누어 3개월간 전시
시대의 명작들 화려한 볼거리
두 목동이 청록색 산을 배경으로 소를 타고 가며 담소를 나누는 김기창의 ‘청산도’와 세 악사가 흥겹게 연주하는 모습을 추상적으로 패턴화해 담은 ‘세 악사’도 동양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김기창은 1970년 첫 개인전 이후 1993년 ‘운보 김기창 근작전’, 2000년대 ‘바보예술 88년 운보 김기창 미수 기념 특별전’까지 3회의 전시를 갤러리현대서 열었다. 장우성의 ‘일식’, 성재휴의 ‘송림촌’은 수묵담채와 수묵채색으로 완성해 동양화의 멋과 아름다움을 전한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로 평가받는 백남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현대는 백남준의 한국 전속화랑으로 작가의 국내외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988년 개인전 ‘88서울올림픽 기념 백남준 판화전’에서는 ‘로봇 가족’ 연작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1990년 7월에는 갤러리 뒷마당서 굿 형식의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를 펼쳤다. 1992년 회고전, 1995년 ‘백남준 95-예술과 통신’전, 2016년 작고 10주기를 기념한 ‘백남준, 서울에서’전을 진행했다.
백남준의 특별한 작품은 본관 1층 전시관서 볼 수 있다. 1993년 백남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베니스 비엔날레서 공개된 대형TV 조각 ‘마르코 폴로’가 화려한 네온 조명과 함께 관람객들을 만난다.
대중의 품으로
박명자 회장은 갤러리현대 50주년 기념 출판 프로젝트 <HYUNDAI>서 “좋은 화랑은 그 시대의 좋은 작품들을 얼마나 많이 전시, 판매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로 가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제가 화상으로서 지켜온 신념”이라며 “앞으로 갤러리현대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갈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런 신념을 통해 지금껏 많은 작가들과 한길을 걸어왔고 그것이 행복이고 보람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