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허창수 회장 다음 행보는?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07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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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중소상생' 속으로는 '중소상극'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재계 수장이 '와리가리'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말로는 중소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행동으로는 보여주지 않더니 되레 정부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재계수장이 '재벌개혁'의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단다. 설상가상으로 그룹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얘기다.

"정치권에서 들고 나온 경제민주화의 모호한 개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경제민주화는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성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지난달 27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개막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정치권의 최대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허 회장은 전경련 수장직도 겸하고 있다.

"MB, 경제면 최고 대통령"

여기에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에 나섰다. 허 회장은 "증세가 과연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며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전경련 해체론'에 대해서는 "대중의 표심을 의식한 인기발언에 일일이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시대가 바뀌고 비판 받을 것은 받고 바꿔야 할 것은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대기업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일부 기업의 잘못으로 전부가 부정적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어 전경련은 그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대기업이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점을 개탄했다.


새삼스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그는 "이 대통령이 경제면에선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잘 알고 잘 했다고 생각하며 해외에 나가봐도 존경받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가격정책에 대해서는 "내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비판하지만 대통령 입장이었다면 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나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심중은 십분 이해 한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차기 대통령 자질을 묻는 질문에 "기업이 잘돼야 고용도 사는 거고 세금 많이 내서 재정도 창출하고 국민들이 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후보가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GS그룹이 그동안 중소상생을 강조해 온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오히려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까지 한다. 허 회장은 지난 5월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과 만나 "동반성장위원회의 사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선 지난 4월에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사업철수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하지만 말 뿐이었다. 정작 그룹에서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GS편의점에서는 GS그룹 비상장사 중 식료품 제조회사인 후레쉬서브가 납품한 김밥·샌드위치 등이 아직도 팔리고 있고 수입차 딜러 시장에서도 철수할 기미가 전혀 없다.

"경제민주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방안도 비판

올 초 재벌기업들의 수입차 딜러 사업 확장과 관련해 비난여론이 고조되면서 두산이 수입차 딜러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GS 오너일가는 여전히 수입차 딜러 사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효성·한진·코오롱 등 대기업들도 수입차 딜러 사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해당 그룹 회장들과 허 회장은 차이점이 있다. 허 회장만 수입차 딜러 사업과 관련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

허 회장은 친인척 지분이 100%인 센트럴모터스의 2대 주주다. 허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허완구 승산그룹 창업주의 장녀 허인영 승산 대표가 지분 18.67%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고, 허 회장이 11.92%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허준홍 GS칼텍스 팀장이 10.11%,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9.76%를 소유하고 있는 등 GS 오너일가가 모든 지분을 가지고 있다.


GS리테일의 드러그스토어인 왓슨스도 중소상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약품과 상점이란 단어가 합쳐진 드러그스토어는 의약품·화장품·생활용품·식품 등을 모두 취급하는 복합점포다. 특히 드러그스토어는 대형마트나 종합유통사와 달리 영업규제를 받지 않아 왓슨스가 골목상권을 위협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중소상생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지만 역설적으로 그룹 사정은 좋지 못하다. 그간 GS는 백화점·마트·GS강남방송·GS울산방송 매각 등으로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았다. 하지만 자금력을 가지고도 웅진코웨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은 있는데 쓸 데가 없는 것이다.

돈 있는데 쓸 데 없어

지난달 19일 브랜드가치 평가 전문기관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GS25는 세븐일레븐과 CU(구 훼미리마트)에 밀려 3위로 밀려났으며 GS홈쇼핑은 지난해 3분기 CJ오쇼핑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업계 1위를 수성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GS가 지난 2007년 설립한 베트남 현지법인도 부지선정 실패 등의 이유로 지금은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허 회장이 겉으로만 중소상생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허 회장의 작심한 듯한 이번 발언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그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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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